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물리 원리로 파고든 반도체 완전 자율주행차 만들래요 도윤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휘청일 때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라는 뉴스를 자주 접했다. ‘자동차 공장이 멈췄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 같은 기사 제목을 보며 자연스레 ‘도대체 반도체가 뭐길래?’라는 호기심이 생겼고, 전망이 밝은 분야라는 점에서 관심이 커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탐구 활동을 이어가며 시야를 넓혔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가 단순한 핵심 부품을 넘어 AI, 센서, 데이터 기술이 융합된 자율주행의 핵심 기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을 바꾸는 시작은 원리를 파고드는 집요함’이라고 말하는 도윤씨. 반도체에서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로 꿈을 넓혀간 과정을 들어봤다. 불순물이 전류 흐름을 바꾼다고? 관심 분야인 반도체에 깊은 흥미를 느낀 건 2학년 <물리학Ⅰ> 시간이었다. 반도체의 도핑 공정을 배우면서 처음에는 단순히 ‘불순물을 첨가해 전기를 더 잘 통하게 한다’ 정도로 이해했지만 이후 왜 불순물 하나가 전류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 스스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반도체의 실리콘 결정 구조에 인(P) 같은 원소를 넣으면, 각각 음전하 또는 양전하의 수가 증가해 N형과 P형 반도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고, 도핑 농도에 따라 에너지 밴드 구조가 변하면서 전자의 이동 경로와 전도성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무척 흥미로웠다. “궁금증을 따라 확장한 탐구에서 반도체가 ‘부품’을 넘어 과학과 공정 기술이 결합한 정교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깨달았죠. 학기 말 주제 탐구 시간에 제가 탐구한 내용을 그림과 모형으로 직접 시각화해 급우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어요. 흥미롭게 듣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좋은 평가 덕분에 큰 보람을 느꼈죠. 이 경험을 통해 반도체 설계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게 됐어요.” 이후 2학년 진로 활동 시간에 ‘인문·디지털·AI 아카데미’에 참여하며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원리, 심층 인공신경망의 구조를 학습하고,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탐구했다. “반도체 자체에 대한 흥미에서 반도체가 핵심 역할을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 시스템 전반으로 관심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레벨 5단계인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는 초당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고신뢰성 반도체가 필수예요. 반도체는 자율주행차가 보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전 과정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죠. 이때부터 완전 자율주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 공학자를 꿈꾸게 됐죠.” 동아리 활동으로 공학도의 방향 찾아 2학년 때 활동한 수학 동아리 ‘시그마반’은 공학도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사고를 키워가는 과정이었다. 친구들과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며 사고의 폭을 넓혔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의 다양성’이야말로 공학적 사고의 핵심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동아리 팀원들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관점을 존중하며 준비했던 동아리 발표회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류 학습 프로그램을 직접 탐구해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3학년 때 활동한 ‘사회복지열정나눔네트워크반’은 공학도의 사회적 책임과 기술의 공공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기술과 경제적 발전의 성과가 사회 전반에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했다. 동아리 탐구 활동에서 ‘디지털 포용’과 ‘에너지 복지 확대’를 핵심 주제로 삼았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효율적인 전력 배분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취약계층의 생활 환경을 개선할 방안을 제시했다. “기술 발전이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환경과 사회를 함께 고려해 삶을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의미 있는 발전이죠. 친환경 자동차나 재생에너지 기술처럼 기술·환경·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학을 깊이 연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3년간 학급 회장 맡아, 극 I 성격 극복 도윤씨는 3년 내내 학급 회장을 맡아 반 친구들의 학업과 학교생활을 이끌었다. 스스로 ‘2학기용 회장’이라고 말한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좋아했지만, 남들 앞에 나서기를 주저했고, 무척 소극적인 성격이었어요. 