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진료 없이 퇴원, 64% 한달내 재입원…“재활난민 더 이상 방치 안돼”
회복기 재활기관 연계율 10~30%에 거쳐
우리나라 재활의료의 부실함을 개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재활진료를 받지 못한 채 곧장 요양병원으로, 혹은 치료가 끝나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후 상태가 악화되어 다시 급성기 (상급)종합병원으로 역전원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요양병원으로 전원된 환자의 경우, 인공호흡기 치료 환자 64.8%, 만성 신장질환 환자 63.1%가 한 달 안에 다시 급성기 병원으로 재입원했다. 비효율적이고, 환자 중심적이지 못한 의료체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29일 김태우 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의학 교수에게 우리나라 재활의료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들었다.
◆급성기 48시간 이내 재활이 중요 = 세계보건기구(WHO)는 재활의료를 장애인이나 운동선수 등을 위한 특별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질환과 생애주기에서 개인의 기능과 삶의 질을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한 필수의료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아직도 재활이 뒷전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수술이나 급성기 처치 이후 재활치료까지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병상 회전율과 수술 처치 진료 중심의 구조 속에서, 수술만 끝나면 빠르게 퇴원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의료진에게 주어지고 있다.
WHO는 또한 기능회복을 위한 급성기 재활개입 시점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발병 또는 수술 직후 48시간 이내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시작하면 기능회복률이 85%에 달하지만, 재활 개시 시점이 3~7일 이내이면 72%, 8일 이후로 늦어지면 60%로 떨어진다.
그만큼 초기에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치료와 수술 이후 환자를 조속히 전원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도 대형병원의 기능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활의료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급히 내보내면 결국 환자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다시 대학병원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치료의 중요한 퍼즐 조각인 재활이 빠지면서, 환자는 집이나 요양병원에서 자신의 상태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고, 재입원이라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 것이다.
대한재활의학회에서는 입원 초기부터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치료팀이 적극 개입해 모든 중증 입원환자에게 통합기능평가를 실시하고, 재활 필요도 요구도에 따른 조기재활 개입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하며 면밀한 퇴원계획에 따른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요양병원, 외래 진료로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부터 중증 환자를 위한 필수 재활병상이 확보되고, (상급)종합병원을 평가하는 재활의료지표들(조기재활 평가 및 실시율, 통합기능평가 실시율, 통합퇴원계획관리표 작성율, 퇴원환자 지속관리 및 연계율, 일상생활기능 회복 평가율, 중증도 개선율)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과 연계 중요 =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곧바로 요양병원으로 보내지는 현실은 재활치료의 연속성 단절과 전원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요양병원은 장기 요양과 간호에 초점을 맞춘 의료기관으로,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하기엔 한계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지정을 2017년부터 시범 도입하여 2020년부터 본 사업을 시작했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란 뇌졸중이나 척수손상, 골절 수술 등으로 급성기 치료를 끝낸 환자가 기능회복 시기에 집중 재활치료를 받아 장애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전문 재활병원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병원을 지정해 수술·처치 후 회복기에 있는 환자들에게 물리치료, 작업치료, 사회적 지원 등 다학제 재활진료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제2기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전국 53개소가 지정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재활의료기관으로 연계율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한재활의료기관협회에 따르면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잘 알지 못하거나, 대학병원에서 체계적으로 안내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아 실제 대학병원에서 설명을 듣고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오는 환자는 불과 10~30%에 그친다고 한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옮겨진 환자들은 보다 안정적인 회복 과정을 거치는 비율이 높다. 시범사업 기간 재활환자의 재택 복귀율(집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비율)이 40% 수준에서 본사업 3차년도에는 61.9%까지 상승한 것으로 보고됐다. 회복기 재활병원에서 집중 재활치료를 받은 환자 10명 중 6명 이상이 결국 집으로 돌아갈 정도로 기능을 회복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급성기 치료 후 집중 재활이 필요한 환자는 곧바로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안전하게 연계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환자군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에서 퇴원계획 수립 시 재활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원을 돕는 전담 인력 배치, 전원 시 의료진간 의무기록 및 상태 정보 공유 강화,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연계한 급성기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의 방안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외래 재활진료 공백이 지역사회 복귀 방해 =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에서 퇴원하는 환자들도 집으로 돌아가 외래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외래 재활의료는 매우 취약한 편이다. 퇴원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외래에서는 통원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건강보험 수가, 즉 재활치료에 책정된 비용이 낮다는 점이 있다. 외래 재활치료는 시범수가에서 제외되어 단위 시간당 수가가 낮다. 같은 날 여러 치료를 병행하면 인정이 제한되는 등 경직된 수가 구조로 인해 포괄적 재활치료를 위한 인력과 시설을 투입할 유인이 없고 오히려 시행할수록 적자를 걱정해야 한다.
재활의학 전문의와 재활치료사가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되는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재활치료가 피트니스센터의 퍼스널트레이닝(PT)보다 한참 저렴한 수가와 환자 상태변화 등에 따른 갑작스런 예약부도(치료 불참)가 감안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대한민국 외래 재활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재활의료 전문가들은 외래 재활치료 시범수가 확대 및 서비스 모델 개발을 촉구한다. 대한재활의학회는 2018년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퇴원 후 3개월간 하루 최대 2시간까지 외래 재활치료에 재활의료기관 시범수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제안한 바 있다. 또한 의료기관에 다니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이동 지원 서비스와 활동보조 서비스가 병행돼야 한다.
김 교수는 “이제는 수술 및 퇴원 이후까지 책임지는 ‘진짜 의료’가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삶을 온전히 지키는 재활의료 강화, 지금이 그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