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러엔 이란 HEU 못넘겨”

2026-05-28 13:00:34 게재

낙관론 하루만에 핵·호르무즈·제재서 강경 고수 … 호르무즈 인근서 또 폭발음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제재 완화 문제에서 다시 강경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지금까지는 그들이 우리가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이란은 매우 협상을 성사시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협상 타결) 되거나 아니면 우리가 그냥 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 행동 재개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그들은 기력이 다한 채(on fumes) 협상하고 있다”며 “어쩌면 우리가 돌아가 그걸 끝장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을 가리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 왼쪽에 있는 사람이 그들을 끝장낼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달 휴전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했던 이란 민간 인프라 공격 가능성까지 다시 상기시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시 그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요구를 이란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발전소와 교량 등 기반시설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외교가 언제나 첫 번째 선택지”라며 “향후 몇 시간 또는 며칠 사이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외교 해법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상의 핵심 조건도 비교적 분명히 제시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국제수로이며 아무도 통제할 수 없다”며 “우리가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오만과 함께 해협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오만도 다른 나라들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날려버릴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란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접하고 있는 오만에 사실상 공개 경고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이 요구해 온 제재 완화와 동결자산 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제재 완화나 돈을 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뒤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돈을 통제하고 있으며, 올바르게 행동할 때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고농축우라늄(HEU) 처리 문제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란의 HEU를 처리하는 방안을 용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건 내가 불편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미국이 최근 HEU를 반드시 미국으로 반출하지 않더라도 국제 감독 아래 이란 내부나 제3국에서 폐기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일부 보였지만, 중국·러시아 같은 이란 우방국 개입은 차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란 측은 핵 프로그램 문제가 종전 양해각서(MOU) 단계에서는 논외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매체들은 핵 관련 논의는 MOU 체결 이후 별도 협상 대상이라는 입장을 전하고 있으며, 동결자산 약 120억달러(약 18조원) 해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은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한 종전 MOU 초안 내용도 정면 반박했다. 백악관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신속대응 47’을 통해 “이란이 통제하는 매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공개된 MOU는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란 국영방송은 미국이 이란 주변 미군 병력을 철수하고 해상 봉쇄를 해제하는 대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수를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내용의 비공식 초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도 협상 전망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며칠 동안 합의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신속한 외교적 돌파구 가능성은 흐릿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다시 군사적 긴장이 감지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8일 새벽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동쪽에서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이후 방공망이 가동됐다. 반다르아바스 인근에서는 지난 25일에도 미 중부사령부가 “자위권 행사”를 이유로 일부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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