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반발에 흔들리는 트럼프…협상 ‘안갯속’

2026-05-26 13:00:02 게재

“비핵화 없는 종전” 비판

트럼프도 신중론 선회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미 의회의사당에서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이 이란 전쟁 관련 비공개 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위커 의원은 24일 엑스에서 “60일 휴전은 재앙이 될 것이다. ‘장대한 분노’ 작전을 통해 이룩한 모든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판 진통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지 하루 만에 핵 프로그램 제한과 제재 완화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다시 부각되면서 협상 분위기가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이란 비핵화 없는 맹탕합의 아니냐”는 공화당 강경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낙관론에서 한발 물러나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중재국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 제한 조치와 제재 완화의 선후 문제를 두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협상 진전이 둔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완화와 휴전 연장, 후속 핵협상 개시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이 선제적이고 검증 가능한 핵 제한 조치를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미국의 제재 완화와 동결자산 해제에 대한 구체적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일부 제재 완화 혜택만 확보한 뒤 핵 협상을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25일 잇달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자신이 추진하는 합의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의 이란 핵합의(JCPOA)와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협상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이란을 타격할 것”이라며 군사 압박 가능성도 다시 시사했다. “시간은 미국 편”이라며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냈다.

이는 공화당 내부에서까지 “선 휴전 연장, 후 핵협상” 방식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명분으로 이란 핵 위협 제거를 내세웠지만 현재 논의되는 합의안은 우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60일간 추가 휴전을 유지한 뒤 별도 핵협상을 진행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공화당 강경파와 친이스라엘 진영에서는 “결국 이란에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전 첫날 이란 최고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음에도 이란 신정 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가시적인 핵 성과 없이 종전 수순으로 들어갈 경우 “왜 전쟁을 시작했느냐”는 비판이 트럼프 지지층 내부에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를 다시 핵심 협상 카드로 부각하는 분위기다.

CNN이 인용한 미 고위 당국자는 “합의의 핵심은 이란이 이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먼지(dust)가 없으면 달러도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기서 ‘먼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결국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얼마나 완전하게 폐기하거나 반출하느냐에 따라 제재 완화 범위도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현재 최대 쟁점은 이란이 보유한 농축도 60% 우라늄 440㎏ 처리 방식이다. 미국은 당초 이를 미국으로 반출해 폐기하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감독 아래 이란 현지 또는 제3국에서 폐기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일부 유연성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 내 반발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보다 강경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협상과 함께 이스라엘·아랍권 관계 정상화인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표적 외교 성과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이 즉각 협정에 참여해야 한다며 사실상 압박성 발언까지 내놨다.

이는 이란과의 타협으로 보일 수 있는 협상을 중동 질서 재편이라는 더 큰 외교 성과로 포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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