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추경호, 반도체로 공동전선 펴나
광주·충청 투자 확대 대응
대구·경북 산업연합 구상
반도체가 민선 9기 대구·경북(TK) 협력의 첫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충청권 반도체 투자 확대 속에 ‘TK 반도체 패싱론’이 제기되자 이철우 경북지사와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이 각자 대응에 나서면서다.
15일 대구시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투자 확대가 수도권·충청권·호남권에 집중되면서 TK 반도체 패싱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지사와 추 당선인이 반도체를 고리로 공동 대응에 나선 배경에도 이런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는 이를 지역 간 경쟁이 아닌 상생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호남의 후공정 투자와 경북의 전공정·소재부품장비 산업은 경쟁이 아닌 상생 관계”라며 “구미 소부장 생태계 성장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11일에는 “구미가 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경북이 소재·부품부터 팹(Fab) 생산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지난 2월에도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한계를 지적하며 구미를 반도체 산업 최적지로 평가했다.
그는 구미·포항·영주를 잇는 전주기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광주에서 후공정 투자가 늘어나면 소재·부품·장비 수요도 함께 증가해 구미가 공급망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추 당선인 역시 반도체를 ‘대구경제 대개조’의 핵심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반도체를 인공지능(AI)·로봇·미래모빌리티·바이오와 함께 5대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투자 유치도 주요 경제 공약으로 제시했다.
추 당선인은 지난 11일 입장문에서 “정부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상 속에서 대구·경북이 맡을 역할과 투자계획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업 투자는 정치적 고려가 아닌 산업 생태계와 인재, 전력·용수 등 객관적 여건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시장 직속 투자유치단 신설과 경제조직 개편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형 투자 유치 기능을 강화해 대구경제 대개조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안팎에서는 이 같은 구상이 대구·경북의 기능을 연계하는 이른바 ‘TK 6대 역할론’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와 인재양성, 구미는 소재·부품·웨이퍼, 포항은 첨단소재·전력반도체, 대구경북신공항은 물류 허브 역할 등을 맡아 하나의 반도체 산업벨트를 구축하는 구상이다.
이철우 지사가 공급망 경쟁력과 전주기 클러스터 구축을 강조한다면, 추경호 당선인은 투자 유치와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통한 광역 경제권 구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방향은 다르지만 반도체를 대구·경북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표는 같다. 행정통합이 멈춰선 자리에서 반도체가 민선 9기 첫 공동 프로젝트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