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민씨가 진로로 고민할 때마다 방향을 잃지 않도록 나침반이 되어준 건 바로 책이다. 그가 읽고 탐구 활동에 참고했던 독서 목록과 빼곡하게 정리된 책 속 문장을 보니 비로소 독서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심화·융합 탐구 활동을 거쳐 소비자 분석 연구원이라는 꿈에 다다르기까지 채민씨의 여정을 따라가보자. 법·사회복지 거쳐 경영으로 채민씨는 고2 말에 경영학과로 마음을 굳히기까지 여러 번 진로 방향을 틀었다. 중학교 때는 영화에서처럼 열변을 토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사회과학 계열로 진로를 정하면서 사회복지에도 관심이 생겼다. 고2 2학기에 배웠던 <확률과 통계>는 최종 진로에 쐐기를 박게 도와줬다. “마치 인문 계열과 자연 계열의 중간 지대에 있는 듯한 수업이었어요. 그때 소비자학과 교수님의 책을 읽었는데 데이터 분석을 좋아했던 저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었어요. 자연스럽게 경영으로 길을 정했죠.” 1학년 때 사회복지,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덕분에 3학년 때는 오히려 심화 탐구를 하기가 수월했다. 대표적인 탐구 주제가 ‘고령화와 저출생 정책’이었다. 고2 <사회·문화> 시간에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를 읽고 일본을 거울삼아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의 해결 방안을 고민했던 탐구 활동을 3학년 ‘진로 심화 프로젝트’에서 심화시켜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령화 정책을 비교 분석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나라여서인지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더라고요. 외국인 간병인 제도를 도입하거나 몸이 덜 불편한 어르신이 더 아픈 어르신을 챙기기도 하고, 낙상 사고가 많은 고령층이 침대를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돕는 로봇도 상용화됐어요.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많은 어르신이 맞벌이 부부 대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요양원과 보육원을 결합한 시설도 있고요. 각 세대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도화한 점이 인상 깊었어요.” 채민씨의 심화 탐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회복지 정책을 포항의 근대 역사 문화 거리를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와 융합하는 탐구 활동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포항 구룡포의 일본 적산 가옥 거리는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될 정도로 유명하지만 막상 관광객은 즐길 거리가 없어서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곳의 상권을 부활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스탬프 투어와 가옥 개조 사업을 기획해 교내 공모전에 응모했어요.” 2학년 때는 융합 주제 탐구 활동으로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 감소 문제를 살폈다. 이 주제가 흥미로웠던 채민씨는 고2~3 동안 심화 탐구를 통해 미래의 식문화 변화까지 예측했다. “2학년 때는 농업의 전반적인 현황만 조사했다면 3학년 <과학사> 수업에서는 더 나아가 간편식 산업과 가루 쌀 산업 등 농업 기술 발달과 식문화 변화의 연관성에 대해서 탐구했어요. 온라인 식재료 구매 서비스를 통해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나가지 않아도 많은 정보를 토대로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진로 찾기의 마중물 된 <한국지리>의 상권·소비자 탐구 채민씨는 2학년 때 <한국지리>와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를 공부했고 3학년 때는 <세계지리>와 <세계사>를 이수했다. 수능 사회탐구 과목은 좋아했던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선택했다. 희망 진로인 상경 계열을 고려하면 <정치와 법>이나 <경제>를 배우고 싶었지만 학교에 개설되지 않아 최대한 타 과목과 경영을 엮어 탐구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다. 책을 항상 가까이했던 습관은 여기서 빛을 발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했던 채민씨는 독서 후에 인상 깊은 구절을 메모해두고 틈틈이 확인하면서 탐구 주제를 떠올렸다. 주제를 정한 후에는 어떤 과목에서 어떤 탐구를 할지 고민했다. 그중 <한국지리>의 커피 전문점의 연평균 증감률 탐구는 나중에 이어지는 탐구 활동의 마중물과 다름없었다. 통계 지리 정보 서비스의 자료를 활용해 커피 전문점의 연평균 증감률을 조사했는데 커피 전문점의 분포와 유동 인구를 확인하면서 통계와 소비자 심리를 향한 관심과 함께 진로에 대한 확신도 커졌기 때문이다. <영어독해와 작문> 시간에 읽은 <트렌드 차이나>는 ‘소비자 분석 연구원’이라는 구체적인 꿈으로 이끌었다. “중국 소비자를 소득과 자기·타인 지향성에 따라 VIP형, 트렌디형, 자기만족형 등 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한 책이에요. 소비자를 세분화하면 보다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짤 수 있겠더라고요. 소비자 심리 분석에 흥미를 돋우는 계기가 됐어요.” <수학과제탐구>에서는 사회과학 연구에서 사용하는 ‘베이지안 통계’를 탐구하며 소비자 분석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불확실한 주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때 많이 사용하는 통계법으로 사전 지식에 데이터를 추가하면서 가설 또한 수정해나가는 점이 특징이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정답이 없는 인문학 주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됐어요. 