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의 바이오, 세계 퍼스트무버를 향해

2026-04-27 13:00:22 게재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월령에 맞게 예방접종을 챙긴다. 우리가 흔히 ‘불주사’라고 부르는 BCG 접종이나 B형 간염 예방접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생애 첫 건강 보호막이 되어주는 백신은 우리 삶과 밀접한 대표적인 바이오의약품이다. 백신은 사스나 코로나19처럼 인류를 위협하던 감염병의 공포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바이오의약품의 가치와 역할은 이제 보건의료 분야를 넘어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올해 바이오의약품 1분기 수출액은 20억달러로 전년 대비 11.1% 증가라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전통적인 제약 강국인 스위스를 대상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크게 증가하며 최대 수출국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시장 곳곳에서도 K-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쌓이고 있다.

바이오 혁신 제도적 토대 마련

이러한 눈부신 성과는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여준 뛰어난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이 뒷받침된 결과인 동시에 바이오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세계적 기준을 충족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식약처는 국제 규제 조화와 규제 혁신을 추진하며 주요 수출국과의 규제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쳐왔고 산업계 역시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8년까지 약 9742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11.4%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기존의 합성의약품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만료가 이어지며 우리에게는 더 큰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식약처는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K-바이오 규제혁신’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수출제조업 등록제를 도입함으로써 위탁생산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바이오시밀러 허가 프로세스를 혁신하여 빠르게 치료제가 출시될 수 있도록 심사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주요 24개국의 규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기업들이 각국의 제도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미래를 향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우선 국내 mRNA 차세대 백신의 신속한 개발과 제품화를 지원하고 항암제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항체-약품접합체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특성을 고려한 제조 시설 운영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나아가 AI 모델을 활용해 후보 항원을 예측하는 유전자 치료제와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해서도 단계별 규제 로드맵을 수립하여 기업들이 시행착오 없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계획이다.

합리적 규제 개선과 국제 조화

글로벌 규제 리더가 되기 위한 보폭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바이오헬스 분야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교육 등 세부적인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대만 인도네시아 등 원료 혈장 수입 가능 국가를 대상으로 한 GMP 교육 등을 통해 수출 협력 기반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감염병백신연합(CEPI)과 협력해 글로벌 보건 위기 상황에 대비한 백신 허가 체계를 점검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과 역할도 다하고 있다.

식약처의 목표는 명확하다.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괄목상대할 기술 발전으로 이제 세계무대의 중심이 된 K-바이오가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식약처는 앞으로도 합리적인 규제 개선과 국제 규제 조화를 통해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김용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