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신뢰 높이려면…인증전문가 활용 체계부터 갖춰야
지속가능보고서 92% 인증받았지만 전문가 활용은 미흡
글로벌 인증기관, 환경·공학·생물다양성 전문가 참여 확대
2030년 기업들 인증 의무화 … 분야별 협업 가이드라인 과제
정부가 기업 ESG 공시의 제3자 인증 의무화를 2030년 시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인증인 자격과 역할, 분야별 전문가 활용 방식 등 구체적인 인증체계 마련이 주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기업들의 지속가능성보고서는 대부분 제3자 인증을 받고 있지만 인증 과정에서 분야별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기준과 운영체계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16일 개최한 제25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에서는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사뿐 아니라 환경·공학·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업체계와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과 타 인증인 활용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정광화 강원대 교수는 “지속가능성 정보가 갖는 복잡성과 광범위성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간 협업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타 전문가 활용’ 관련 인증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전문가의 자격·역량·객관성 평가절차 및 책임 소재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공시는 온실가스 배출량(Scope 1·2·3)을 비롯해 공급망, 생물다양성, 인권, 산업안전 등 광범위한 전문 영역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회계사만으로는 인증에 필요한 전문성을 모두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KPMG가 실시한 2024년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61%가 ESG 공시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내부 기술과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가치사슬 관리 분야에서 전문인력 확보 필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지속가능성인증기준(ISSA 5000)도 외부 전문가와 타 인증인의 활용 절차와 역할을 구분해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를 적용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제윤리기준위원회(IESBA)가 올해 제정한 국제지속가능성인증윤리기준(IESSA) 역시 외부 전문가의 적격성·역량·객관성을 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외는 회계사와 환경·공학·생물다양성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인증팀을 운영하고 있다. PwC는 지속가능성 규제 전문가와 인증방법론 전문가, 환경·공학 전문가 등을 포함한 CSRD 인증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KPMG 헝가리는 건축공학 전문가와 ESG 규제 전문가가 함께 부동산 부문의 인증과 규제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기업에서는 Shell이 온실가스 배출량과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별도 인증하고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와 석유·가스 매장량 전문가 등이 인증 과정에 참여했다. 토탈에너지스는 보고서 작성 단계부터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우드맥켄지, 에코바디스 등 전문기관의 검증을 활용했다.
미국 재무전문가협회(FERF) 조사(2024년)에서는 응답 기업의 50%가 ESG 업무를 담당하는 재무전문가를 별도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은 이미 보편화됐다.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2016년 70곳에서 2023년 299곳으로 4.3배 증가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발간된 보고서 1069건 중 988건(92.42%)이 제3자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 활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국내 주요 기업 20곳의 2024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인증기관이 어떤 전문가를 활용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지속가능성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인 인증팀’이라고 밝힌 수준이다.
정 교수는 “회계법인의 비재무정보 역량, 비회계법인의 인증전문성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사례와 같이 인증팀의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시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인증기관과 전문가 간의 협업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낮은 인증 보수 등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 전문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시장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