항상 고민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제 단점을 극복해보고 싶었죠. 1학기 때 친구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2학기에 회장을 맡아 학급을 아우르는 역할을 했어요. 시험 기간엔 수행평가나 과제를 빠뜨리는 친구가 없도록 챙겼고, 3학년 땐 시끄러운 교실을 정리하며 학급 전체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학급 회장을 하면서 타인을 설득하고 상황을 조율하는 힘을 배웠죠.” 성실한 학교생활, 교과+종합 투 트랙 지원 바탕 돼 도윤씨에게 사회 과목은 ‘노력과 시간에 성취가 정비례하는 교과’였다.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석구석 빈틈없이 암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어릴 때부터 암기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국어는 제게는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과목이었어요. 반면 수학과 물리는 개념을 깊이 파고들어 그 개념을 응용·활용해 다양한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무척 재밌었어요. 제 성격과 공부 성향에 잘 맞았죠.” 도윤씨는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심화수학> 등 모든 수학 교과에서 최상위 성적을 유지했다. 좋아하지 않는 과목은 노력으로 극복했다. 수시 교과전형을 염두에 뒀기에 어느 한 과목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국어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끈기와 노력으로 1등급을 받았을 땐 스스로가 대견했고 더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다만, 수능 국어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어요. 결국 수능 국어에 발목을 잡혀 정시보다는 수시에 비중을 뒀고, 2학년 때부터는 ‘재수는 없다’는 각오로 종합전형으로 선택지를 넓혀 탐구 활동을 해나갔어요.” 도윤씨는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실무 중심 교육을 운영하고,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채용하는 계약학과에 큰 관심을 가졌다.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모두 염두에 두고 고등학교 생활을 성실히 이어갔기에, 두 전형을 기준으로 지원 전략을 세웠다.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는 종합전형으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와 중앙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는 교과전형으로 지원했다. 최종 선택은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였다. 비록 계약학과는 아니지만, 다양한 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도윤씨가 꿈꾸는 공학도로서의 진로 방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교과전형은 종합전형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쉽고 경쟁률이 낮은 편이에요. 하지만 합격선이 높아 학교 선택에 제약이 있을 수 있죠. 중요한 건 전형을 미리 단정짓기보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이에요. 대단한 탐구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때그때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성실히 학교생활을 했다면 종합전형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질문하는 근력 키우기 <응! 생물학> AI 시대를 맞아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사실을 확인하고 정답을 외우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왜 그럴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등 호기심을 가지고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질문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됐다. 이 책은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이자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학’을 추구하는 유튜버 김응빈 교수가 우리 주변의 엉뚱하고 기발한 궁금증에 과학의 언어로 답하는 교양서다. “질문은 앎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과학의 재미를 돋우는 33개의 질문을 제시한다. 파랑새는 정말 존재하는지, 코는 하나인데 콧구멍은 왜 두 개인지, 인간은 왜 뱀을 혐오하는지, 피카츄가 현실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지 등 호기심 넘치는 질문에 진지하고 자상한 답변을 들려준다. 과학과 예술, 인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답을 따라가다 보면 생물학이 단순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학문임을 깨닫는다. 책 곳곳에 ‘응, 토론하자!’ 코너를 마련해 독자 스스로, 혹은 친구나 AI와 함께 토론하며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과학 덕후’는 물론, 과학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
