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관위 개혁 ‘입법 공세’
표면은 ‘선관위 개혁’ 속내는 ‘대여 압박’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입법 공세를 펼치고 있다.
선거가 끝난 지 2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에서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관련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됐다. 표면적으로는 선관위 개혁을 위한 입법이지만 정부 역시 선거 관리 부실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대여 공세 목적의 속내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들을 보면 자의적인 축소 인쇄를 막는 물리적 통제부터 허술한 내부 감사 체계 개편까지 선관위의 행정 편의주의를 정조준하고 있다. 여기에 재선거 여론을 등에 업은 ‘부실 선거 무효화 및 소급 적용’이라는 정치색 짙은 법안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고동진 의원은 선관위가 ‘임의적인 자체 지침’을 통해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까지 줄여 찍어온 관행을 원천 차단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각 구·시·군 선관위가 본투표 투표용지를 반드시 선거인 수의 70~100% 내에서 의무적으로 인쇄하도록 했다. 선관위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태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이다.
유용원 의원은 선관위 내부 규칙으로만 운영되던 감사 체계를 법률 차원으로 격상하는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사법부가 법원조직법에 기반해 윤리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운영하는 것처럼 헌법기관인 선관위도 내부 규칙이 아닌 선관위법에 감사관의 근거를 명시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감사관이 작성한 연간 감사보고서를 매년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국회에 의무 제출하도록 해 견제·감독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선관위 감사와 관련해서는 이번 6.3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 의원은 선관위가 독립성을 이유로 거부해 온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의무화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준비 중이다. 그는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직무 감찰은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도 함께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선거’ 요구에 영합하는 법안도 제출됐다.
나경원 의원은 투표용지 부족 등 선관위 귀책사유로 중대한 하자가 확인되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와 상관없이 선거를 무효로 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입증 책임을 선관위로 넘기고, 부칙을 통해 이번 6.3 지방선거도 소급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개혁 입법을 통해 정부·여당을 향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중앙선관위뿐만 아니라 지방선관위도 국정감사를 받도록 국회법을 바꾸자는 법안을 지난해 3월 제출했던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에서 공론화시키고 했으면 작년에 통과가 돼서 지방선관위의 A부터 Z까지 여러 가지 사항을 투개표 상황이라든지 선거 전반적인 관리라든지 저희가 미리 점검을 했으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 그런 기대도 좀 해본다”면서 선관위 개혁법안 통과에 소극적이었던 여당을 비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