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보조 바퀴 떼는 중국 반도체산업

2026-07-23 13:00:1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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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거품론부터 반도체 공급과잉 우려까지 최근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수많은 뉴스 가운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소식이 하나 눈에 띈다. 중국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의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科創板·STAR Market)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5월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 심사를 통과한 지 약 두달 만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 창신메모리 상장이 주는 충격

중국은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반도체 자립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2014년 6월 ‘국가 집적회로 산업 발전 추진강요(国家集成电路产业发展推进纲要)’를 공식 발표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시발점이다.

같은 해 9월, 중국 정부는 반도체 빅펀드를 조성해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한 전방위적인 투자를 본격화했다. 이어 2015년에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기초 부품과 소재의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 발표는 관련 국가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미 반도체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의 저력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서둘러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를 견제하기 위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IT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고 첨단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투자를 더 늘렸다. 이렇게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경계심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CXMT의 상장 소식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가 산업적 성과로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와 같은 것이다.

국가별로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비교할 때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은 몇 년의 차이가 난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여기서 ‘몇 년’ 차이의 근거는 반도체 기업이 제시한 로드맵에 있다. 반도체 기업은 자사 제품의 생산 현황과 향후 제품 출시 계획을 연례행사로 발표하고 있다.

반도체는 전기·전자 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므로 그 제품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어떠한 성능의 반도체가 언제 출시되는지를 알려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제품 로드맵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기준으로 보면 중국과 한국은 여전히 2~3년의 기술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중국은 첨단 제조 장비를 자유롭게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외부에서 가져오든, 직접 만들든 중국 기업이 첨단장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면 이 기술 격차는 ‘몇 년’으로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차세대 반도체에서 중국의 본격적인 추격 따돌리는 법 찾아야

중국의 반도체산업 현황을 자전거 타는 법으로 비유하면 이해하기가 쉬워질 것 같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고자 하는 성인이 두발자전거를 한 번에 타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보조 바퀴를 부착하고,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가는 연습을 한다. 여기서 보조 바퀴가 바로 중국 정부의 역할이다. 반도체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드는 자국 기업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CXMT의 상장이 바로 보조 바퀴를 떼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혼자서 자전거 타는 데 자신감이 생기면 이제 스피드를 즐기고 싶어진다. 그러기 위해서 가볍고 튼튼한 최신형 자전거를 찾는다.

당장 신형 자전거를 구할 수 없는 중국은 구형 자전거로 열심히 달려서 최신 자전거를 탄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이 차이를 단순히 ‘몇 년간의 기술력 차이’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차세대 반도체산업 생태계에서 중국의 본격적인 추격을 따돌리는 법을 찾아야만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