K-푸드의 맛있는 사연 <맛에 진심이라면, 교양 한 그릇>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밥, 라면, 냉면, 떡볶이와 같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국 음식들이 작품 속에 등장해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관광과 K-푸드 수출이 증가하는 ‘케데헌 효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은 어떤 경로를 거쳐 ‘한국 음식’이 되었을까? 이 책은 요리 연구가이자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박찬일 셰프가 ‘한국인의 솔 푸드’로 불리는 18가지 음식에 담긴 사연을 소개하는 교양서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급식 메뉴 돈가스가 한국에 온 사연부터 명절이나 생일 같은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잡채의 주재료가 당면이 아니었다는 사실 등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이어진다. 음식 관련 지식을 풍성하게 담아 책을 읽고 나면 파스타와 스파게티, 마라탕과 마라샹궈의 차이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입맛을 돋우는 삽화와 자료 사진, 지은이의 생생한 에피소드가 어우러져 ‘음식 문화 기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책 마지막에는 박찬일 셰프의 ‘조금 특별 레시피’ 7개가 부록으로 곁들여졌다. K-푸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
서강대와 파주시가 지난 10월 22일 ‘일생일대 프로젝트’ 기반 평생교육 진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지역 사회의 평생교육 기반을 확대하고 시민 역량 강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관·학 협력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파주시가 추진하는 ‘일생일대 프로젝트’는 서강대 미래교육원과 연계해 읍·면·동 평생학습센터를 운영하고 지역 주민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마을 단위 학습생태계 구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평생교육 체제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중앙대가 지난 10월 29일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프라이버시 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중앙대 융합보안대학원의 개인정보보호 전공(석·박사 과정) 신설을 기념해, AI 시대에 요구되는 개인정보보호 연구 방향과 전문 인력 양성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성맹제 중앙대 연구부총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대학원 개인정보보호 전공 신설을 계기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과 보호를 동시에 견지할 수 있는 연구개발 전문 인력의 양성을 선도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2025년 스탠퍼드대와 글로벌 학술출판사 엘스비어가 공동 발표한 ‘2025 세계 상위 2% 연구자’ 명단에 서울과학기술대 소속 연구자가 25명 선정됐다. 이번 평가는 세계 최대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SCOPUS의 인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연구자의 학문적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지난해(21명)보다 증가한 25명의 연구자가 선정되어, 공학·에너지·소재·환경·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 성과를 입증했다. 특히 이번 결과는 대학이 추진해온 연구 진흥 정책과 데이터 기반 연구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이번 선정과 연계해 ‘SeoulTech 글로벌 연구 성과 뉴스레터’ 발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상위 2% 연구자 명단과 주요 연구 성과, 국제 공동 연구 사례, 주요 논문 및 특허 현황 등을 해외 파트너 대학과 교류 기관,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정기 발송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구 성과의 국제적 확산은 물론, 국제 공동 연구와 해외 협력 기반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정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명지대가 지난 17일 2025학년 창의적 SW 프로그램 경진대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명지대 창의적 SW 프로그램 경진대회는 ICT융합대학에서 시작된 제1회 SW 프로그램 개발 경진대회를 기반으로 해마다 규모를 확대해왔다. 올해는 제4회를 맞아 SW 프로그램 개발, 빅데이터, AI 응용 등 3개 부문으로 운영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총 22개 팀(69명)이 작품을 출품했으며, 사업단장을 포함한 6인의 심사위원이 창의성·기술력·완성도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 13개 팀(47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생명공학→한문교육?! 고전소설 덕후의 반전 3년간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두고 생명과학·생명공학 계열에 몰두한 민하씨의 종착지는 예상 밖이다. 한문교육과 신입생이 된 것. 진로가 달라져도, 혹은 전혀 다른 분야라도 배움을 향한 호기심과 꾸준함이 있다면 길은 열린다. 민하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3년 내내 생명과학 올인하고 한문교육과 합격?!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경우 관심 분야와 밀접한 교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심층적인 탐구를 진행해야 ‘전공 적합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인식이 크다. 좁게는 ‘전공 적합성’, 넓게는 ‘진로 역량’ 등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종합전형 평가 시 지원 전공(계열)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주요하게 본다. 