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보다 헤즈볼라 운명에 더 민감

2026-06-02 13:00:02 게재

‘저항의 축’ 유지가 핵심

트럼프도 직접 중재 나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최대 걸림돌은 핵 문제가 아니라 레바논이 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협상의 핵심 쟁점은 이란의 고농축우라늄(HEU) 처리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ABC 인터뷰에서 “향후 1주일 내로 사람들이 그 합의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포함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레바논 문제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단순히 레바논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란이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역내 세력망인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의 핵심이다.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등과 함께 이란의 중동 영향력을 떠받치는 가장 강력한 대리세력으로 꼽힌다. 특히 이스라엘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이란 입장에서는 사실상 최전선 역할을 수행하는 전략 자산이다.

이 때문에 이란은 핵 프로그램 문제에서는 일정 수준의 타협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헤즈볼라의 존립이 걸린 문제에서는 훨씬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일 엑스(X)에 “이란과 미국의 휴전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휴전”이라며 “어느 한 전선에서의 휴전 위반은 모든 전선의 휴전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이 레바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란 협상단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세 확대에 항의하는 의미로 미국과의 메시지 교환을 중단했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뉴스가 1일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단 하나의 전선에서 휴전이 위반되는 것은 모든 전선에서 휴전이 위반되는 것”이라며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역시 물러설 기색은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일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가 우리 시민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베이루트의 테러 목표물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기존 통제선을 넘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북부까지 작전 범위를 확대했고 휴전 기간 중단했던 베이루트 공습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재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NBC 인터뷰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물론 헤즈볼라 측과도 통화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도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전 중단을 자신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예정됐던 베이루트 공습을 연기했다고 보도했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이 미국 측에 즉각적인 휴전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어렵게 진전된 종전 협상이 레바논 전선 때문에 무너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더욱이 미국과 이란은 이미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골자로 한 MOU 초안 단계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CNBC 인터뷰에서 “유가는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급락할 것”이라며 협상 진전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결국 이번 협상의 마지막 승부처는 핵 문제가 아니라 레바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추가 공세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지, 이란이 헤즈볼라 문제를 이유로 협상장을 완전히 떠나지 않을지가 향후 종전 합의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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