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부동산 세제개편 성공하려면
정부가 이달 중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다. 세제개편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증세를 걱정한다. 과거 단행된 대다수의 세제개편이 증세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초고가 주택 규모를 정하고 이들의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올리며 특히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실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하는 가구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거론된다.
세제개편 거래세부터 손봐야
그러나 세 부담 확대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개편안 발표에 앞서 그동안 준비해 온 개편 방향을 평가받고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부동산 토론회를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었다. 대통령이 시민과 한자리에서 부동산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 국민의 어려움을 직접 듣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그러나 수박 겉핥기식 요식행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수도권 집값은 5월 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월세도 갈수록 오르고 있다. 반도체 성과급과 수출 증가로 늘어난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어지간한 규제로는 집값 상승세를 막기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조세 형평성을 위해 집 주인이 정기적으로 내는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유세 부담 강화로 기존 주택이 매매시장에 출회될 경우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득세나 양도세 등 거래세가 지금처럼 높게 유지된다면 보유세를 높이더라도 매물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국민들은 거래세 과중으로 직장이나 자녀의 학원 등과 가까운 곳으로의 이사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를 전.월세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다 실패한 것은 바로 거래세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일각에서는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2026년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을 사거나 팔 때 들어가는 거래세 비중을 줄이고 그 대신 보유세 비율을 늘리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부동산 세제의 중심을 거래세에서 보유세로 전환하면 주거 이동이 촉진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라별로 세제가 달라 단순비교가 어려운 점이 있으나 OECD는 “전체적으로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수가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세수는 3.0%로 OECD 평균 1.6%보다 갑절 가까이 높다. 또한 전체 조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세 비중도 11.7%로 OECD 평균 5.1%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국민 상당수가 부동산 세수가 낮다고 느끼는 것은 거래세 비중이 50.4%나 되는데 비해 보유세 비중은 OECD 평균 56.0%의 절반 수준인 29.4%에 불과하고 집값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조세 전가 경향이 높은 데다 부동산중개업소가 상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구조가 정부의 부동산 활황 선호현상과 맞물리면서 ‘부동산 불패’가 유발됐다는 지적이 있다.
징벌보다 세제 정상화가 우선
OECD는 한국 정부가 보유세를 확대하더라도 주택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높아 보유세 인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 상승 유발에 동참한 적이 전혀 없는데도 고정 수입이 없는 1주택 은퇴자나 고령층이 과도한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게 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OECD는 또한 한국의 세제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조세원칙의 기본인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강조했다. 과도하게 높은 세율을 낮출 경우 오히려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정책 세미나에서 서울대 유병준 교수는 세계에서 높기로 유명한 상속세 최고 세율을 현재의 50%에서 30%로 낮출 경우, 국내 과세기반이 202조원 확대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의 근본은 세금을 통한 징벌이 아니다. 당국은 부동산 세수 증대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주택시장 활성화를 은근히 바라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입장을 단호히 배격해야만 투기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