한데 이를 중점적으로 보지 않는 대학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성균관대다. 성균관대 종합전형의 서류 평가 요소는 ‘학업 역량’ ‘탐구 역량’ ‘잠재 역량’으로, 지원 모집 단위에 국한하지 않고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을 폭넓게 평가한다. 민하씨의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합격은 이러한 평가 방향을 잘 보여준다. 민하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생명과학·생명공학에 흥미를 갖고 관련 분야를 꾸준히 준비해왔다. 어릴 때부터 의학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생명과학>을 배우며 세포 유전자 생태계 등의 주제를 재미있게 공부했다.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탐구하려는 자세를 대학이 좋게 평가한 게 아닐까 싶어요. 특히 환경 동아리에서 2년간 활동하면서 교과 수업도 깊이 파고들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자세로 참여하게 됐어요. 모교는 탄소 중립 중점 학교로 환경 관련 활동을 많이 지원해줬어요. 덕분에 실험 주제를 정할 때면 자연스레 환경과 관련된 주제부터 생각하곤 했어요. 동아리에서 어떤 실험을 시도할까 고민하던 중 ‘생물 잔해를 이용해 천연 비료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제 관심 분야인 생명과학과도 연관이 있고 환경 문제와도 밀접한 주제였어요. 팀원들과 함께 낙엽, 커피 찌꺼기, 달걀 껍데기 등으로 천연 비료를 만들었고 토양에 뿌려 산성도(pH)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했습니다. 실험을 마친 후 결과를 잘 정리한 덕분에 소논문까지 완성할 수 있었어요.” 소논문 작성은 단순한 경험 하나로 그치지 않았다. 실험에 관한 흥미를 키워줬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이 또 다른 탐구에 도전하게끔 이끌었다. 민하씨는 이 경험을 살려 2학년 진로 활동 시간에 직접 팀을 꾸리고 관심 분야를 스스로 탐구해보기로 했다. “한창 제로 칼로리 음식이 유행할 때 관련 연구를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과 힘을 합쳐 설문조사부터 실험까지 직접 진행하기로 했죠. 먼저 제로 칼로리 음료 섭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혈당 측정기를 이용해 제로 칼로리 음료와 일반 음료 섭취 시 혈당량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어요. 더불어 제로 칼로리 음료 속 인공 감미료인 수크랄로스, 알룰로스, 아스파담에 대해 탐구하고 관련 연구 자료를 탐독하면서 이들이 당뇨병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수업 시간에는 이론만 배우고 넘어가는 일이 많은데, 직접 실험을 해보니 경과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인상 깊었어요.” 최애 도서는 <햄릿> 고전소설 좋아한 이과생 민하씨는 사회보다 과학을 좋아하고 실험에 흥미를 느꼈지만 글을 읽고 해석하는 일 자체는 좋아했다. 국어·영어 지문이 흥미로웠고 어떤 글이든 관심 분야와 연관해 폭넓은 생각으로 확장할 수 있어 매력을 느꼈다. “<문학> 시간에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토론했는데, 가난의 책임이 사회에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의 난쟁이들을 보호하려면 촘촘한 의료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글을 읽는 일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를 분석하고 제가 관심이 있는 의학 분야와 엮는 일이 재미있었죠.” 휴식을 취할 땐 고전소설을 찾았다. 시험공부부터 교내 활동까지, 치열한 고교 생활 속에서 고전소설은 피난처가 돼줬다. 유튜브, 운동, 영화 등 흔히 생각하는 스트레스 해소법 대신 민하씨는 고전소설 책장을 넘기곤 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보다 생각해볼 거리가 있고 문장 하나하나가 여운을 남기는 고전소설이 좋아요. 페이지가 많아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긴 하지만, 부담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어떤 내용이 숨어 있을까 기대되더라고요. 한 자 한 자를 음미하며 천천히 고전소설의 주제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즐거워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모두 읽었는데 전 <햄릿>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잘 알려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부분을 통해 햄릿이 정말 우유부단한 성격인지 뜯어보는 것도 흥미롭죠. 햄릿이 처한 상황을 알면 그를 결정을 못 하는 성격이라고 무조건 비난할 순 없을 거예요.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요소 하나하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 제게는 힐링이었어요. 돌이켜보면 한문교육과 지원을 결심할 때 크게 주저함이 없었던 것도 이런 성향이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대입, 여러 방면 도전해보길 민하씨는 수시 지원 시 다양한 학과에 지원했다. 종합전형으로 생명과학 관련 학과 진학이라는 목표는 뚜렷했지만, 정작 대학 입학을 앞두니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게 됐다. 의약학 쏠림 현상으로 생명과학·생명공학 관련 전공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합격선 또한 높게 형성되다 보니 부담이 된 것. 결국 생명과학·생명공학 관련 학과와 경제학과 등으로 분산 지원했다. 과학을 좋아하고 글에 거부감이 없다는 점은 다양한 선택을 하는 배경이 됐다. 