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피해도…재경부·금융위 ‘이중 통제’ 가시화

2026-01-27 13:00:05 게재

29일 ‘조건부 유보’ 가능성 … “재경부 영향력 커져, 눈치볼 수밖에”

‘금융감독 독립성’에 역행 … “직원 이탈 가속, 우수 인력 확보 어려워”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29일 결정된다. 지난해 9월 당정대(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는 금융감독조직개편안 철회를 결정하면서 소비자보호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지정을 피해서 또다시 ‘조건부 유보’ 결정을 받게 될 경우 금융위원회와 재정경제부의 ‘이중 통제’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재경부 공공기관관리운영위원회(공운위)는 29일 회의를 열고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안건을 심의한다. 현재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이 유보된 상태다. 공운위는 금감원을 신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거나, 조건부 유보, 현재와 같은 ‘지정 유보’를 유지하는 등 3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금감원은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시행 당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09년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해 지정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채용비리가 터지면서 2018년 조건부 지정유보를 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향후 5년 내 팀장 이상 보직을 받을 수 있는 3급 이상 상위직급 비율을 45%에서 35%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고 이를 이행했다. 하지만 2021년 사모펀드 부실감독 문제로 또 다시 조건부 지정유보를 받으면서 상위 직급 추가 감축, 해외사무소 일부 폐쇄 등의 조치가 시행됐다.

공공기관 지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정이 유보된 이유는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면 안된다는 명분이 가장 컸다. 대신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조건이 부여됐고 매년 이행 여부를 확인받았다.

이번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감원의 공공성 강화와 권한에 대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지정 유보’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이라는 금감원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비춰보면 공공기관 지정은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 등 국제기구에서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적인 인사·예산 운영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기준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공운위가 절충안으로 ‘조건부 유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논란을 피하면서 금감원 권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더라도 독립성과 자율성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경부가 언제든지 조건을 달고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하면 앞으로 재경부 요청에 대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결국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은 요원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금융위와 재경부의 이중 통제에 놓일 수 있고 금융감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사실상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운위 회의에 참석해 기관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법에 따르면 공운위는 관계부처 장관과 협의해서 공공기관 지정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동안 금감원에 대한 재경부(옛 기재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금융위는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리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부분은 당연하다”며 “방법론으로 이를 어떻게 구현해 내느냐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고민해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도 일방적인 반대가 아닌 ‘조건부 유보’를 전제로 한 통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감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구제금융체제에서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위해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됐다. 정부로부터 독립해 특정한 공공사무를 담당해야하는 조직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금융감독 업무가 정치적 압력이나 행정부의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3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을 통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금융감독기구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약화되고, 정책적·정치적 영향에 노출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입법조사처는 “공공기관 지정 논의는 금융감독의 근본 목적과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는 취지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며 “형식적 체계나 기관 성격의 변경에 더해 금감원의 실질적 공공성 확보와 책임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금감원 우수 인력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금감원은 3급과 4급 등 젊은 인력의 퇴사가 줄을 이었다. 1999년 금감원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직원 연봉이 금융업권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임금상승률 등이 공공기관과 연동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시장과 차이가 벌어졌고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자발적 퇴사자가 70~80명 가량 되고,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며 “직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점차 우수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장기적으로 조직에 가장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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