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타결이냐 재충돌이냐

2026-05-27 13:00:08 게재

미군 제한공습 다음날 ‘정중동’… 트럼프는 내각회의, 이란은 보복예고

26일(현지시간) 이란 북부 테헤란의 도로 위 차량들 사이에서 거리 음악가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전쟁과 경제 불안 속에서도 이어지는 시민들의 일상과 도시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미국의 제한적 대이란 공습 이후 양측이 군사 압박과 외교전을 병행했다. 협상 타결과 전쟁 재개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25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지역에 대한 미군 공습이 “자위권 행사” 차원의 제한적 대응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이란이 해협 주변에 기뢰를 부설하려 하거나 미 해군 함정 인근에 공격용 드론을 띄우는 움직임을 보였고 지대공 미사일 기지 활동도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 중부사령부는 대규모 확전은 피하면서도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계산된 타격’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공격을 휴전 위반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어떠한 휴전 위반 행위에도 보복할 권리는 정당하고 확고하다”고 경고했고, 영공을 침범한 미군 MQ-9 드론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드론 격추를 즉각 부인했다.

현재까지 양측이 추가 군사 충돌에 들어갔다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수위가 여전히 높고, 양측이 군사적 옵션을 완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폭풍전야의 고요”라는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예정된 내각회의에서 향후 대이란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는 악천후 예보로 백악관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일 악천후가 예상됨에 따라 내각회의를 백악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회의가 이란과의 협상을 마무리할지, 아니면 군사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일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이란의 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에서 기존 입장보다 한발 물러섰다. 미국이 직접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고농축 우라늄 문제에 대해 절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종전 합의 자체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부담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 가능성을 여러 차례 경고하면서도 전면전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다만 이란이 군사 보복에 나설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미국 내 강경파와 친이스라엘 진영에서는 “맹탕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작전 재개 명분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양측이 이란 협상 상황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응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앞선 19일 통화에서는 추가 군사 타격 필요성을 주장한 네타냐후 총리와 협상 타결을 우선시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군사 대응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중재국을 통한 외교전도 병행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6일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와 통화하면서 “이란은 중동 지역의 분쟁과 긴장을 끝내기 위한 작업을 마무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전쟁과 현재의 지역 긴장을 종식하기 위한 ‘품위 있는 틀’을 향해 나아갈 준비 태세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제는 상대방(미국)이 의지를 보여줄 때”라고도 말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협상 과정에서 동결된 해외 자산 240억달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협상팀은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협상에서 자산 동결 해제와 제재 완화를 핵심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