오히려 기존의 문헌 연구 방법보다 유연해서 매력적이더라고요.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면접에서 이 내용을 질문하셨어요. 열심히 공부한 내용인 만큼 자신 있게 대답했는데 다행히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습니다. (웃음)”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는 경영학전공과 글로벌테크노경영(GTM)전공으로 나뉜다. 채민씨는 경영학전공에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지원했지만 불합격했고, GTM전공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해 합격했다. GTM전공은 핀테크, 지식 재산, 프로그래밍, AI 등 기술과 관련된 교육과정이 중심이다. 요즘은 파이썬을 배우는 ‘기술정보개론’ 수업이 아주 재미있다고. “상경 계열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법 분야의 수업을 추천해요. 대학 수업을 들어보니 소비자나기업 소송 사례에 법과 관련한 내용이 많이 언급되고 특히 전공 수업에 법 분야가 많이 언급되거든요. 또한 공동 교육과정은 다양한 탐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타 학교 학생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이니 꼭 활용해보길 바라요!”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발표는 나중에 하는 게 더 좋다고? <최소한의 행동경제학>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다루는 학문으로, 선택의 순간마다 어떤 심리가 작동하는지 분석한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현직 교사가 쓴 행동경제학 입문서다. 관계부터 대화, 목표, 선택, 돈, 행복까지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초두 효과, 앵커링, 프레이밍, 휴리스틱 등 꼭 알아야 할 36가지 행동경제학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을 땐 어떻게 할까?’(유사성 효과), ‘발표, 먼저 할까 나중에 할까?’(순서 효과) 등 학생의 관심사에 대한 답을 사회학자와 심리학자가 검증한 실험으로 안내한다. ‘비 오는 날 택시 잡기가 힘든 이유’(휴리스틱), ‘한 달 무료인 OTT를 왜 계속 이용할까?’(보유 효과) 같은 질문은 성인의 호기심도 자극한다. 저자는 독자가 고민하면서 답을 찾도록 구성해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대안까지 제시한다. 심리적인 함정에 빠지지 않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픈 이들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
청소년을 위한 슬기로운 정치 안내서 <정치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정치는 어른만의 일일까? 청소년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20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친 승지홍 작가는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하고 많은 사람이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청소년이 정치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질문하는 사회’ 시리즈의 첫 번째로 청소년을 위한 친절한 정치 교육서다.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권력, 민주주의, 국제 정치 등 정치의 핵심 주제를 다룬다.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국제 관계, 환경, 시민운동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이슈에 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사회 교과에서 꼭 알아야 할 개념을 ‘지식+해시태그’로 정리했고, 본문을 바탕으로 ‘질문 안의 질문’을 던져 독자가 스스로 생각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게 안내한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주제와 관련있는 사상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의 관점에서 답해보는 ‘정치 멘토에게 묻다’ 코너를 마련해 역사 맥락에서 사고를 확장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대통령 중임제, 헌법, 선거 제도 등 최근 정치 뉴스를 보면서 청소년이 가질 만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으로 정치를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학생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
