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토론대결 불붙기 무섭게 … 또 '본인(이재명)·가족(윤석열) 리스크' 암초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사망 사건에 야 "간접살인" 맹폭
'김건희 7시간 통화' 공개 예고에 여 "보편타당 보도할 것" 표정 관리
설연휴 전 첫 TV토론 협상 … 양자대결 가능성에 안철수·심상정 반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약·토론 대결에 돌입하기 무섭게 네거티브 암초를 만났다.
이 후보는 '대장동게이트' 관련자 2명에 이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까지 사망, 야당으로부터 '간접살인'이라는 공세를 받게 됐다.
윤 후보는 한 유튜브 매체가 김건희씨와의 장시간 통화한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히면서 사과로 일단락됐던 '배우자리스크'가 재점화할 조짐이다.
◆'3번째 죽음'에 야권 협공 =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로 제보한 이 모(54)씨가 11일 서울 양천구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국과수 부검 1차 소견에 따르면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야권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의혹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이 지난달 차례로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3번째 죽음이라는 점에서 의혹제기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제보자 사망사건과 관련 "도의적 책임은 이 후보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출발새아침'에서 "원인을 떠나서 (제보자가) 심리적 압박을엄청 받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 지병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건강했다고 하다"며 "유족 측 말을 들어보면 계속 민주당과 이 후보 측에서 압박했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 권력에 의해 압박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12일 민주당은 제보자 사망이 이 후보와 무관하다며 방어에 나섰다. 선대위 공보단은 입장문에서 "이 씨는 '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면서 "이재명 후보는 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고 이 후보는 이날 오후 '10대 그룹 CEO 토크'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쨌든 망인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명복을 빈다"고 짤막한 입장만 냈다.
그러나 야권은 이 사건을 대장동게이트와 연결 지으며 공분을 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희대의 연쇄 사망사건" "간접살인"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후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간접살인 철저히 수사하라'는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제보자 빈소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 이름으로 조기를 보냈다.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소속 안혜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연이어지는 이 후보 관련자들의 사망 소식에 목덜미가 서늘해지고 소름이 돋을 정도"라며 "정작 이 후보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가증한 미소만 띠고 공수표만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선대위 장혜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연의 연속이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오싹하고 섬뜩"하다며 "대장동 게이트와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엄중한 진실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건영 민주당 선대위 정무실장은 13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제보자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해선 안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당대표 비롯해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모략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사적 통화를" 민주 "내용을 알아야" = 그러나 국민의힘도 공세만 펼 처지가 못 된다. 일단락된 줄 알았던 윤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12일 오마이뉴스는 한 유튜브매체가 지난해 6개월간 20여차례에 걸쳐 김건희씨와 7시간 분량의 전화통화를 했고 녹취파일을 지상파 방송에 제공했으며 내용이 주말쯤 공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또 "'7시간 김건희 통화녹음'에는 문재인정부 비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수사, 정대택씨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함께 자신과의 동거설이 나돌았던 양재택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조남욱 옛 삼부토건 회장이 소개한 '무정 스님', '쥴리 의혹'을 실명 증언한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등에 관한 내용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13일 해당 유튜브채널과 파일을 받은 방송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에서 촬영을 담당하는 A씨와 김건희 대표 간 '사적 통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을 넘겨받아 방송 준비 중인 모 방송사를 상대로 오늘 오전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런 방송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로 했다.
여당은 공식대응을 자제하는 한편 보도를 기다리며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윤건영 정무실장은 13일 MBC라디오에서 "7시간 녹취 내용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국민의힘이 왜 그렇게 발끈하는지 잘 이해도 안 된다. 내용을 알아야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 알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다만 중요한 건 언론이 보편타당한 기준과 상식을 가지고 저는 보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당 내용의 방송보도를 옹호했다.
평소 김건희씨를 잘 안다고 주장해 온 박영선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세상에 어느 대선후보 부인이 기자와 7시간 통화를 하겠느냐"며 "그것 하나만 보더라도 어떤 성격의소유자인지 짐작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 밥상 걸고 양자토론 성사? =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윤 후보 첫 방송토론을 추진키로 합의하고 실무협상에 착수했다. 설연휴를 반등의 기회로 노려야 한다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를 전후한 양자토론 2회를 점치는 시각이 나온다.
민주당 박주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12일 토론 협상 대표 자격으로 국회에서 만나 실무협상에 착수했다. 양측은 3대3 TV 토론 실무협상단을 만들어 오는 13일 오후 세부 사항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행법상 주요 정당 후보들이 참여하는 대선 법정토론은 오는 2월 21일과 25일,3월 2일 등 총 3차례 진행된다. 양측 협상단이 논의하는 것은 법정토론 이외의 추가토론이다.
토론 참석 범위의 경우 양당은 모두 표면적으로는 두 사람만 참여하는 양자 토론이든, 주요 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다자 토론이든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야권 후보들로부터 '3면 협공'을 당할 이유가, 윤 후보는 단일화를 염두에 둘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띄울 기회를 줄 이유가 없다는 속내다.
양당이 토론 협의에 나선 것을 두고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강력 반발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로 사실상 3자 구도인데 양당만 토론하겠다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비겁하고 치졸한 수"라며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동영 선대위 선임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당의 TV토론 실무협의체 구성은 선수가 경기규칙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유권자의 선택권을 훼손하는 것이며, 명백한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