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반도체 호황, 경계가 필요한 이유

2026-02-09 13:00:01 게재

한국의 수출을 견인하고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산업이 2026년 새해 초부터 놀라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연말이 성수기이고 연초는 비수기에 접어든다. 그러나 올해 1월 반도체 수출은 이러한 흐름과 달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7%나 증가한 205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호실적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기존의 범용 반도체보다 단가가 월등히 높다. 따라서 HBM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

AI 호황에 1월 반도체 수출 역대 최고치 경신

반면 HBM의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범용 메모리반도체 생산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범용 제품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발생해 단가가 급등하게 됐다. 특히 2023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기 침체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저가 공세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미 범용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줄여가고 있었는데, 최근 HBM 매출 호조로 인해 HBM 생산을 늘리고 범용 제품 생산을 빠르게 줄이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범용 제품의 단가 상승은 PC와 스마트폰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곧 소비 감소로 직결된다. PC와 스마트폰 등 기존의 주요 반도체 수요산업은 코로나19 시기에 대폭 성장한 이후 성장세가 둔화한 상태이다. 결국 지금은 범용 제품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폭등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 기업으로서는 범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는 판단을 하기도 쉽지 않아 범용 제품의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2026년에도 AI 관련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AI용 메모리반도체 생산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이다. 과거 반도체 경기는 PC와 스마트폰의 등장,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호황기를 맞이했다가 이들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조정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가 반복되었다.

따라서 AI 또한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으나, 그 시기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AI는 기존과는 다른 속도와 규모로 산업 구조 전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 1980년대 PC 등장 이후 2023년까지 연평균 약 9%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그 이후 AI 관련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연평균 약 20% 수준의 성장세를 보인다. 2023년 5269억달러였던 시장 규모가 불과 3년 후인 내년에는 1조달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 투자 역시 언젠가는 진정 국면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미국의 관세정책이다. 지난해 결말이 나지 않았던 반도체 관세에 대해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1월 중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자 하는 모두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라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기업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우리 반도체 기업이 대상인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반도체 관세가 올해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리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호황에 대한 낙관보다 이후를 준비하는 산업 전략 필요

현재의 반도체 수출 호황은 기술 경쟁력의 성과인 동시에 AI 라는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산업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재 초호황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호황 이후를 준비하는 산업 전략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