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 시대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다

2026-04-28 13:00:01 게재

최근 인공지능(AI)에 기대하는 가장 큰 관심사는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는가에 있다. 이전 학생들은 과제를 하기 위해 책을 찾고 인터넷을 검색했으나, 이제는 생성형 AI에 몇마디 질문을 던지고 곧바로 문제를 해결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획안을 작성하기 전에 AI를 먼저 열고 틀을 잡게 하고 이메일이나 회의 정리도 AI를 활용한다. 가정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요리 레시피나 생활상식 등을 AI에 물어보면 곧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작업시간의 단축을 가져오고 있다. 최근 국내 노동자 조사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51.8%)이 생성형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평균적으로 업무시간이 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 시간 줄였지만 생산성은 제자리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줄어든 시간과 작업량 사이의 상관관계는 제로에 가깝게 나타났다. 업무시간은 줄었지만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학생들은 절약된 시간을 활용해 과제의 완성도를 높이고 직장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거나 협업에 시간을 투자한다고 응답했다. 즉 줄어든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 결과물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그 시간을 다시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AI는 단순히 시간을 절약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일의 구조를 재편하는 기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AI는 개인의 일상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훨씬 더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AI는 유엔과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69개 세부 목표 가운데 128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의료 교육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I는 CT나 MRI, X-ray 이미지를 분석해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미세한 종양을 찾아내는 보조역할을 하고 있으며,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위험을 예측하고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AI 활용에 따라 발생하는 격차다. 개인적으로는 AI 기술을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업무수행 시간과 효율성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AI 기술이 누군가에는 과제나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결과물을 빠르게 산출할 수 있게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격차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고급 AI 기술이 특정 기업과 국가를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는 것은 향후 국가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AI 사용 격차 새 불평등 불러올 가능성

AI는 더 이상 미래기술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AI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의 기대감과 활용도가 어쩌면 지금의 AI와 유사하다. 인터넷이 특정 산업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기반 기술로 발전하였듯이 AI 역시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AI에 대한 논의는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는가’에서 ‘AI가 바꾸어 놓은 사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경쟁력은 AI 기술 자체보다 사용 역량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단순한 AI 도입과 장려만으로는 경쟁력을 높이기에 충분하지 않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접하게 되는 AI에 대한 교육방식에서부터 업무 프로세서와 평가기준을 함께 재설계하지 않는다면 AI는 인간을 위한 효율적인 기반 기술이 아니라 격차만 확대하는 장치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