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칼럼

디지털 선거 시스템 도입, 적극 고려할 때다

2026-07-07 13:00:06 게재

민주주의의 미래는 국민의 신뢰 위에 서 있으며 그 신뢰의 밑바탕은 다름아닌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국민 모두가 결과를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국가적 중대 책무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각종 재보궐선거를 돌아보면 민주 절차상 중대하게 우려되는 바가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음모론으로 규정하는 고질적 풍토다. 문제는 의혹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선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증폭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이 선거 결과를 믿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선거는 사회 통합의 기능을 잃고 갈등과 분열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그랬다. 선거 후에도 일각에서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여전히 반복됐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국민 전체가 신뢰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 선거로 현재 불신 해소 가능

특히 이 땅의 청년들 가운데 재투표를 요구하는 이가 상당수라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보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미래세대의 불신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사상초유의 투표용지 부족과 장시간 대기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청년세대는 정치적 성향보다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가가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행사인 선거조차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운영하지 못한다면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청년들의 신뢰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반복되는 논란을 줄이고 신뢰 회복을 위해 차세대 선진형 디지털 선거 시스템 구축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현재 선거는 투표 보관 이송 개표 집계 등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절차가 많을수록 오류 가능성과 의혹 제기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부정행위의 존재 여부와 전혀 무관하게 국민이 의심할 여지가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와 그게 여러 군데서 표출됐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체제 유지에 큰 부담을 주는 중대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왜 디지털이어야 하는가. 디지털 기술의 핵심 가치는 절차를 단순화하고 검증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투표 종료와 동시에 데이터가 암호화되어 정확히 자동 집계되고 결과를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 가능하다. 금융권을 보라. 매일 수십억 건의 거래가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국가 안보 또한 디지털로 운영된다.

선거만 예외일 수 없다.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신뢰체계를 구축하면 된다. 종이 없는 행정을 지향하는 디지털 시대에 종이 중심 선거 절차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차제에 필요하다.

오늘날 금융거래 세무신고 행정망서비스 전자계약 등 대부분의 사회 시스템은 이미 디지털로 운영된다. 선거 역시 시대 변화에 맞게 새롭게 진화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종이를 화면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정확하며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해외 사례도 봐야 한다. 에스토니아는 국가 디지털 신원체계를 기반으로 인터넷 투표를 시행하고 있는 지 오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선거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어떤 기술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위험을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을 통해 이를 달성했다. 우리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에스토니아 사례 참고할 만

정치권은 국방혁신 교육혁신 연금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선거혁신에는 철저하게 입을 다물어왔다.

그러나 국가 선거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투표 접근성 확대, 실시간 검증 체계 구축, 디지털 기록 관리, 이상 징후 탐지 등 다양한 기술적 대안은 선진형 선거시스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한민국은 늘 세계 3위 안에 들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전자정부 역량을 갖춘 디지털 강국이다. 인공지능과 양자기술을 논하는 국가가 선거 제도만 과거 방식에 머문다면 진정한 혁신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제 선거를 단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국가 디지털 혁신의 최우선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중요한 유산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민주주의 시스템인 까닭이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