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인공지능 자립’ 선택 아닌 필수다

2026-07-23 13:00:1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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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사회 시간에 배운 것 가운데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었다. 국제연합(UN)이라는 기구에서 대부분 국가가 동의를 해도 상임이사국 가운데 하나라도 반대하면 의제 채택이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독재는 나쁜 것이고 민주주의가 최선이라 배웠는데 그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핵무기 가진 몇 개 나라들이 못 가진 나라가 핵무기 개발을 못하게 막는 것도 이해가 안됐다. 속내는 “자기들은 포기 안하면서 왜 다른 나라 개발을 막지”였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경쟁을 보면서 초등학교 때 들었던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우리나라가 AI 기술력을 독자적으로 갖지 못하면 어찌될까 하는 걱정이다. 모두가 다 알듯이 현재 세계 AI 경쟁은 미국과 중국이 완벽히 주도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가 큰 걸음을 떼면 중국 기업들이 바짝 뒤쫓는 모습이다.

2022년 11월 30일 등장한 챗GPT 이후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발빠르게 대응 중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3조5000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AI개발 핵심 인프라인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에 지원했다. 덕분에 올해 초 미국 스탠퍼드대 세계 AI 평가에서 ‘LG AI연구원’은 ‘주목할만한 AI 모델 순위’에서 세계 7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미토스 사태(미국의 첨단 AI 통제권 강화)를 보면서는 불안감이 더 엄습했다.

전문가들이 얘기하던 ‘AI의 전략 자산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미·중이 핵무기처럼 고성능AI를 사용하는 시대가 분명히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대를 대비하는 근본적인 대안은 ‘AI 주권’(소버린 AI)이라 불리는‘AI 자립’이다. 이 때문에 AI 자립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닌 필수 과제다. 최근 배경훈 부총리가 독자AI 개발을 넘어선 ‘세계 최고 수준 AI 개발’을 천명한 것이 반가운 이유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AI 자립은 단순히 ‘한국산 AI’를 만드는 것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국가가 핵심 AI 역량을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특히 AI 개발과 이용이 지속될 수 있는 경제 구조와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보면 현재 대한민국 AI생태계는 반쪽짜리다. 기업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자원(GPU 데이터 인력 등)에 기대 개발과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처럼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독자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이 미국이나 중국과 다르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시장 규모나 사업 환경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당분간은 산업생태계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고성수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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