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유권자 선택을 흔드는 불법 선거운동
6.3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서 곳곳에서 불법 선거운동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적발된 위법행위는 23일 기준 814건이다. 이 가운데 143건이 고발 조치됐다. 선거 초반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과거 지방선거에서도 선거가 임박할수록 위반행위가 급증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상황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온라인 기반 선거운동이 확대되면서 위법행위의 형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직접 이뤄지는 금품 제공이나 조직 동원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모바일 메신저와 영상 플랫폼 등을 통한 정보 확산이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까지 등장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런 것들이 단순한 위법행위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딥페이크 영상은 사실 여부를 즉각 판단하기 어렵고 유포 속도도 빠르다.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허위정보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크다. 기존의 금품 제공이나 조직 동원과는 다른 차원의 위협이다.
이 같은 불법 행위는 선거 이후까지 영향을 미친다. 중앙선관위 자료를 보면 2008년 제 5회부터 2022년 제 8회 지방선거까지 당선무효로 인한 재선거는 기초단체장 40건, 광역의원 27건, 기초의원 84건에 이른다. 교육감 재선거도 2건 있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결과가 뒤집히는 일이 반복돼 온 셈이다.
유권자의 선택이 사후에 무효가 되는 구조다. 재선거에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투입되고 행정 공백도 발생한다. 그 부담은 결국 유권자인 지역 주민 몫이다.
특히 경선 단계에서부터 과열된 경쟁이 이어지면서 본선에서도 같은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된다. 당내 경쟁에서 한번 무너진 기준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초기 관리다. 선거 초반에 불법행위를 단호하게 차단하지 못하면 선거 전반의 공정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유권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불법 선거운동은 대부분 은밀하게 이뤄지지만 동시에 현장에서 목격되기도 한다. 금품 제공이나 조직 동원뿐 아니라 허위정보 유포 등 의심 사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는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 유권자의 선택이 온전히 반영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전제돼야 한다. 불법 선거운동이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이번 선거만큼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 역시 평가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