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 나서는 기획처-교육부, 해법 찾을까
학령인구 급감 속 ‘내국세 20.79% 자동연동’ 방만운용 논란 가열
초과세수 80조 돌파 전망에 이 대통령 “공개 토론으로 조율” 제안
8일 생중계 맞짱 토론 … ‘교부율 인하’ vs ‘활용범위 확대’ 충돌
대한민국 교육재정의 근간을 바꿀 대격변의 서막이 올랐다. 학생 수는 가파르게 줄어드는데 세수 증가에 따라 교육청 금고만 비대해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제도를 두고서다. 재정당국인 기획예산처와 교육당국인 교육부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두 부처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공개토론 방식으로 이견을 조정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 오전 10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두 부처 수장이 참여하는 ‘맞짱 토론’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다. 이번 토론회는 단순한 부처 간 조율을 넘어, 1972년 도입 이후 50여 년간 유지돼 온 교육교부금 제도의 전면적 개편을 이끄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80조원 넘어서는 교부금 =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국세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삼아 전국 시도교육청에 기계적으로 배분되는 구조다. 논란은 최근 반도체 업황의 기록적인 호황으로 세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불붙었다. 올해 교부금은 추가경정예산 기준 76조4381억원으로 편성됐다. 초과 세수가 반영되면 역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2016년(43조1615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30조원 이상이 불어난 규모다. 내년까지 예상되는 초과 세수 100조원 중 약 21조원이 자동으로 교육청 금고로 직행하게 된다.
반면 학령인구는 유례없는 속도로 급감하고 있다. 제도도입 당시인 1972년 연간 출생아 수는 100만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25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5년만 보더라도 초중고 학생 수는 532만명에서 484만명으로 10% 가까이 줄어든 반면, 교부금은 59조6000억원에서 76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28% 급증했다.
이처럼 학생 수와 재정규모의 심각한 괴리는 일부 시도교육청의 ‘방만 운용’ 논란을 촉발했다. 쓰고 남은 재원을 교육재정안정화기금에 대규모로 적립하거나, 연말에 보도블록 뒤집기식 시설사업을 몰아서 집행하는 관행이 반복됐다. 특히 지방선거를 거치며 직선제 교육감들이 선거 공약 이행을 위해 대대적인 ‘현금 살포성’ 사업을 벌이면서 재정당국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실제 △인천교육청의 ‘첫 학교 입학 준비금(매년 41억~48억원)’ △강원교육청의 ‘진로활동지원금’ △부산교육청의 ‘중3·고3 전체 수학여행비 확대(올해 79억원 배정)’ 등 교육감들의 치적 쌓기용 현금·현물성 지원 예산은 2021년 2846억원에서 올해 7658억원으로 5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교육부가 현금지원 남발 교육청에 교부금 10억원을 삭감하는 페널티를 2027년부터 적용하겠다고 경고했으나, 수십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교육청들에게는 실효성 없는 조치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획처 “교부율 낮추고 영유아·대학 투자” = 박홍근 장관이 이끄는 기획예산처는 현행 내국세 자동연동 구조의 ‘경직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박 장관은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했음에도 교부금은 큰 규모로 늘어났다”며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을 반영하지 않고 고정된 수치(20.79%)로 연계되는 구조적 모순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처의 개편 방향은 명확하다. 내국세 연동비율 자체를 낮추거나, 경상성장률·물가상승률·학령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산식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교육계의 반발을 의식해 “초·중등 교육재정을 인위적으로 삭감하려는 것이 아니며,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매년 늘려가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기획처가 총대를 멘 본질적인 이유는 ‘재정 칸막이’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 때문이다. 현재 초중고교 예산은 세수 증가로 차고 넘친다. 반면 보육과 교육의 통합(유보통합)을 앞둔 영유아 교육이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고등(대학)·평생교육 분야는 재정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OECD ‘교육지표 2025’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초·중·고 학생 1인당 정부 지출(2만1476달러)은 회원국 중 2위다. 반면 대학 등 고등교육 지출(6617달러)은 36위로 최하위권이다. 따라서 기획처는 교부금 구조를 손질해 초·중등에 쏠린 재원을 영유아와 고등교육 분야로 재배분하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나아가 일부 초과세수는 국가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다.
◆교육계 “교부율 사수하고 활용처 넓혀야” = 최교진 장관이 이끄는 교육부는 최근 ‘무조건 방어’ 기조에서 일보 후퇴해 제도개편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는 교부금 개편을 한다고 한 상황이며, 정부에 자체 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의 속내는 기획처와 크게 다르다. 기획처의 법정 교부율(20.79%) 인하 카드에는 명확히 선을 긋고 있으며, 초·중등 재정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절충안’을 모색 중이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대안은 일시적인 초과세수 일부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해 고등교육이나 유보통합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즉 파이(교부율) 자체를 줄이지 말고 남는 돈의 용처를 넓혀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최 장관은 “학생 숫자가 줄어드니 교육 예산이 줄어야 한다는 단순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학교 건물의 석면 제거, 노후시설 개선, 그리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미래 교육 전환을 위해 여전히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고 항변한다.
현장의 교육계와 시도교육청, 교원단체는 더욱 강경하다. 이들은 “학교가 유지되는 한 교직원 인건비, 학교 운영비, 시설 관리비 등 경직성 고정비는 학생 수 감소와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지출된다”고 주장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를 유지해야 하고, 반대로 인구가 유입되는 수도권 신도시에는 학교를 신설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1만2000여 명의 교장단은 공동성명을 통해 “단순한 경제논리로 교육재정을 줄이려는 시도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법정 교부율을 산식으로 바꾸면 매년 인상 기준을 두고 재정당국과 소모적인 협상을 벌여야 해 안정성이 깨진다”고 우려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장) 역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정 교육감은 기획처의 고등·유아 투자 확대 주장을 ‘자기모순’이라고 규정하며, “교육청 돈을 빼앗아 유아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결국 유보통합을 안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현재 학교 현장의 표준교육비 확보율이 45~5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미래 AI 교육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예산 확대가 시급하며, 교원 수급 계획 역시 학생 수가 아닌 복합적인 ‘교육 수요’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1시간 맞짱 토론으로 해법 찾을까 =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될 이번 공개 토론회는 단순한 부처 간 이견조율을 넘어, 향후 국가 재정 운용의 대전환을 가름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V와 부처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만큼, 양측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20.79%’라는 법정 교부율의 조정 여부다. 기획처의 새 산식 도입안과 교육부의 교부율 고수와 초과세수 기금화 안 중 어느 쪽이 설득력을 얻을 것인지 주목된다.
유보통합과 고등교육 재원 마련의 주체 문제도 주목된다. 교육청 재원을 떼어내 쓸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정부 예산구조를 짤 것인가에 대한 정근식 서울교육감 등의 ‘자기모순’ 비판을 기획처가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방만 운용에 대한 통제 대책도 거론될 전망이다. 교육청의 선거용 현금 살포 행위를 근절하고 재정 책임성을 강화할 실효성 있는 통제 장치가 마련될 것인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공개 토론회에서 분출될 전문가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한 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교육교부금 개편의 최종 방향성을 확정할 방침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춘 재정 효율화’라는 경제적 논리와 ‘미래교육투자와 공교육 질 수호’라는 교육적 가치를 놓고 대한민국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