특히 한문교육과는 사범대학으로 중등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과 희소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도전했다. 성균관대 종합전형은 전공 적합성보다 성실한 학교생활과 자기 주도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희망했던 진로와는 전혀 다른 학과에 입학했지만 지금은 만족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민하씨. 후배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분야라고 해서 마음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한문에 관해 잘 몰랐지만 교수님이 하나하나 풀이해주시고 시험에 나올 법한 것도 쉽게 설명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적응 중이에요. 현재는 한문 교사가 되는 길과 생명공학 관련 학과를 복수전공해 기업에 입사하는 방향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대학의 복수전공 제도를 이용하면 자신이 원했던 전공 공부를 해볼 수도 있고, 새로운 전공이 의외로 잘 맞을 수도 있으니 대학에서 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취재 임하은 기자 im@naeil.com
원서 넘어 에듀테크 콘텐츠 조준 영문학의 가능성은 무한대! 서윤씨는 어릴 적부터 영어책을 즐겨 읽었다. 특히 로알드 달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에 푹 빠졌고, 중학교 땐 <홀(Holes)>과 <해리 포터> 시리즈를 탐독하며 책 속 영어 세상을 마음껏 즐겼다. 자연스럽게 영어는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경험한 온라인 수업은 에듀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본인의 좌우명인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자’에 맞는 영어 교육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게 됐다. ‘어떤 일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땐 꼭 해본다’는 서윤씨. 영문학에서 에듀테크로 뻗어가는 그의 망설임 없는 도전을 들어봤다. 동아리 활동으로 영어 역량 UP 서윤씨는 고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명확했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넘어 영어로 생각하고 표현하며 창조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러 영어 관련 동아리 중에서도 영어잡지부 ‘클로즈업’을 3년간 선택한 이유다. 1학년 때는 편집부 일원으로 활동하며 기사 작성 준칙에 따라 부원들의 글을 검토하고, 오탈자부터 문법 오류까지 꼼꼼히 살피는 편집 과정에 참여했다. 남의 글을 수정하는 일은 큰 책임감이 따랐고, 영어 공부의 원동력이 됐다. 자신의 영어 글쓰기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1·2학년 교내 영어 에세이 쓰기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동아리 부원만 30명이다 보니 다양한 주제의 글을 접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가독성이 좋은 글이란 뭘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2학년 때는 편집부장을 맡아 동아리를 이끌었는데, 부원들의 영어 실력과 관심 분야를 고려해 주제를 배정했어요. 모두 즐겁게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제 몫이었죠. 리더십과 협업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어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온·오프라인 수업을 동시에 경험한 서윤씨는 자연스럽게 ‘영어 교육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교육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학습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후 자율동아리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봉사활동’에 참여해 에듀테크에 대한 시야를 넓혀나갔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대입 반영 여부나 득실을 따지지 않고 다 해봤던 것 같아요. 지역 사회의 학습 취약 계층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영어 학습 지원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어요. 디지털 환경이 학습 격차를 줄이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직접 느꼈죠. 특히 듣기·말하기·읽기·쓰기처럼 영역이 세분화된 영어 과목일수록,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속도에 맞는 맞춤형 학습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단순히 기술로 수업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학습자의 필요에 맞게 교육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 에듀테크의 진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기술 아닌 학습 환경이 핵심 에듀테크 본질 알려준 독서 서윤씨는 고등학교 3년 동안 3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자연 계열은 실험이나 연구를 통해 탐구 역량을 보여줄 수 있지만, 인문 계열은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에 좋아하는 책을 통해 사고의 확장을 보여주는 게 가장 ‘나다운 탐구’라고 생각했어요. 한 권을 읽고 생긴 관심을 따라 또 다른 책을 찾아 읽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했죠. 