철저한 패인 분석으로 두 번째 도전에서 합격했죠 황인영씨는 두 번의 도전 끝에 숭실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내신 성적은 좋았지만 2학년 2학기 성적이 하락해 정시로 향했고 뜻하지 않은 건강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수학과 과탐 중심으로 끈기 있게 공부해 성적 향상을 이끌었다. 수시와 정시는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가능성을 놓지 말고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하는 인영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정시에 주력하게 된 이유는? 당초에는 수시를 준비했어요. 2학년까지 내신 성적도 좋았고요. 그런데 2학년 2학기 성적이 예상외로 많이 하락했어요. 그 성적을 포함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겠다고 판단해 2학년 겨울방학부터 정시로 눈을 돌렸습니다. 제한된 범위를 샅샅이 공부하다 다음으로 넘겨버리는 내신 시험보다 범위는 넓지만 깊이 있게 반복해서 공부하는 수능이 제게 더 맞기도 했고요. 그간의 모의고사 성적도 만족스러웠고 노력한 만큼 성적이 꾸준히 올라 두려움 없이 선택했습니다. Q. 고등학교 생활과 수능 대비는? 주변에 정시를 목표로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어요. 수시를 준비하던 2학년 때까지는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고, 친구들과 밤늦도록 함께 공부하고 과제도 하면서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생활 패턴이 비슷하니 함께 어울릴 수 있었죠. 그러나 정시로 방향을 바꾼 후 생활의 변화가 컸습니다. 함께 준비하는 친구가 없었어요. 정보를 얻기도 어려웠고 외롭게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혼자 공부했죠. 정시는 수학과 과학의 반영 비중이 높기도 하고 좋아하는 과목이어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과탐 선택 과목은 내신에서는 <물리학I> <화학I> <생명과학I>을 이수했습니다. 그중 <화학I> <생명과학I>을 수능 과목으로 선택했어요. <화학I>은 계산 문제가 많아 30분 안에 20문항을 해결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1년 내내 고전했습니다. 수능을 준비하던 중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갑작스레 폐질환 기흉이 재발했어요. 1학년 때 같은 병으로 5번이나 입원했었는데 2년 만에 다시 재발한 거죠. 수능까지 계획대로 완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겁이 났고, 일단 부랴부랴 계획에 없던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숭실대 숙명여대 세종대 등 6곳을 지원했어요. 3학년 성적과 학생부가 부실해 종합전형은 고려할 수 없었어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라도 맞추기 위해 수학과 영어를 집중 공략해 공부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능 성적을 받았어요. 교과전형으로 두 곳에 합격했으나 재도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두 번째 수능 대비는 어떻게 했나? 첫 수능의 패인을 돌이켜보니 기적 같은 성적 향상을 기대하며 안일하게 공부했던 점, 틀린 문제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매번 그냥 넘어갔던 점, 문제 풀이법을 정확히 익히지 않고 이리저리 시도하며 갈피를 못 잡은 점 등이 떠올랐습니다. 시간을 아끼고 ‘혼공’을 늘리려 독서실에서 공부했어요. 어려웠던 <화학I> 대신 <지구과학I>로 바꿔 인강으로 개념 공부를 시작했고 국어와 <생명과학I>은 단과학원을 수강했습니다. ‘혼공’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러 공부법을 시도해볼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수학 오답 노트와 과탐 오개념 모음집을 직접 만들어 활용했는데 수능까지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수학은 진심을 담아 끈기 있게 공부했어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도 절대 정답 해설서를 보지 않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알고 있는 개념과 풀이법을 사용해 다양하게 시도해보려고 애썼습니다. 처음에는 힘겨웠지만 풀이 과정이 정답과 같았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재미로 재수 생활을 견뎌낸 것 같아요. 채점 후에도 주요 개념을 다시 정리하고 더 효율적인 풀이법을 고민하며 유사한 유형을 연관시켜 공부했습니다. 탐구 오개념 모음집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개념이나 헛갈리는 빈출 개념을 잡아주는 데 주효했습니다. 공을 들인 수학은 4등급에서 2등급으로, 과탐은 4~5등급에서 1~3등급으로 성적이 향상됐어요. 그에 비해 국어와 영어는 4등급, 3등급으로 큰 변화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Q.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다양한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탐색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정시를 목표로 해도 학교생활은 놓지 않는 것이 좋고요, 좋은 학생부로 수시를 지원한다 해도 수능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시와 정시는 다른 길 같지만 어떻게 지원하고 합격할지는 예상할 수 없고, 내신과 수능은 다른 시험 같지만 공부의 본질에는 차이가 없더라고요, 쉬운 길은 없어요. 어느 쪽이든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
지난 9일, 유타대 아시아캠퍼스가 ‘연수구-코튼우드 하이츠시 자매공원 조성 프로젝트’와 관련한 학생 설계 피드백 세션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조경 문화와 미학을 미국 도시 공간에 구현하고자 기획되었다. 현재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도시계획학과는 실제 수업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과제로 운영 중이다. 