기고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구축, 더는 미룰 수 없다

2026-05-29 13:00:28 게재

코로나19 팬데믹을 시작으로 소상공인들은 유례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 이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가 겹치며 내수침체가 가중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비상계엄 사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압박에 이어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발 원자재가격 급등이라는 연속적인 악재를 맞이했다. 지난 7년간 지속된 국내외적 경제위기는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그 결과 매년 100만명에 달하는 개인사업자가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는 100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기관에 빚을 진 소상공인 점포 10곳 중 1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현장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그동안 학계와 현장에서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폐업 후에도 쉽게 재기할 수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으나 여전히 미완성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필자는 늘 소상공인 문제를 단순히 재정투입 등 돈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서는 사후약방문식의 지원보다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대응책이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현장의 위기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한계상황에 놓인 소상공인을 미리 선별할 수 있는 모니터링시스템 구축은 그동안 소상공인 업계와 학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다행히 최근 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 위기징후 모니터링 및 복합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신용보증재단 그리고 17개 민간은행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위기 소상공인을 선별하고 맞춤형 정책을 안내하는 구조다. 이 시스템을 통해 안내받은 소상공인은 경영진단 및 상담을 받게 되며 이후 관계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업을 거쳐 재기지원, 채무조정, 생계비 지원까지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원스톱(One-stop) 지원체계로 연결된다.

이는 필자가 제안해 온 ‘자생력 제고 환경조성’과 ‘선제적 구제 체계’의 방향성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모니터링 정책의 효과도 벌써 나타나는 것 같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위기징후 안내를 받고 지역센터를 방문해 지원정책을 문의하는 소상공인이 꽤 많다고 한다. 위기 소상공인이 상담을 통해 재기할 수 있는 방향을 정하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소상공인이 위기 속에서 생계를 위협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드는 것은 국가적 책무이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물론 완벽한 사회안전망을 단숨에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위기의 소상공인을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기초적인 지원책을 꼼꼼히 실행하는 첫걸음이 중요하다.

나아가 향후에는 소상공인이 한계상황에 다다르기 전에 조기 회복할 수 있도록 위기징후 모니터링시스템을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관 및 부처 간 협업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이번 복합지원체계가 명실상부한 소상공인 사회안전망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