그 과정이 과목을 넘나들며 학생부에 담겼고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부터 미국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앵무새 죽이기>까지 인물의 성격을 세밀하게 그리며 인간 본성을 분석적으로 드러낸, 시대를 아우르는 영미 고전 문학 작품을 주로 탐구했다. 그중 3학년 <고전읽기> 독서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만과 편견>을 읽은 뒤, 제인 오스틴이 그보다 2년 앞서 집필한 <이성과 감성>을 함께 읽으며 비교 분석했다. “두 작품 모두 사랑을 주제로 하고 비슷한 시대와 사회적 배경을 담고 있지만 <이성과 감성>은 도덕적 교훈에 더 비중을 두고 인물 대비가 뚜렷해요. 주제 의식이 셰익스피어 작품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죠. <오만과 편견>은 보다 세련된 구성과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차이점을 찾으면서, 제인 오스틴의 사상과 문체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짜릿했어요.” 관심 분야인 에듀테크 연계 활동으로 시의성을 담은 비문학 도서를 골라 읽었다. 2학년 <독서> 시간에 읽은 <교사를 위한 미래 X 교육 안내서>가 대표적이다. 책을 읽은 뒤에는 실제로 각 과목 선생님을 찾아가 에듀테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에듀테크는 단순히 첨단 기술을 이용한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배우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기술을 ‘보조 도구’가 아니라 학습을 확장하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었죠. 나도 언젠가 이런 변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여유’와 ‘넛지’라는 키워드로 나만의 에듀테크 방향을 독서 탐구 발표에 그대로 담았어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께 좋은 평가를 받아 기억에 남아요.” ‘최저 기준 있는’ 전형 집중 공략 서윤씨의 모교는 비평준화고로, 내신 관리가 쉽지 않았다. 1학년 때는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2·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내신 등급이 다소 불안정하게 널뛰었다. 동아리 편집부장과 전교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후회 없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냈지만, 내신 성적에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그럼에도 3학년 때는 진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영어 교과만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1등급을 받아냈다. 역사가 오래된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는 서윤씨의 1지망이었다. “종합전형도 제 내신 등급으로는 안정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최저 기준이 없는 면접형 종합전형 대신, 최저 기준이 있는 전형을 목표로 했죠. 이화여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시 지원에 최저 기준을 활용했어요. 평소 종합전형을 염두에 두면서도 수능 공부를 꾸준히 병행한 덕분에 길이 보였어요.” 가장 큰 문제는 평소 약점이었던 국어였다. 지원 당시 이화여대 인문 계열 미래인재전형의 최저 기준은 국·수·영·탐(1과목) 중 3개 영역(국어 포함) 등급 합 6 이내였기에 서윤씨는 수능 공부의 대부분을 국어에 집중했다. 등하굣길 지하철 안에서도 국어 지문을 읽었고, 매일 꾸준히 많은 시간을 쏟았다. 약점이던 문법과 문학 영역도 인터넷 강의를 통해 꼼꼼히 보완해나갔다. 결국 3개 영역 등급 합 5로 합격증을 받았다. “최근 대학마다 종합전형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어요. 같은 종합전형이라도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선택해야 합니다. 목표로 하는 학교와 전공의 세부 선발 기준을 미리 살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수시러’ ‘정시러’는 추천하지 않아요. 어떤 길이 나를 합격으로 데려다줄지 모르거든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며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진짜’ 한국인이 도대체 뭐지? <캐리커처> 이 책의 주인공은 이민 2세대 청소년이다. 해장국 가게를 운영하는 스리랑카 출신의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주현은 주중 피크 타임에는 엄마의 가게 일을 돕고, 주말에는 승윤 형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 대치동 강의를 듣는다. 어린 시절 아동센터에서 만나 함께 자란 둘은 승윤이 호주 유학을 가면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 승윤이 주현과 같은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을 하게 되면서 승윤의 무리와 어울리게 된 주현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자신이 ‘진짜’ 한국인인지 혼란을 느낀다.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기도 하고, 자신의 무리에 속한 이민 2세대 친구를 ‘동남아’라고 멸칭하는 승윤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고 항의하기도 한다. 지은이는 주현과 승윤의 복잡한 우정을 그리면서 이민 2세대 청소년의 정체성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정교하게 다룬다. 친구 사이의 미묘한 권력 관계, 한국 청소년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현실 감각이 돋보이는 청소년 소설이다. 이민 2세대 친구의 고민을 이해하고 싶은 청소년과 다문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색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