도시계획학과 학생은 5월 중 최종 설계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자매공원은 선정된 안을 바탕으로 2027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정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세종대 환경융합공학과 노준성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에 따른 남극 먹이망 변화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안정 동위원소 분석 기법을 활용해 빙하의 후퇴와 해빙 변동성이 남극 연안 먹이망의 영양역학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연구 결과, 서남극 연안의 빙하 후퇴는 삿갓조개를 비롯한 주요 생물의 식이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서남극과 동남극에서 해빙의 변화 양상이 달라 주요 1차 생산이 달라졌으며 연안 생태계 먹이망 내 탄소 동위원소 분포 양상도 지역에 따라 바뀌었다. 정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사회 약자 돕는 자율주행 자동차 만들고 싶어요 수민씨는 어릴 적에 방송국 PD를 꿈꿀 때나 자율주행 자동차 글로벌 연구원이라는 새로운 꿈이 생긴 지금이나 언제나 진심으로 자신의 길을 탐색했다. 호기심이 생기면 깊이 파고들었고 일상의 작은 불편함도 지나치지 않고 늘 개선점을 고민했다. 한국뉴욕주립대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완전 정복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수민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 참가로 진로 구체화 초·중학교 시절, 방송반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수민씨의 꿈은 방송 프로듀서였다. 그러다 우연히 중3 때 학교에서 공학 리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재미에 빠졌다. 코딩을 통해 시스템 제어, 특히 오픈 소스 하드웨어 플랫폼인 아두이노를 활용해 직접 로봇을 만드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레고를 조립할 때면 몇 시간이고 자리를 뜨지 않고 몰두했어요. 설명서를 따라가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짜릿했죠. 코딩을 접하면서 ‘설명서를 직접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민씨는 기계공학의 바탕이 되는 컴퓨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살려 IT 동아리에서 3년간 활동했다. 교내외 다른 동아리와의 연합 활동을 통해 다양하고 폭넓은 융합 탐구 경험도 쌓았다. 그중 2학년 때 한성과학고 뇌과학 동아리와의 연합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미지나 영상 인식에 주로 사용되는 딥러닝 모델인 CNN(합성곱 신경망)으로 뉴런 신경 세포의 신경 처리 과정을 직접 설계했다. 친구들과 함께 팀으로 참가한 ‘현대 모비스 청소년 공학 리더 자율주행차 경진대회’는 꿈이 자율주행 자동차로 구체화된 계기가 됐다. “자율주행 기술의 문제점을 직접 발견하고 개선점을 찾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최적의 알고리즘을 설계해 코스를 최대한 빨리 정확하게 완주하는 대회였죠. 이론 중심의 공부를 할 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심장이 뛰었어요. 3년 동안 대회에 참가하면서 자율주행 분야로 진로를 굳혔어요.” 수민씨는 고1 때 총학생회 활동도 놓지 않았고 학급 임원은 물론 영상 제작 자율동아리, 방과 후 학교 스포츠 클럽에도 참여했다. 내신 공부와 수행평가만으로도 벅찬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많은 활동을 해낼 수 있었을까? “고등학교 생활은 단 한 번뿐이잖아요. 하고 싶은 일은 모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내신 시험을 한 번 겪어보니 무모한 도전인가 싶었지만, 후회는 없었어요. 신나게 춤추면서 땀을 흠뻑 쏟고 나면 스트레스가 날아가더라고요.” 한번 시작한 일은 꼭 해내고 만다는 수민씨는 고등학교 3년을 지나며 ‘불가능은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교내외 대회 수상 기록과 자기소개서 비중 있게 평가하는 한국뉴욕주립대 수민씨는 기계공학과 AI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연구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해외 대학 진학을 고려했다. 하나고에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AP(Advanced Placement) 과정을 다수 이수했는데, 대학 수준의 수업이라 해외 대학 커리큘럼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의지하던 영어 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학습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한국뉴욕주립대 기계공학과에 지원을 결정했다. 수민씨의 대입 전략은 집중과 선택이었다. 카이스트,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한국뉴욕주립대 기계공학과에 지원했는데 한국뉴욕주립대와 카이스트는 수시 지원 제한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 학교이므로 사실상 수시 지원은 한 곳만 한 셈이다. 한국뉴욕주립대 기계공학과는 봄·가을학기에 모두 지원 가능하다. “봄학기에는 1월 중순까지 3차에 나누어 지원할 수 있어요. 선착순으로 심사하고 합격을 통보하는 롤링 어드미션(Rolling Admission) 제도로 심사하기 때문에 의지가 확고하다면 일찍 지원하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고려대의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능을 준비했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한국뉴욕주립대에 집중했어요.” 한국뉴욕주립대는 면접이 없는 대신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토플, 듀오링고(DET) 등의 공인 영어 시험, 영단어 650개 이내의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제출해야 한다. 