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홍콩증시 IPO 기업
젠슨황이 믿고 맡기는 '빅토리 자이언트'
작년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대만에서 주최한 비공개 만찬에 중국 본토 부품 공급업체는 단 한 곳만 초대받았다. 빅토리 자이언트의 천 타오 회장이다. 이 한 장의 초대장이 이 회사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분해하면 초록색 판 위에 수많은 부품이 촘촘히 박혀 있다. 전자기기의 ‘신경계’라 불리는 인쇄회로기판, PCB다. AI 서버는 일반 전자기기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PCB를 요구한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초당 수백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이를 감당하려면 100층 이상의 초정밀 PCB가 필요하다. 빅토리 자이언트는 이를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전 세계 극소수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가 단순 납품업체와 다른 점은 엔비디아가 새 칩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다. 회로 배선과 발열 설계를 처음부터 공동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사실상 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된다. 그 결과 블룸버그는 2025년 11월 기사에서 해외 매출의 60%가 아마도 엔비디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80% 급증했고, 순이익은 273% 늘었다. 2015년 선전에서 상장했다. 선전거래소 A주는 같은 해 600% 올라 아시아태평양 지수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그 PCB 업체가 드디어 4월 21일 홍콩 증시에 추가 상장했다. 공모가는 본토 주가 대비 약 37% 낮게 책정됐다. 청약 경쟁률은 295 대 1로 중국 기업의 홍콩 이중상장 역대 2위다. 윤펑 캐피털, 힐하우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기관 37곳이 약 1조 원어치를 미리 확약했다. 미중 관세 갈등에 대비해 베트남에 6000억원 규모의 스마트 공장도 건설 중이다. 중국산 PCB에는 최대 35%의 관세가 붙지만 베트남산에는 10%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시장이 아직 주목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가 2026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경우, 빅토리 자이언트는 로봇 몸속 회로기판의 핵심 공급자로 부상한다. 이 기업은 2025년 5월 게시물에서 엔비디아, 테슬라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인간형 로봇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AI 서버에 이어 로봇이라는 두 번째 성장 엔진이 열리는 셈인데, 현재 주가에는 이 가치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회계 불투명성, 정부 개입 리스크, 미중 갈등이라는 세 가지 그림자가 늘 따라다닌다. 그러나 빅토리 자이언트는 이 우려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몇 가지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엔비디아라는 미국 최고의 기술 기업이 공급망 최전선에서 이 회사를 검증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실체를 의심한다면, 젠슨 황이 그 회사 회장을 독점 만찬에 초대했다는 사실부터 설명해야 한다. 둘째, 홍콩 증시 상장은 국제 회계 기준과 공시 의무를 따른다. 본토 A주와 달리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는 투명성이 요구된다. 모건스탠리와 힐하우스가 1조원을 베팅한 것은 단순한 감이 아니라 실사의 결과다. 중국 주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기엔, 이 회사가 쌓아온 검증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