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책 찾아 읽고, 인공지능 시대에 철학 찾고”

2026-06-01 10:29:44 게재

예스24가 분석한 상반기 독서 트렌드

영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계기로 과거 작품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인공지능 확산 속에서 철학과 고전을 찾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등 올해 상반기 출판시장의 독서 지형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는 1일 ‘2026년 상반기 도서 판매 트렌드 및 베스트셀러 분석’을 발표하고 올해 상반기 출판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역주행’, ‘인공지능’, ‘10대 독자’, ‘디지털 독서’ 등을 꼽았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영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계기로 과거 출간작이 다시 주목받는 ‘역주행’ 열풍이다.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영화 개봉 효과를 본 앤디 위어의 SF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차지했다. 2021년 출간된 이 작품은 지난 3월 동명 영화 개봉 이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배 증가했다. 해외소설이 예스24 상반기 종합 1위에 오른 것은 12년 만이다.

0

상위권에서도 소설 강세가 두드러졌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비롯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안녕이라 그랬어’, ‘자몽살구클럽’, ‘모순’ 등 5권이 종합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양귀자의 ‘모순’은 출간 28년이 지났음에도 2030세대 구매 비율이 41.4%에 달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포함된 소설은 22권으로, 2024년 상반기 5권과 비교하면 2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예스24는 한 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이어진 문학 열풍이 세계문학과 스크린셀러 현상으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해외소설 열풍도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해외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9% 증가했으며, 상위 50종 가운데 31종이 2000년 이전 발표된 고전 작품이었다. 특히 20·30대의 해외소설 구매량은 각각 29.7%, 33.0% 증가해 젊은 세대가 세계문학과 고전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현안이 독서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뚜렷했다.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활황이 이어지면서 투자 재테크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44.5% 증가했다. 특히 국내주식 관련 도서 판매량은 277.8% 급증했다.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 등 투자서가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었다.

국제 정세 불안도 독서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중동 관련 도서 판매량은 68.5% 증가했고, 지정학과 전쟁을 다룬 책들이 사회정치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인공지능 관련 도서 시장은 더욱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관련 신간 1589종이 출간됐으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6% 증가했다. 인공지능 활용서가 챗GPT 중심에서 제미나이, 클로드 등 서비스별 전문 활용서로 세분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반면 인공지능이 확산될수록 인간다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 등이 인기를 끈 가운데 철학·고전 도서가 다시 주목받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경험과 사유를 되돌아보려는 독서 흐름으로 분석된다.

10대 독자의 약진도 눈에 띄는 변화다. 올해 상반기 10대 독자의 도서 구매량은 전년 대비 84.5% 증가했다. 수험서뿐 아니라 소설과 자기계발, 만화 분야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상반기 10대 베스트셀러 1위는 가수이자 작가인 한로로의 소설 ‘자몽살구클럽’이 차지했다.

디지털 독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전자책은 신간 중심 소비가 확대되며 ‘종이책의 대체재’가 아닌 독립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으며, 오디오북은 출퇴근과 운동 등 일상 속에서 즐기는 ‘듣는 독서’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오디오북 시장에서는 소설과 인문 역사 분야가 강세를 보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