수민씨는 9월에 지원서를 냈고 수능 전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합격의 비결은 뭘까? “교내외 대회 수상 기록은 학생부에 반영되지 않지만 한국뉴욕주립대는 자기소개서와 에세이를 평가하거든요. 교내외 탐구 활동과 대회에 꾸준히 참여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게 주효했다고 생각해요.” 목표는 자율주행 자동차 글로벌 연구원 수민씨는 조부모님 댁을 자주 오갔기에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장시간 운전하시는 부모님이 힘들어 보였고 비바람이 몰아칠 때면 안전운전에 대한 걱정도 컸다. 그때부터 스스로 운전하고 탑승객이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주고 실내 온도를 맞춰주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상하게 됐다.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는 모든 환경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5단계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어요.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중화되면 최근 자주 공론화되는 고령 운전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장애인 등 사회 약자를 아우르는 완벽한 자율주행 시대가 곧 열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민씨의 목표는 자율주행 자동차 글로벌 연구원이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 내내 깊은 관심으로 탐구했던 분야가 ‘슬램(SLAM, 기계가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지도를 작성하는 기술)’이다. 기상 악화나 험난한 지형으로 GPS가 부정확할 때 자동차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는 수민씨. AI 기반의 기계공학뿐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의 윤리 딜레마, 사고 책임을 가리는 AI 헌법 공부도 이어나가는 중이다. “관심 분야가 바뀌면 바뀌는 대로, 때로는 경로에서 이탈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세요. 시행착오를 겪긴 하겠지만 후회는 없을 거예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낙서에서 시작된 진심 독창성으로 실기의 벽 돌파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코로나 시기, 지루한 ‘집콕’ 생활을 견디기 위해 손에 쥔 연필이 다른 진로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에 만족했지만, 점점 더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인체 비율과 배경, 구도 등을 신경 쓰다 보니 독학으로는 한계가 느껴졌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위해 중3 겨울방학 때 미술 학원에 첫 발을 들였다. 고등학교도 디지털미디어디자인과가 있는 특성화고로 진학했다. 처음에는 취업을 고려했지만 다양한 전공 수업을 들으며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미대 진학을 꿈꿨다. 실기 비중이 높은 수시전형 합격을 목표로 하루 4시간씩 꾸준히 연습한 결과, 강원대와 삼육대에 나란히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주제에 맞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눈길을 끄는 색채 감각으로 경쟁률이 높은 실기의 벽을 뚫은 주형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수시 실기전형이 주력 전형이었나? 특성화고에서 취업이 아닌 진학 준비를 하다 보니 수능 공부까지 병행하긴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정시보다는 수시전형에 관심을 갖게 됐죠. 실기를 보는 수시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 성적으로 일정 배수를 선발한 다음 2단계에서 실기고사를 실시하는 다단계 전형과 일괄 합산 전형으로 나뉘는데요. 아무래도 상위권 대학이 주로 시행하는 다단계 전형보다는 실기 반영 비율이 높은 일괄 합산 전형이 제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어요. 3년 동안 실기 준비를 열심히 하면 경쟁률이 높더라도 승산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디자인 계열 실기고사는 ‘기초디자인’과 ‘기초소양’ ‘발상과 표현’ ‘사고의 전환’ 등 네 종목이 주가 되는데요, 창의적인 발상과 자유로운 표현 방식에 매력을 느껴 원서를 쓸 때 ‘발상과 표현’ 종목을 보는 대학을 골라 집중적으로 지원했어요. 혹시 몰라 학생부 교과 성적도 2등급 중반으로 마무리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기 성적을 100% 반영하는 삼육대 아트앤디자인학과에 합격했습니다. (웃음) Q. 실기 준비는 어떻게 했나? 1학년 때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했어요.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고 형태와 명암 표현에 익숙해지기 위해 소묘와 정물 드로잉을 반복하며 기초를 탄탄히 다지려고 노력했어요. 2학년부터는 새로운 구도와 색감, 창의적인 발상 전개에 집중하며 표현의 폭을 넓혀갔어요.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3학년 때는 기초디자인이나 소묘는 빼고 ‘발상과 표현’ 연습에만 집중했어요. ‘발상과 표현’은 단순히 잘 그리는 것보다 주어진 키워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풀어내는지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날은 30분마다 새로운 주제를 받아 스케치만 8시간 내내 반복하기도 했어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떠올리고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훈련을 한 거죠. 