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종길 성결대 교수

“해운·조선 경쟁력 강화위해 미국 해운정책 이해 필수”

2026-04-24 13:00:02 게재

상업해운 기반 무너지면 해양지배력도 약해져

경쟁력 있는 해기사 양성 시스템 더욱 강화해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존 펠란 해군장관이 함정 건조문제를 둘러싸고 국방부 고위 지도부와 갈등으로 해임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은 전쟁부가 별다른 설명없이 발표했던 펠란 장관 퇴임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군 조달과 산업 개혁, 그리고 함대 확장 추진 속도를 둘러싼 권력 투쟁으로 재규정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부터 트럼프 대통령까지 미국의 해양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진행되면서 미국은 지난 2월 ‘해양행동계획(MAP)’까지 마련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22일 미국 의회에서 열린 ‘조선업과 해양 산업 기반 재활성화에 관한 하원 합동 청문회’ 후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을 위한 선박법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이 해양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은 최근 한종길(사진) 성결대 글로벌물류학과 교수가 펴낸 ‘미국의 해운정책’에도 담겨있다. 책 출판을 지원한 정태순 재단법인 바다의품 이사장은 “한 교수의 ‘미국의 해운정책’은 그동안 우리 학계가 간과해왔던 미국 해운의 실패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그들의 실패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일신문은 22일 한 교수와 만나 미국의 해운정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에 대해 물었다. 한 교수는 한국해양대 항해과를 졸업, 현대상선(현 HMM)에서 1등 항해사로 근무한 후 일본에서 유학, 1998년부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과 교수로 근무 중이다. 해운정책을 중심으로 50여편의 학술논문을 국내외에 발표했고 한국해운물류학회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미국의 해운정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최강 패권국가 미국은 해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는 이유 중 하나가 해양패권이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헤리티지재단 등에서 미국의 해양제국 재건 계획을 오랫동안 주장했고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조선산업과 해양지배력 강화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해양지배력을 부활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설계도를 잘 모른다.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것은 미국 해운에 대한 이해가 바탕돼야 한다. 바탕을 튼튼히 하지 못하면 미국조선부흥을 위한 마스가프로젝트에 한국이 협력하는 것도 자칫 정치적 구호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조선산업을 살리려는 배경에는 미국 해운을 살리자는 게 깔려있다. 상업 해운을 살리지 못하면 해양지배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게 정책 밑바탕에 있다. 미·중 해양패권의 최전선은 해운이다. 미국해운은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찾고 우리가 그 길을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구의 시각이나 미국 해군관점이 아니라 해운의 관점에서, 특히 한국의 관점에서 미국 해운정책에 대해 써보자고 생각했다.

●미국 해운산업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해운정책은 화물 선박 선원 기업 등 네 가지 기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해운정책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무언가 보일 것같아 독립전쟁부터 봤는데, 미국은 잘못된 정책으로 자기 나라에서 배를 못만든다. 미국화물을 실어나를 경쟁력 있는 선박과 선사도 없다. 그 선박을 운항할 해기사(간부 선원)도 없다. 미국이 해운의 네 가지 기둥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시 일어날 수 없다. 미국이 선박은 한국 일본과, 쇄빙선은 핀란드 노르웨이와 협력하고 선원은 필리핀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헤리티지 재단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미국이 경쟁력 있는 상업해운을 갖지 못하면 해군력도 가질 수 없다. 이런 상태로는 중국과 해양경쟁에서 미국이 이기기 어렵다. 현 상태로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해양지배력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이를 실천할 해양행동계획도 발표했는데 후속 조치가 느리다. 왜 그런가.

해양지배력을 강화하고 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닉슨 레이건 때도 나왔던 이야기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미국 연안 운송은 미국산 선박과 미국 선원에게만 부여하는 ‘존스법’ 등 너무 큰 이권집단을 만들어 낸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하와이 알라스카 등은 자기들 경제력을 위해 존스법을 완화하자는 법이 나오면 반대의견을 낸다. 이익집단과 노동조합 등도 활발하다. 이런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다.

이해관계로 얽힌 미국의 해운·조선기업과 의회, 행정부 사이 철의 삼각관계가 깨지지 않으면 미국 해운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 기업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는 엄청난 일이지만 이들 철의 삼각관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 미국 해운은 보조금이 지탱하는데 현재 경로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국회에서 세미나가 많이 열리지만 국회의원들에게 해운은 관심사에서 후순위다. 국회의원 중 해운과 해양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누가 있나. 여당과 야당에 한 명씩이라도 제대로 된 해운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

지금 장금상선에 대해 전 세계 해운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리더가 된 것처럼 장금상선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면서 에너지운송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선사로 등장했다. 한국해운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해운협회도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서 해운정책의 중요성을 확산할 수 있게 역할해야 한다.

●미국 해운정책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이 있나.

한국해운협회가 최근 전략상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박을 국내 조선소에서 만들면 보조금을 주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 해운산업 경쟁력이강화될지 의문이다. 자칫 보조금에 의존하는 허약한 체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미국은 허약하게 되는 방향으로 흘렀다. 미국은 해운업의 핵심 인력인 해기사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다.

미국처럼 안되려면 첫째, 국제경쟁력을 무시한 무리한 정책을 피해야 한다. 미국은 자기나라에서 배를 만들수도 없다. 그런데 미국화물을 운송하려면 미국에서 배를 만들고 미국 사람을 쓰라고 한다. 경쟁력을 무시한 것을 하면 안된다. 둘째, 미국은 군사가 상수이고 상업은 변수다. 그렇게 가면 안된다. 유사시에 군사적 목적이 중요하면 평상시 강력한 해운업을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만 강조하면 안되지만 우선시 하려면 상업해운을 더 강조해야 한다. 강력한 민간기업이 있으면 유사시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모두 사람과 관련돼 있다. 상선을 유지하려면 해기사가 있어야 하는데, 평시에 해기사 육성을 지원해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에 소홀하다. 해기사와 경쟁이 많은 곳은 에너지기업들인데, 젊은이들이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에너지 기업으로 더 많이 간다. 우리는 상업선대를 잘 운영해서 중동전쟁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외국 선박이 우리 화물을 운송하지 않으면 우리 해기사로 운송할 수 있어야 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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