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선거구 획정, 수정 없이 실행한다
‘표의 등가성’ ‘국회의원의 의원증원 결정권’ 등 논란
숙고 없이 속전속결, 정개특위 위원 이해상충 제기
선거구 쪼개 무투표 당선 2인 선거구 만든 ‘폐해’도
이미 지난 24일 확정, 내달 1일까지 광역의회 통과
막판에 서둘러 통과된 선거구 획정이 허점투성이인 채로 수정 없이 실행될 전망이다. 이미 광역단체 선거구획정위에서는 국회의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구 획정을 기준으로 자체 획정안을 24일까지 확정했고 내달 1일까지 광역의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에 따라 ‘표의 등가성’ 논란과 함께 불거진 ‘국회의원의 의원증원 여부와 선거구 결정권 부여’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3인 선거구들을 모아 2인 선거구로 재분할하는 방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27일 민주당 원내 고위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추가 수정하기가 어렵다”면서 “현재 방안대로 실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건영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도 “정개특위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만약 수정을 해야 한다면 여야 원내지도부 간 합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가장 논란이 컸던 게 ‘표의 등가성’이다. 서울 강동구와 도봉구의 선거구 획정에 대해 민주당 진선미 의원(강동구갑)과 오기형 의원(도봉구을)이 목소리를 높였다.
진 의원은 “3개 행정동을 묶은 인구 10만명의 ‘사 선거구’와 단 1개 행정동인 인구 3만5000명의 ‘마 선거구’가 동일하게 3명의 구의원을 배정받는 기형적 구조로 바뀌었다”며 “서울 25개 자치구 어디에도 3만5000명의 선거구에 3명의 의원을 배정하는 사례는 없다”고 했다.
또 “인구 변화와 길동 선거구의 (다른 선거구로의) 이동을 고려하면 강동갑 지역은 8명, 강동을 지역은 11명으로 조정되는데 이렇게 되면 갑 지역 구민의 대표성을 심각하게 과소 대표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발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증원 여부와 선거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나왔다.
오 의원은 “도봉구 나선거구는 본래 3인 선거구였는데 선거법 개정 막바지에 도봉갑 구의원 1명을 증원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들어갔다”며 최근 공포된 공직선거법 부칙 3조에 명시돼 있는 ‘증원여부 및 증원이 이루어질 시범실시지역 내 지역구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는 해당 시범실시지역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정한다’는 조항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재섭 의원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이해당사자인 강동구을과 도봉구갑 의원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결정했던 정개특위의 위원이다.
인천에서는 제물포구의회 의석이 늘어나는 대신 검단구가 분리된 서구의회와 남동구의회 등의 의석이 줄어들면서 ‘표의 등가성’ 논란이 번졌다. 제물포구는 기초의원 1명당 인구가 약 6000명 수준인 반면 서구는 4만명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또 대구시 등 곳곳에서는 3인 이상 선거구를 합해 2인 선거구를 만드는 ‘쪼개기’ 편법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자치구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인 선거구 4곳, 3인 선거구 23곳, 4인 선거구 8곳, 5인 선거구 1곳 등 36곳의 선거구를 두는 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대구시 의회는 4인 선거구를 8곳에서 1곳으로 줄이고 2인 선거구를 4곳에서 18곳으로 늘렸다. 국회 차원에서 중대선거구 시범지역으로 정한 수성구마(5인), 수성구바(4인) 선거구를 제외한 4인 선거구 7곳은 모두 2~3인 선거구가 전환돼 전체 선거구는 43곳으로 7개나 늘었다.
국회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정개특위 법안소위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부대의견에 ‘시도의회는 선거구획정안의 취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담겨져 있다”며 “기초의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의견이 무시된 채로 지역구가 다시 쪼개지는 일이 발생하는 일은 저는 막아야 된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에서도 이 제도가 시도의회에서 논의가 될 때 부대의견을 충분하게 반영해서 기초의회가 더 이상 2인 선거구로 쪼개지지 않도록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강동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와 관련해 “지방선거 선거구획정위도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등이 참여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구로 만들어 중앙선관위 산하로 두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