입시반에 들어가서는 다양한 기출문제를 풀며 실전 감각을 키우는 연습을 반복했어요. Q. 삼육대 입시 준비 전략은? 삼육대 아트앤디자인학과는 수시에서 학생부 20%에 실기 80%를 반영하는 학교장추천전형과 실기 100%로 신입생을 뽑는 실기우수자전형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실기 비중이 높다 보니 해마다 경쟁률이 30:1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요. 실기 유형은 ‘기초디자인’ ‘기초소양’ ‘발상과 표현’ 중 하나를 선택해 4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는 건데요. 제가 시험을 본 ‘발상과 표현’에서는 물방울과 리본, 붓으로 ‘미래의 생태공원’을 표현하는 문제가 출제됐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본을 로봇 팔로 활용하고 건축물에는 자연과 로봇 요소를 결합해 미래지향적인 공간을 구성했어요. 채색을 할 때도 그라데이션과 농도 조절을 통해 독창성을 살리려고 노력했죠. 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Q.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다면? 성적이 대학을 결정하고, 실기가 합격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경쟁률이 높은 미대 입시에서 합격에 가까워지기려면 결국 실기 실력이 가장 중요해요. 가고 싶은 대학이 있다면 그 학교의 실기 유형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하루라도 빨리 준비를 시작하는 게 좋아요. 자신 있는 실기 종목이 있다면 함께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과 유연함이에요. 열심히 하되, 어느 순간 막막하고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든다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세요. 예를 들어, 나와 맞지 않는 학원이라면 과감히 옮기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어요.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전환점을 맞을 수 있거든요. 막막한 미대 입시지만, 끝까지 자신을 믿고 밀고 나가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올 거예요. 험난한 수험 생활 동안 자신만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길 응원합니다!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 교수 연구팀이 가상 세포를 이용해 다양한 산업용 미생물 세포 공장의 생산 능력을 종합 평가하고, 특정 화학 물질 생산에 가장 적합한 미생물 균주를 선정해 최적의 대사 공학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대장균, 효모, 고초균,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 슈도모나스 푸티다 등 산업 미생물의 화학 물질 생산 능력을 235가지 유용 물질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또한 유전체 수준의 대사 모델을 이용해 미생물이 생산할 수 있는 화학 물질의 최대 이론 수율과 실제 공정에서 달성 가능한 최대 수율을 계산했고, 각 화학 물질 생산에 가장 적합한 균주를 선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정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불확실해서 매력적인 돈의 흐름 자연 계열에서 방향 튼 이유였죠 지우씨에게는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문장이 잘 어울린다. 자연 계열인 줄 알았던 적성이 경제를 배우면서 완전히 바뀌었고 제 방향을 찾은 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관심사를 파고들었다. 판타지 같아 공부하는 게 마냥 신났던 지우씨의 경제 탐구 생활을 들어보자. <통합사회> 배우면서 경제에 관심 생겨 상경 계열로 지우씨는 고1 때까지만 해도 자연 계열 성향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과학 과목을 공부하면서 뭔가 맞지 않는다고 느낄 무렵 <통합사회> 시간에 주식과 채권에 대해 배우면서 ‘돈의 흐름’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부해보니 과학은 원리와 공식으로 결과를 유추하는 데 반해 경제와 경영은 아무리 사람이 계획을 세워도 많은 변수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불확실성은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졌다. “돈의 흐름이 정말 신기했어요. 돈은 물건의 구매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돌아가게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판타지 같았어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돈은 계속 흐르잖아요. 사람의 심리에 따라서 돈의 흐름이 달라지는 현상도 재미있었어요.” 결국 2학년 때 선택 과목을 <경제>와 <정치와 법>으로 바꾸면서 상경 계열로 진로를 굳혔다. 일단 자신의 궤도를 찾고 나니 탐구 활동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우씨의 관심은 돈의 흐름을 주도하고 때로는 변수가 되는 사람에게 향했다. 사람의 심리를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경영에 끌린 이유이기도 하다. <수학Ⅰ>에서는 경제의 기초 개념인 단리와 복리를 조사했다. 지우씨는 일정한 비율로 이자가 붙는 단리와 달리 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복리를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사회 문제와 연결시켰다. 