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구 기후 변화 대응

기술·인구·기후 3대 변화가 복지 미래 흔든다

2025-04-22 13:00:29 게재

디지털 전환·고령화·이상기후로 사회 안전망 변화 불가피 … 포괄적 대응 필요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는 ‘기술·인구·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엄청난 사회적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복지국가는 실업·노령·산재·상병과 같은 전통적 사회적 위험과 돌봄·근로· 빈곤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면서 성장했다. 21세기 1/4이 자난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기술·인구·기후 변화라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의 생활행태와 사회 제도와 경제 등에 영향을 줄 초대형 트랜드를 경험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영향정도는 심해질 것이다. 디지털·인공지능, 저출산초고령화, 극심한 기후변화 등으로 대변되는 충격파는 기존 사회적 위험에서 새로운 ‘3세대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른 말로 기존 생활행태와 사회경제적 제도들의 변신을 적절히 꾀하지 않으면 사회지속가능성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가지 변화가 향후 한국 복지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전문가들을 통해 모색한다.

디지털 인공지능 기술 변화로 노동시장 충격, 빈곤 양산, 불평등 심화, 사이버 개인정보 노출 등 사회적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21세기가 시작되고 25년을 지나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기술-인구-기후변화라는 세가지 메가트랜드에 직면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크고 작은 사회 집단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수 있다.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22일 “인류는 기술·인구·기후 변화라는 세가지 메가트랜드를 마주하고 있다”며 “복지에 큰 손실을 줄 그 충격의 폭을 가름하기 힘들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과 속도, 충격의 내용과 깊이를 파악하고 복지국가의 장기적 방향과 비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변화, 노동시장·주거·건강행태 바꿔 = 기술의 변화는 기술의 혁신과 진보에 의해 이뤄진다. 정세정 보사연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등은 기술 변화를 시기에 따라 △산업화 △자동화 및 전산화 △빅테이터 및 인공지능으로 세 단계로 구분했다.

우선 산업화 시기의 기술변화는 산업구조를 바꾸고 산업재해 실업 등 구사회적 위험을 일으켰다.

자동화와 전산화 시기의 기술변화는 노동시장 이원화, 고용 불안정과 실업 가능성을 높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탈산업화와 여성의 노동시장 대거 진출로 전통 제조업의 일자리 축소와 서비스산업에서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뤄지고 서구사회 저성장 속에서 소득분배가 악화됐다. 그리고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은 노인 아동 장애인 대상 돌봄의 거대한 공백이 발생해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5~54세 여성 평균 노동시장 참여율은 75%에 이른다.

인공지능과 디지털화로 대변되는 최근의 기술 변화는 고용과 실업 등에 어떤 긍부정적 영향을 줄것인지 아직 엇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복지국가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복지 위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 부연구위원 등에 따르면 기술변화가 노동 주거 건강 등에 미칠 영향은 방대하다. 디지털 전환은 노동시장에 창조적 파괴를 야기한다.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의 14%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고 32%는 10~20년 내 업무 수행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이 줄어 들고 고용대체와 임금 상승 효과가 확인된다.

주거공간에 적용되는 기술변화는 ‘스마트하우징 기술’로 명명되는데 비상 혹은 응급 상황, 일상 생활행태를 분석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1인가구나 고령가구의 위기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거주 가능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데이터 유출과 인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22년 가구 월패드 해킹으로 약 40만가구의 불법 영상이 유출된 바 있다.

기술 변화로 ‘질환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OECD는 빅데이터와 데이터 분석은 개인 맞춤형 치료를 주도하고 있으며 모바일 디지털 기술은 건강상태, 질병 진행상황, 운동 및 인지기능 수준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영국 국민건강서비스에 디지털기술을 도입하면 연간 130억파운드, 미국의 전자데이터 플랫폼 간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면 비용 절감이 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기술변화가 복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노인빈곤율이 2년 연속 악화된 것으로 발표된 2월 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고령인구 증가와 지방소멸 위험 = 21세기 들어 진행 중인 인구 변화는 기존 사회시스템에 변화를 강제한다. 특히 인구 증가나 감소보다 구조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다.

조성은 보사연 재정통계연구실 연구위원과 김성아 사회보장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에 따라 가구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어 왔다. 관계망이 취약한 고립 은둔과 같은 부정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독거가구 증가와 고독사 증가 등 사회현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취업자 수 감소와 경제성장 둔화로 조세 수입의 증가는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연금이나 노인의료비 등 사회복지 지출은 증가해 재정 부담이 커져 갈 전망이다. 경제활동 참여가 어려운 고령층 증가는 전체 빈곤층 비중을 높일 것이다. 다만 연금제도가 성숙화 되고 노인세대의 자산 규모가 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방향을 단정할 순 없다.

자녀수의 감소는 부모의 재산이 세대를 거듭해 상속됨으로써 계층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 국제적 이주가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구성장의 둔화는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흑사병 유행같은 인구 감소 사례는 되레 노동력 부족과 실질소득 증가로 연결돼 그 결과 불평등을 감소하기도 했다. 중장기적인 노동력 감소는 노동의 희소성을 높여 임금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

총인구 감소보다 서울 수도권 집중과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 위기가 심각한 사회 과제를 준다. 2023년 인구 50.7%가 수도권에 집중하고 있어 일본 28.0%, 프랑스 18.2%, 독일 7.4%와 비교해 훨씬 높다. 수도권으로 청년층의 집중 이동은 지방의 저출산과 고령화를 가속시켜 결국 지방소멸로 이어진다.

노인인구 증가는 질병에 대한 사회부담을 급증시킨다. 미국의 경우 노쇠 유병률이 7%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 노인은 11.7%로 허약 정도가 심하다. 또한 만성질환 유병률은 높아 노인의 86.1%가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노동인구 감소에 따라 돌봄서비스 제공자들의 공급 부족 문제가 생긴다. 특히 75세 이상 인구가 크게 늘어나 돌봄 필요 규모가 2021년 고령층의 12.2%에서 2035년 23.4%로 크게 늘 것이다.

조 연구위원 등은 “사회보장 목적세 도입, 소비세 인상 등 추가적인 재원 확보하는 안을 검토하고 복지지출의 구조조정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염 홍수 가뭄 산불 등 기후변화로 심해지고 있는 기후재난은 다른 변화에 비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요인이다.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기후변화, 돌이킬 수 없는 큰 위험 = 기후변화가 지구의 수용 능력을 초과함으로써 인간의 복지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여유진 보사연 사회보장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은 다른 사회적 위험보다 위험의 경로 측면에서 매우 다차원적이고 광범위하며 위험 양상 측면에서 복잡모호하며 예측 가능성이 낮다.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기후변화는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농어업과 제조업 생산성 손실, 기후변화 정책 실행 과정에서 산업구조조정이 고용과 소득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한국의 경우도 2001년 이후 이상 기후가 특히 농림어업 건설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조업중단, 원자재 수급 차질, 재고 유지 비용 증가 등이 나타났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가뭄 홍수 폭염 등으로 전 세계 농업무문 손실액을 12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어업분야 손실도 연간 100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우 2023년 중반이후 이상기후가 물가에 미친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PCC 6차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가 가속됨에 따라 빈곤하고 건강취약계층에게 그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의 위험성은 다른 어떤 위험보다 돌이킬 수 없기에 상황인식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면 이미 늦다”며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미 보사연 사회보장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기술·인구·기후 변화가 상호 작용하고 보완도 하기에 포괄적인 정책 비젼 제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사례로 제시된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과 더불어 안전망 강화 세가지 축이 제시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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