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칼럼
전쟁의 경제학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람도 있지만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전쟁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전쟁은 인명을 살상하고 주거지와 생산시설을 파괴해 인력과 자본스톡을 크게 감소시킨다. 사람들이 애써 쌓아올린 부를 허물어뜨리는 경제적 재앙이다. 고전경제학은 공급역량 측면에서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본다.
전쟁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여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측면도 지니고 있다. 정부지출이 늘어나므로 국내총생산이 증가하고, 인력이 전쟁에 차출되므로 실업률이 줄어든다. 거시적 수요를 중시하는 케인즈경제학의 입장에서 본 전쟁의 긍정적 영향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중동전쟁이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산유국들이 밀집해 있는 중동에서 일어난 전쟁이라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중동사태가 호전되어도 한번 오른 국제유가가 다시 내려가는 것은 단기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다수 에너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 중동전쟁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에 상당하는 경제후퇴를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세계의 공장인 아시아 국가들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값싼 에너지에 익숙한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비 증가에 대한 불만으로 집권당인 공화당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전쟁의 경제적 관점, 두 얼굴 가진 야뉴스
시장이 보는 경제전망은 어떤가. 주식가격 추이를 보면 중동전쟁 직후 떨어졌던 주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번째 해석은 인공지능(AI) 투자가 견인하는 상승세가 전쟁으로 인한 공급교란으로 잠시 떨어졌지만 장기적 공급역량에 대한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다시 AI 투자가 밀고가는 상승세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두번째 해석은 처음에는 공급교란의 측면만 보던 사람들이 전쟁의 수요에 대한 긍정적 영향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쟁은 전쟁물자에 대한 수요뿐만 아니라 전후복구에 대한 수요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두 해석 간에도 고전경제학과 케인즈경제학의 관점 차이가 있다.
AI 투자의 상승세가 꺾인다면 어떻게 될까. 고전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케인즈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그래도 전쟁 덕분에 세계경제는 더 팽창할 수 있다.
고전경제학의 입장이든 케인즈경제학의 입장이든 한가지 공통된 전망은 물가가 상승하리라는 것이다. 공급애로든 수요증가든 모두 물가상승 요인이기 때문이다. 공급애로로 인한 물가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 곧 불경기를 수반하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수요증가로 인한 물가상승은 경기팽창을 수반하는 인플레이션을 가져온다.
이 상황에서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이자율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가져갈까. 팽창성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 당연히 이자율을 상향조정하는 방향을 생각할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이자율을 상향하는 쪽을 생각할 것이지만 경기에 민감한 정치권과 기업들의 압력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전쟁의 경제학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술진보다. 기술진보는 수요보다 공급쪽에 더 중요한 요소다. 기술의 발전은 전쟁양상도 바꾼다. 전쟁은 기술진보의 경쟁이기도 한다.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치며 문명이 발전해왔는데, 석기 청동기 철기하면 그려지는 것은 진화해온 무기들이다. 먼저 첨단무기를 손에 넣는 부족들이 세계를 지배해 왔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도 중동전쟁에서도 무기화된 드론이 전장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다. 드론도 중요하지만 AI가 더 중요하다. 최근 중동전쟁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이 상당한 역할을 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앤트로픽이 자제없는 대량살상에 자사제품이 사용되는 데 일정한 선을 그어 미국 전쟁부와 충돌한 일도 의미있는 사건이다.
미국이 투입하고 있는 막대한 전쟁비용에는 AI 활용이 포함된다. 물론 기술을 활용해 전쟁비용을 줄이는 측면도 있다. AI 회사들 입장에서 보면 첨단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며 기술을 시험하고 발전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
유쾌한 주제는 아닌 전쟁의 경제학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역시 전쟁의 경제학은 그렇게 유쾌한 주제가 아니다. 폭력과 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데 돈을 투자한다든지, 폭력이 돈이 된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점잖게 하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주위에 폭력을 행사하며 가까운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배짱을 가진 특정인이 아닌 다음에야 피하고 싶은 주제다. 그래도 경제학자로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게 전쟁에서 일어나는 수요와 공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