복리를 악용해 고객의 재산을 갈취하는 사례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경제> 수업의 탐구 활동에서는 시야를 더 넓혔다. 우리나라의 국제 무역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경제·외교 측면에서 살펴봤다. “중국이 조금이라도 무역을 규제하면 우리나라는 많은 타격을 받아요.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우리나라에 유리한 쪽으로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못된 역사 인식도 바꿔야 하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시키기는 어려운 문제더라고요. 고등학생이었던 제가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었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어요.” 경제 공부 토대로 사회 취약 계층까지 넓어진 시야 지우씨의 슬기로운 경제 탐구 생활은 다양한 과목으로 뻗어나갔다. 관심 분야에 대한 탐구 의지는 강했다. 궁금한 게 생기면 단순히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온전히 소화시켰다. 경제 개념을 사회 이슈와 접목시키면서 탐구 영역은 다채로워졌다. 누군가 돈을 벌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돈을 잃게 되는 현상이 지우씨의 눈에는 제로섬 게임처럼 보였다. 그의 마음은 이 게임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사회 약자에게 향했다. <사회·문화> 시간에 교육 수준과 연간 소득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거나, <사회문제탐구> 수업 때 집값 안정화 문제를 공부한 것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었다. 탐구할 때는 결론을 내기보다 문제의식을 갖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근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나 언급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사회 취약 계층이 겪는 경제 불평등에는 다들 별로 관심이 없어요. 이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기도 어렵고 자연스럽게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죠. 저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서 사회 취약 계층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어요. 그러면 국가도 함께 발전하지 않을까요?” 면접·발표할 때는 대본 외우기보다 개념 숙지부터 지우씨는 비록 수능에서는 잔뜩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영어 내신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다. 비결은 반복과 꾸준함이었다. “영어는 단기간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평소에 꾸준히 단어를 외우고 반복해야 해요. 저는 고1 때 보던 영어 책을 고3 때까지 봤어요. 특히 다의어의 뜻을 꼼꼼하게 챙겼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단어를 외웠어요.” <생활과 윤리> 시간에는 영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경영 전략 측면에서 분석했다. 지우씨는 주인공 개츠비가 금주법이 시행되던 1920년대 미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부자가 되었고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조사했다. “개츠비는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몰래 술을 팔아 많은 부를 축적했어요. 윤리적으로 옳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수완이 뛰어난 사업가로도 볼 수 있어요. 소비자의 욕구를 알아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거든요. 그런 면에서 개츠비는 시대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죠.”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지우씨지만 처음부터 발표를 잘한 건 아니다.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들고 열심히 공부한 만큼 데이터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겼다고. 혹시 면접이나 발표할 때 많이 긴장하는 학생이라면 너무 대본에 집착하지 말고 개념을 완벽하게 숙지하라고 조언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인 만큼 즐겁게 지내고 싶어서 동아리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특히 2학년 때 활동했던 토론 동아리에서 자율형사립고의 필요성을 두고 토론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공유하는 토론이 재미있었고 친구들의 발언을 기록하는 역할도 흥미로웠다고. 현재 지우씨의 목표는 증권사에서 일하는 것. 아직 확실히 진로를 정한 건 아니지만 주가를 통해 기업의 성장세를 파악하는 애널리스트에 흥미가 있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뜨거우니 분명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인재가 될 듯싶다.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찾은 다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동영상은 탐구의 도구이지 결론은 아니거든요. 최대한 직접 뉴스를 찾아보면서 나만의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대학 입시에서 내신 성적이 전부는 아니니까 미리 겁먹고 포기하지 마세요!”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