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실적, 주가 랠리 향방 가른다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매수 늘며 기대 확산 … 골드만 내부선 단기 조정 경고도
블룸버그는 오는 29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하는 이들 5개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이 약 16조달러에 달하며,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키스 러너 투자자문회사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 최고투자책임자 겸 수석시장전략가는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며 최근 상승세를 “입증할” 실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그니피센트7(빅테크 대표 7개 기업)은 최근 4주 동안 S&P500지수를 13% 끌어올린 주역이다. 특히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주가는 S&P500이 3월 30일 저점을 찍은 뒤 모두 25% 이상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인공지능(AI) 투자 과잉 우려로 빅테크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지만, 이후 투자자 포지션이 정리되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지면서 반등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도 역설적으로 빅테크 매력을 키웠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7의 1분기 이익은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나머지 S&P500 기업들의 예상 증가율 12%를 웃돈다. 투자회사 젠슨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앨런 본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빅테크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며 “기술주는 지정학적 문제로 인한 혼란 우려가 크지 않은 장기 성장 서사를 살 수 있는 방법이고, 최근에는 꽤 매력적인 할인 가격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옵션 시장도 단기 상승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주요 빅테크 가운데 알파벳을 제외한 종목에서 콜옵션 거래량이 풋옵션 거래량을 앞섰다. 콜옵션은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이고, 풋옵션은 하락에 대비하는 상품이다. 알파벳 옵션은 실적 발표 전후로 5.25% 변동을 반영하고 있으며, 메타는 옵션 시장이 반영한 예상 변동폭 7%보다 최근 4개 분기 실적 발표 전후 실제 평균 변동폭이 9%로 더 컸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파생상품 트레이더 브라이언 개럿도 상승 쪽 기회를 보고 있다. 개럿은 투자자들이 아직 충분히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객 대화가 처음에는 헤지 논의로 시작하지만, 이미 포트폴리오에 하락 대비 포지션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결국 “어떤 콜옵션이 가장 매력적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실적에서 가장 큰 변수는 AI 투자 부담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의 올해 설비투자는 6490억달러로, 지난해 4110억달러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웰링턴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바베타 기술팀 공동대표는 이 자본 투자가 높은 투자수익률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성장과 이익률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투자 확대는 현금흐름을 압박하고 있다. 아마존의 1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33억달러로 2022년 이후 가장 나쁠 것으로 예상되고, 메타의 1분기 잉여현금흐름도 40억달러로 약 4년 만에 가장 작을 전망이다.
클라우드 실적도 관전 포인트다.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과 오픈AI의 고객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클라우드 매출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1분기 매출은 26%,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38%, 구글 클라우드는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직전 분기에는 애저 매출이 38% 증가했음에도 투자자 기대를 채우지 못해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실적 발표 다음 날 10% 하락했다.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골드만삭스의 주식 트레이더 존 플러드는 S&P500이 올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단기 조정 신호가 켜졌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지수(SOX)가 18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200일 이동평균선을 약 50% 웃돌아 2000년 거품 붕괴 직전 이후 가장 극단적인 괴리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4월 말 연기금 리밸런싱 과정에서 미국 주식 250억달러 매도 수요가 나올 수 있고, 추세추종형 선물 투자자들의 S&P500 매수 여력도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플러드는 올해 말 S&P500이 현재보다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은 유지하면서도, 당장은 지수 차원의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봤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