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성 왜곡 등 논란에 결국 선거법 재개정

2026-04-27 13:00:26 게재

인천, 기초의회 최소 정수 모자라

대구 등에선 중대선거구 쪼개기도

“선거구획정 독립기구에 이관해야”

국회가 광역·기초의회 선거구를 대폭 조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달라진 행정체제와 인구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전국적으로 반발을 사고 있다. 결국 국회가 오는 28일 선거법 수정안을 마련해 다시 처리하기로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초래됐다. 대구에선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정한 중대선거구를 시의회가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일도 발생했다.

6.3 지방선거 투표 독려 캠페인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경기도 선관위 직원들이 6월 3일 실시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고양 연합뉴스

27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역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처음 도입하고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율을 높여 광역의원(지역구 및 비례) 55명, 기초의원 25명 등 모두 80명을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선거구획정 법정 시한(선거일 전 6개월)을 훨씬 넘겨 선거를 불과 46일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시·도는 부랴부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열어 개정 선거법에 따른 광역·기초의회 선거구 및 의원정수 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선거구획정 과정에 심각한 표의 등가성 격차, 광역·기초 선거구 불일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행정체제가 바뀌는 인천이 대표적이다. 인천은 행정구역개편(중·동구→영종·제물포구, 서구→서해·검단구) 영향으로 기존 중구의회와 동구의회가 제물포구의회와 영종구의회로 재편되고 서구의회에서 검단구의회가 분리된다. 기초의회가 10곳에서 11곳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의 기초의원 총 정수는 기존 123석에서 126석으로 3석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규모로는 행정체제 개편 영향과 국회의 중대선거구 확대 요구까지 수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설되는 기초의회 최소 정수 7명을 맞추기 위해 서구·남동구의회 의석을 줄이는 등 조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제물포구는 기초의원 1명당 인구가 약 6000명 수준인 반면 서구는 4만명에 달한다”며 “대표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인천시의회는 24일 예정돼 있던 선거구획정 조례 개정을 보류하고 28일 예정된 국회의 관련 법률 개정을 기다리기로 했다. 인천시의회 관계자는 “검토 결과 행정체제 개편 영향을 반영하려면 최소 129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에선 광역과 기초 선거구가 불일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지난 23일 개정한 조례에 따르면 광산구 비아동은 광역의원 선거 시 첨단1·2동 하남동 임곡동 수완동과 묶이지만 기초의원 선거에선 신가·신창동과 같은 선거구에 포함됐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의 경우 기존 틀을 유지하되 정수만 늘릴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부칙을 적용한 탓이다. 해당 선거구의 이귀순 광주시의원은 “비아동은 선거 때마다 선거구가 바뀌는 상황이 반복돼왔다”며 “선거구 획정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생활권과 지역 정체성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 강동구, 경기 안산시, 충남, 제주 등 곳곳에서 표의 등가성 훼손 등을 이유로 기초의회 의원정수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기초의원 정수와 관련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여야 논의를 재개해 4월 회기가 마무리되는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새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의회는 지난 24일 대구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선거구획정안 중 4인 선거구 8곳을 1곳으로 줄이고 2인 선거구를 4곳에서 18곳으로 늘리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경북도 선거구획정위원회도 포항시의원 3인 선거구를 7곳에서 5곳으로 축소하고 2인 선거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반발을 사고 있다. 시민단체와 소수정당들은 “‘2인 선거구 쪼개기’ 구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민의를 왜곡하는 거대 정당의 의석 독점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선거구 늑장·졸속 획정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구 상 충남도의회 사무처장은 언론기고를 통해 “문제의 본질은 권한의 과도한 중앙 집중에 있다”며 “일본은 1999년 지방분권 개혁 이후 지방의원 법정 정수제도를 폐지하고 지방정부 조례로 의원정수를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구 획정 권한을 정치권에서 완전히 분리해 독립적·중립적인 기구에 전면 이관하고 의원 정수와 선거구획정 권한을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처럼 지역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태영·김신일·홍범택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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