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한국형 협치'다 │④ 국회 국민통합위원회의 제안
"대통령 비서실 권한 축소, 국무회의 실질적인 의결기구화해야"
장관임명동의 등 대통령 권한 내려놓는 결단 필요
"개헌 어렵다면 법률로 가능한 부분부터 실행해야"
"여야정 상설 협의체로 정치적 대타협 절실" 주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이라며 청와대를 옮기면서 대통령 권한을 어느 정도나 내려놓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국회의장 직속 국회국민통합위원회에서는 '한국형 협치' 방안으로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개편, 결선투표제 도입과 함께 대통령 비서실의 축소, 내각 권한 보장 등을 주문했다. 헌법 개정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개헌이 어려울 경우엔 법률 개정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회국민통합위는 지난해 2월 3일 첫 회의를 시작했으며 9월 15일엔 최종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김형오 전 의장과 임채정 전 의장이 공동 위원장으로 임명됐고 21명의 보수, 진보진영 정치인 학자 언론인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21일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에서는 결과보고서를 통해 "(1997년)민주화 이후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과 권한이 불비례적으로 과도하게 집중·독임·독식되는 현행 권력구조의 폐해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며 "현행 승자독식의 권력구조 및 의회·선거·정당 제도는 구조적으로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사를 비례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의회 선거제도와 더욱 불비례적으로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가 결합해 승자독식과 진영대결 및 정치갈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반을 얻지 못해 과대대표된 대통령이 승자독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경우엔 국민 분열을 가중시키면서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해법으로는 "비례성이 보장되는 의회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권력구조 개편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며 "조속히 국회에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권력구조 개편이 어려울 경우 지나치게 낮은 대통령 득표율을 보완하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개헌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서는 "대통령 비서실의 조직과 권한을 축소하고 대신 국무회의 및 행정각부가 권한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명림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복수 추천" = 정치분야 제언의 핵심 역할을 해온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정부형태를 비롯한 권력구조는, 국민들이 가장 실행력이 좋은 의회책임제로의 개헌을 동의하지 않는 오늘의 현실에서 권력분산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가능한 한 대통령제의 원형이나, 또는 반(半)대통령제로 혁신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초과권력을 내려놓는 분권의 실현이 가장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복수 추천과 대통령 임명, 국무회의의 의결기구화와 같은 요소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도 초과권력을 내려놓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핵심 권한들 중 최소한 인사동의권과 감사권은 의회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국회의 장관 임명동의제는 최소한의 필수요소"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과 청와대로의 권력집중으로 인한 사회 및 정치 갈등의 악화에 따른 낮은 갈등해결 관행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통령제는 대통령제보다 대화와 타협은 물론 공공성과 경제적 형평성에서 보다 뛰어난 결과를 보인다"고도 했다.
◆"단일정부보다는 연립정부가 성과 더 좋아" = 국민통합을 위한 리더십 개혁방안으로는 주요 정치세력과 정당이 정부운영에 영역을 나누어 함께 참여하고 함께 책임을 지는 입법연대·정책연대, 협치정부·연립정부·통합정부 등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정부유형에 관계없이 단일정부보다 연립정부가 더 나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수행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기존 한국정치의 대통령 무책임제와 정당 무책임제를 넘는 확고한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며 "△대통령 책임의 원칙 △공동책·연대 책임의 원칙 △장관 책임의 원칙의 3대 책임의 결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연립정부구성은 최초의 정부교체 및 외환위기 극복, 지역통합, 남북화해 및 국제관계 개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했다.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연립·연합·공동정부를 포함하는 통합정부의 경로는 갈등완화, 국민통합, 국가위기 극복, 복지국가도약의 거의 필수적인 선결요건이었다"며 "민주주의 역사 초기의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그리고 이후 미국의 링컨과 루즈벨트, 20세기 이후의 스웨덴, 핀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의 사례들은 정당 간 타협을 통한 연합정치가 갖는 높은 갈등 해결, 복지국가 진입과 선진국가 도약의 성공 사례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도 했다.
◆연합정치 어렵다면 정책 연합이라도 = 국회국민통합위 경제분과는 결과보고서를 통해 "연합정치로 갈등과 분열 해결의 핵심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며 "연합정치를 위하여 궁극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는 개헌이 필요하지만, 현행 헌법하에서도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 연정, 내각과 국회 중심의 국정운영과 사회적 협의 병행 등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분야에서 연합정치가 어렵다면 최소한 몇 가지 핵심 의제에 대해서 만이라도 정책연합(일괄타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노동·사회안전망·규제 등은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려 있어, 이들을 통합·일괄타결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사회분과에서는 "사회적 대타협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나,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분야는 정치"라며 "경제의 꽉 막힌 혈맥을 뚫고 경제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장기적 시계의 정치적 타협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더불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설치 이전이라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관계 법안 중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할 수 있는 법안부터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여·야·정 상설 협의체를 운영할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