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정치범 석방에도 권력은 더 공고
축출했던 윈 민트 전 대통령 석방 ‘화해 제스처’보다는 정권 자신감
미얀마 군사정권이 쿠데타로 축출한 윈 민트 전 대통령을 석방하고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의 처우를 일부 완화하면서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민주화로의 전환 신호가 아니라 2021년 쿠데타 이후 5년간 이어진 내전과 국제적 고립 국면을 견뎌낸 군부가 권력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5일(현지시간) 앤드루 나켐슨 기자의 분석 기사에서 “군부는 약한 위치에서 양보하기를 꺼려 왔으며 최근의 정치범 석방은 정권의 자신감이 커졌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윈 민트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당시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과 함께 구금된 지 5년여 만이다.
쿠데타 이후 축출된 의원들이 구성한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전 국제협력부 장관 사사는 포린폴리시에 “윈 민트 대통령과 가족에게 축하를 전하지만 그는 애초에 단 하루도 수감돼서는 안 됐다”며 “그가 국민이 맡기고자 했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석방은 지난해 말 실시된 총선과 올해 4월 민 아웅 흘라잉의 대통령 취임 직후 이뤄졌다. 해당 선거는 국민민주연맹(NLD)을 비롯한 주요 민주세력이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내전으로 인해 상당수 지역에서는 투표가 실시되지 않았다.
선거 결과 친군부 정당인 연방통합발전당(USDP)이 승리했고, 군부가 임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원들이 새 권력 구조를 구성했다. 이후 민 아웅 흘라잉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군정 체제를 명목상 민정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력은 여전히 민 아웅 흘라잉에게 집중돼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임 군 최고사령관 예 윈 우, 부통령 뇨 소, 상원 의장 아웅 린 드웨 등 핵심 요직은 모두 그의 측근들이 차지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호시 미얀마 담당 수석고문은 “새 사령관과 부통령 모두 민 아웅 흘라잉의 측근”이라며 “이는 그의 권력과 향후 계획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권력 재편의 배경에는 중국의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시는 “민 아웅 흘라잉의 지도력에 대한 공개적 의문 제기가 줄어든 것은 전장에서의 성과 개선과 중국과의 관계 강화 때문”이라며 “윈 민트 석방과 아웅산 수치의 처우 완화는 정권의 더 큰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부의 태도는 몇 년 전과 비교해 달라졌다.
2022년 당시 아세안(ASEAN) 의장국이던 캄보디아의 훈 센 총리가 국제사회 복귀를 위한 정치적 타협을 제안했을 때 민 아웅 흘라잉은 오히려 민주화 활동가와 전직 의원 등 정치범 4명을 처형하며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