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 좌초되나

‘수수료 낮춘다더니 부담 그대로’ 반발

2026-04-29 13:00:20 게재

배달앱 거리 제한·구간 통합에 비용 자영업자 전가 논란

자율협의 한계 드러나 … 수수료 상한제 입법 압박 커질 듯

배달앱이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 거리와 매출 구간 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자영업자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 인하 대신 조건을 조정해 전체 부담 수준을 유지하는 구조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협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도 좌초 가능성이 거론되며 수수료 상한제 등 입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한 협의체는 추가 회의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데다 입점업체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다. 협의가 더 지연될 경우 사실상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논쟁의 중심은 수수료율 자체보다 요금 체계 설계 방식에 있다. 플랫폼이 제시한 안은 단순한 인하라기보다 적용 조건을 바꾸는 방식에 가깝다는 평가다. 거리 기준과 매출 구간을 동시에 조정해 비용 부담 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간 재편이 만든 부담 재배치 = 현재 요금 체계는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상위 구간은 7.8%, 중간 구간은 6.8%, 하위 구간은 2.0% 수준이 적용된다. 여기에 건당 약 3000원 수준의 배달비가 추가된다. 플랫폼측은 하위 구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표면적으로는 일부 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구조지만 구간 이동에 따라 다른 비용 변화가 발생하는 점이 쟁점이다. 기존 중간 구간에 속했던 점주들이 상위 구간으로 이동할 경우 수수료율이 높아질 수 있다. 배달비 역시 기존 2900~3100원 수준에서 3400원 안팎으로 올라가는 흐름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인하 효과보다 다른 항목에서의 증가가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특정 구간에 집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점주는 구간 확대의 혜택을 받지만 다른 구간에서는 부담이 유지되거나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수료율 자체보다 구간 설정 방식이 실제 부담을 좌우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업 반경 축소, 수익 변화 = 근거리 주문에 한해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요금제도 논란이다. 배달 가능 거리를 1㎞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식인데, 기존보다 영업 범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반경 축소에 따라 배달 가능 면적은 기존 대비 크게 축소된다.

점주들은 이 방식이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고 본다. 기존에는 더 넓은 범위를 기준으로 광고와 고객 확보 전략을 운영해 왔는데 거리 제한이 강화되면 매출 기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배달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장기간 문제 제기를 이어왔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필요한 것은 지원이 아니라 과도한 수수료 구조의 조정”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의회 의장은 “기존 비용 구조를 유지할 경우 일부 업주들은 수수료와 배달비가 동시에 늘어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영업 범위 축소까지 더해지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생이라는 명분과 실제 부담 구조 사이 괴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점주들은 기존 요금 체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전체 비용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래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이 비용 분포를 바꾸는 데 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서울 도로를 누비는 배달 라이더 모습.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정책 영역으로 이동 가능성 = 협상 과정에서는 정보 공개 범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매출 구간 산정 기준이 전체 매출이 아닌 플랫폼 내부 기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실제 사업 규모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점업체 간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일부는 구간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전반적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플랫폼측은 추가 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 환경 변화와 비용 증가 요인을 고려할 때 수수료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사회적대화를 통한 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요금제 선택권 확대와 전 구간 지원 확대를 제안했고, 지원 축소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시적 지원 방안으로 배달앱측은 처음부터 전체 구간 업주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하 규모에 상응하는 현금성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협의가 진전되지 않으면서 논의는 정책 영역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국회에는 수수료 상한을 규제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결국 자율 협의가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입법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사안을 플랫폼 시장 구조 문제로 보고 있다. 거래 조건이 수익 구조를 결정하는 환경에서는 단순한 가격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 수수료 논쟁은 개별 요금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 전반을 둘러싼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협의가 무산될 경우 논쟁의 무게 중심은 제도 설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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