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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생존 보장할 ‘철의 원칙’은

2026-03-13 13:00:04 게재

새삼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인공지능(AI )시대 전망을 둘러싸고 각종 메시지가 혼란스럽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혹자는 천국의 복음을, 혹자는 지옥의 묵시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가 하면 극단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과연 AI 시대 생존을 보장하는 ‘철의 원칙’은 존재하는가?

언제나 그렇듯이 한 시대를 관통하는 해법을 찾자면 넓은 시야를 갖고 문제를 근원적이고 본질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내친김에 지난 수십년 간에 걸친 지적탐색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변변치 않은 주제에 시건방 떠는 일일 수 있으나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푸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때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소련 붕괴가 미친 사상적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곳곳에서 자본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선언하는 환호소리가 터져나왔고 사회주의를 신봉하던 인물들은 멘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현대 경영학의 개척자이자 이 분야 최고 권위자인 피터 드러커가 의외의 책을 출간했다. 제목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책 속에는 선진국들은 마르크스주의 예견과는 전혀 다르게 자본주의 이후 새로운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는 놀라운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메시지는 일거에 필자를 사로잡았고 결국 인생 행로 전체를 결정하고 말았다. 필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를 탐색해보기로 결심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피터 드러커의 이론을 교두보 삼아 4차산업혁명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드러커의 위대한 지적 기여 ‘지식기반경제'

피터 드러커의 가장 위대한 지적 기여는 지식이 노동을 대신해 가치창출의 주요 원천으로 부상했음을 제기한 데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드러커의 주장은 타당성을 인정받았고 1990년대 이후에는 ‘지식기반경제’라는 용어가 널리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경영 현장을 면밀하게 관찰한 결과 새로운 가치창출 원천에서 지식 못잖게 감성이 중요하며 한층 결정적 역할을 하는 요소는 상상력임을 밝혀냈다. 이 모두를 아울러 ‘창조력’이라 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창조력을 표현하는 간략한 정식을 만들었다.' 창조력 = (지식 + 감성) × 상상력'

우리는 여기서 AI 시대를 포함한 4차산업혁명 전체를 관통하는 본질적 지점 몇 가지를 끌어낼 수 있다. 첫째, 창조력은 타인이나 기계에 의해 ‘대체불가’한 사람에게 고유한 요소이며 그럴 때만이 창조력으로 가치를 지닌다. 혁신기업의 선도적 역할에서 드러나듯이 창조력을 품은 사람이 경제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 중심 경제’ ‘사람 중심 경영’이 각광 받을 수 있는 시대환경이다.

둘째, 4차산업혁명 시대 AI마저도 대체불가한 창조력 형성이 생존의 필수조건임을 말해 준다. 대체불가의 창조력을 형성하고자 분투하는 사람은 AI마저 이를 뒷받침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AI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다가 창조적 능력이 퇴화하면서 AI의 가축으로 전락하는 길을 결코 걷지 않는다.

셋째, 정식은 창조력 형성에서 감성과 상상력 강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함을 말해 준다. AI가 인간의 지식활동 상당 정도를 대체하면서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AI는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론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과거 유산의 족쇄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며 나아가 과거를 부정한다. 진정한 혁신과 진보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과거의 부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론은 사람의 창조적 능력 키우기

AI 파고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로 무섭게 덮쳐오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혼란을 느끼며 우왕좌왕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4차산업혁명이라는 보다 거시적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을수록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역사적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요즘 IT 업계에서 한가닥 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자본경쟁이나 단순 기술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맞서기는 도무지 가망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결론 또한 대동소이하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며 사람의 창조적 능력을 키우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