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기채 기간프리미엄 급등…10년물 30년 만에 3% 육박
다카이치 정권, 3500조원 투자 방침에 재정수지 악화 우려
일본은행 금리인상 견제 의도 내비쳐 … 엔화 162엔대 급락
일본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는 3%에 육박하면서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적 재정정책 방침으로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으로 국채 매도가 우위를 보이면서다.
도쿄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6일 2.830%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1996년 10월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던 지난 3일(2.810%)을 웃도는 수준이다. 초장기 채권인 30년물 금리도 이날 4.076%로 마감해 지난 3일(4.024%)보다 상승했다.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데는 다카이치 정권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이에 따른 재정악화 및 물가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 등을 담은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초안을 통해 총 370조엔(약 350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컴퓨터, 방위산업 등 모두 17개 분야를 대상으로 2040년도까지 민관이 함께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기본방침 초안에는 지난해까지 포함했던 ‘재정 건전화’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정권 아래서 재정규율이 더 악화되고 국채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서 확산됐다. 여기에 기본 방침에는 “일본은행의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중앙은행의 금융·통화정책까지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아사히신문은 “정부의 방침에 금융과 통화정책에 대한 문구가 들어가면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을 견제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시장에서는 물가상승 속도를 금리인상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비하인드 더 커브’ 상황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한다”며 “이러한 우려가 투자자들의 국채 매도 확대와 매수 관망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장기채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물가상승 등을 우려한 '기간 프리미엄'의 급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간 프리미엄은 일정한 주기로 지급되는 채권 이자율이 고정된 상황에서 물가상승 전망이 커지면 화폐가치 하락 우려로 인해 장기채 금리에 반영되는 주된 변수이다.
실제로 장기채 금리를 결정하는 또 다른 배경인 미래 단기금리 전망은 1% 안팎에서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 중앙은행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단기금리는 일정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1.00%로 인상했다.
이에 반해 재정악화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된 기간 프리미엄은 계속 상승했다. 국제통화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1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약 1.7%로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야마와키 다카후미 JP모건 재팬 채권조사부장은 “시장의 우려는 내년도 예산 편성이 구체화되는 연말가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상승 국면이 길어져 10년물 금리가 3%에 달해도 채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 채권시장에서 국채의 절반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행을 대신한 매수 주체가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일반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국채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국채보유 잔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실상 무제한 매입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최고치 대비 40% 수준에 그쳤다. 은행권이 국채 매입에 신중한 이유는 향후 금리가 더 상승해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즈호증권 관계자는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최종 도달 수준이 불투명해 환율과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 있다”며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한 상황에서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금리 리스크가 낮은 단기 국채를 매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6일 달러당 162.30엔까지 상승했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지연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