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개방, 공급과잉 서막될까

2026-06-15 13:00:04 게재

하루 500만배럴 과잉 예상

비중동 산유국 입지 확대

호르무즈 재개방 관련 합성 이미지. 출처: 챗GPT
로이터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칼럼 분석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오히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시장 장악력을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산유국들은 해협 재개방을 반기겠지만, 이후 쏟아질 원유 물량이 이미 약해진 OPEC의 영향력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는 OPEC 산유량을 크게 줄였고, 세계 원유 시장이 중동 대신 미국과 브라질 등 비중동 산유국 물량에 더 기대게 만들었다.

해협이 언제 다시 열릴지, 재개방 뒤 통행 조건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통행이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은 일정한 통제권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한 가지 흐름은 뚜렷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등은 전쟁으로 생긴 재정 구멍을 메우기 위해 석유 수출을 최대한 늘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뒤 중동의 석유 수출은 하루 약 1300만배럴 줄었다. 이는 전 세계 공급의 약 13%에 해당하며, 로이터 산정으로는 매출 손실이 800억달러를 넘는다. 정유시설, 저장시설, 유조선, 액화천연가스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 피해도 수백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중동 전쟁시 비축 물량을 꺼내 쓰며 버텨온 만큼, 아시아 수입국과 정유업체들의 재고 보충 수요는 해협 재개방 직후 유가를 떠받칠 수 있다.

다만 중동 산유국들이 멈춰 세운 하루 약 1100만배럴 규모의 생산을 되살리는 데는 여러 달이 걸릴 수 있다. 줄어든 수요가 실제로 사라진 것인지, 단지 뒤로 미뤄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재고 보충 수요와 생산 복구 지연,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 유가는 다시 크게 출렁일 수 있다.

과거라면 OPEC과 러시아 등 동맹국들은 산유량을 조절해 시장 안정에 개입했겠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OPEC 산유량은 2월 하루 3100만배럴에서 4월 평균 하루 2000만배럴로 급감했다. 전 세계 생산에서 OPEC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랍에미리트가 4월 OPEC을 탈퇴하고 독자적 생산 확대 전략을 택한 것도 OPEC 결속과 사우디 권위에 타격을 줬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드론 공격으로 수출을 늘려 수급 조절자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호르무즈가 다시 열리면 재정 수입이 급한 OPEC 회원국들은 시장 점유율을 놓고 공격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시장에 더 많은 원유를 밀어 넣고 가격에 강한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사우디는 전쟁 중 수출 물량의 60% 이상을 홍해로 돌려 유가 급등의 혜택을 봤다. 이 때문에 대체 수출로가 거의 없었던 이라크와 쿠웨이트 등에 생산 자제를 설득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OPEC은 최근 넉달 연속 월간 증산에도 합의했다. 현재 속도라면 OPEC 플러스는 2023년에 합의한 하루 165만배럴 감산을 9월까지 문서상 모두 되돌리는 경로에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애널리스트는 OPEC 물량이 돌아오고 미국, 브라질, 베네수엘라의 높은 생산이 이어질 경우, 호르무즈 완전 재개방 뒤 몇 달 안에 세계 시장이 하루 약 500만배럴의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다.

OPEC은 과거 가격 전쟁도 감수해왔지만, 수십년 만의 공급 충격 직후 마찬가지 선택을 한다면 상황은 통제 불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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