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시위’ 장기화…합수본, 수사 돌입

2026-06-15 13:00:06 게재

시위현장 주장 혼선 … 2030, 부정선거론 거리두기

중앙선관위 서버 압수수색 마무리, 소환조사 수순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시위가 열흘을 훌쩍 넘기면서 장기화될 조짐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무리하고 관계자 소환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참정권’ 초점 온라인 활동 활성화 = 개표소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봉쇄한 시위대는 14일 오후 5시 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8000여명을 기록했다. 토요일이었던 전날 10시 30분 기준 1만9000명보다는 줄었지만, 평일보다는 많은 인원이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공원 내 실시간 인구(관람객·행락객 포함)는 2만4000~2만6000명으로 20대(16.5%)와 30대(31.1%)가 절반에 가까웠다.

지난 주말 당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재선거”를 주장하던 분위기가 주중에 세를 불린 부장선거론자들의 부정선거 주장과 혼선을 빚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낮 12시 30분쯤 한 국민의힘 기초의원 당선자는 2-3 게이트 앞에 분향소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하고 이른바 ‘민주주의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이려다 다른 참가자들의 반발과 공원측의 불허로 무산되기도 했다.

참정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2030 세대가 부정선거론자들과 거리를 두며 목소리를 모으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10일 당파적 갈등을 배제한 시위를 추진하는 ‘참정권 갤러리’가 신설, 200여명이 모였다.

이 갤러리는 스스로 밝힌 ‘운영 기조’에서 “당파적 갈등과 분열 대신 헌법 수호의 정신으로 단결해 6.3 지방선거 사태 책임을 회피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규탄하고 정상 작동하지 않는 사법부의 정상화를 요구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좌파·우파 색채 언어 금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재명 대통령 등 특정인 비하 및 혐오 구호 금지’ ‘특정 국가 및 외국인 폄하 금지’ 등의 규칙도 정했다.

이밖에 참정권 수호를 표방한 오픈채팅방들이 생기는가 하면 선관위 관련 논란 보도를 주제별로 모아놓은 ‘참정권지킴위원회’라는 민간 아카이브 사이트,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전국 대학의 성명과 대자보를 모아둔 ‘한 표의 기록’ 사이트 등도 만들어졌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선관위 기강문제도 도마에 = 이번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합수본도 중앙선관위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소환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합수본은 13일 선관위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증거물 분석에 들어갔다. 압수 대상에는 중앙선관위 내부 메신저와 결재 내역 등이 포함됐다.

합수본은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매수를 유권자 수의 50%까지 줄인 점,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과 사후 대응 방식 전반을 파악할 계획이다.

합수본 파견 경찰팀도 구성을 완료하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압수물 분류와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합수본은 이번주 중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 사무실 구성을 마무리하고 검·경 수사 인력을 한자리에 모을 계획이다.

수사 자료 이관이 끝나는 대로 선관위 실무진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도 시작한다. 합수본은 우선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선관위 실무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현장 상황을 재구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등 윗선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합수본은 11일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 유기,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적시했다.

공직선거법 85조(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금지)는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기강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중앙선관위 비상임선관위원 7명은 선거 당일 출근을 하지 않는 게 관행인 것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대구선관위에서는 직원이 청사 내에서 골프연습을 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공분을 사기도 했다. 또 2023년 9월 7박 9일간 직원 5명이 ‘선거 연구’를 이유로 다녀온 몰디브 출장을 비롯해 1년에 33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도마에 오르는 중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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