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사과…정치권은 “표현 자유” “혐오 안 돼” 공방만
배재고 야구부, 광주 찾아 사과 … ‘스타벅스 응원’ 잘못 인정
정치권은 ‘응원’ ‘5.18 성역’ ‘무섭노’ ‘정통망법’ 정쟁화 분주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했다. 자신들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어린 학생들은 잘못을 시인하고 고개를 숙였는데 정작 어른인 정치권은 “표현의 자유” “혐오는 안 된다”며 여전히 공방만 벌이고 있다.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자꾸 부추기는 꼴이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했다. 배재고 야구부는 지난달 29일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중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고 외쳤다.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논란을 빗댄 응원으로 읽혔다.
어린 학생들까지 ‘혐오’와 ‘조롱’의 언어를 쏟아낸 사건으로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뒤늦게나마 반성한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진정 어린 사과를 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인한 상처와 갈등은 아물 수 있다는 기대다.
문제는 이번 사건에 뒤늦게 참전한 정치권이다.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땅에 5.18이 성역이 된 것”이라고 적어 파장을 일으켰다. 이 부위원장은 이후에도 ‘표현의 자유’를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 부위원장을 향해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특히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지만, 이 부위원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가 6일 사퇴를 권고한 끝에 이 부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이 부위원장은 이날까지 “자신과 일부 집단의 성역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권력이 이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표현의 자유’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표현의 자유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가치다. 그러나 차별, 혐오 표현, 역사 왜곡마저 용인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혐오 응원’을 반성하고 사과했는데, 어른인 정치인들은 여전히 “표현의 자유다” “혐오는 안 된다”며 다투는 모양새인 것이다.
정치권은 20대 여성 가수의 ‘무섭노’ 발언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조 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6일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잘못된 행위임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도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이 잘못된 혐오 표현임을 알고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 인사들은 반박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조 국 전 대표가 뜬금없이 경상도 사투리를 향해 죽창가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스타벅스도 못가고, 사투리도 마음대로 못 쓰는 검열사회, 남조선이 돼가노. 무섭노”라고 적었다.
7일 시행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소위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을 놓고도 여야는 거친 입씨름을 벌였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온라인에서 고의로 허위정보를 유통한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게 골자다.
야권은 ‘입틀막법’이라며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7일 “오늘부터 ‘전 국민 입틀막 시대’가 시작된다. 비판 글 하나, 댓글 하나를 쓸 때조차, 또 글을 공유만 했어도 서슬 퍼런 법적 그물망을 의식해야 하는 암흑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입틀막법’은 악법이고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독소 조항을 삭제한 전면 재개정안의 당론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김성회 원내대변인은 “이번 개정안은 일상적인 소통이나 정당한 권력 비판을 막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악의적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만 골라내는 ‘핀셋 규제’ 법안”이라고 반박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