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의 인재 경쟁력, 답은 다시 ‘독서경영’에 있다

2026-07-22 13:00: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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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보고서를 쓰고 코드를 짜는 시대다. 지식과 기술, 이른바 ‘하드 스킬’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기업 인재상의 무게중심은 기계가 흉내내기 어려운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 창의력, 비판적 사고, 협업, 자기통제력, 유연성, 질문하는 능력, 회복탄력성 같은 ‘소프트 스킬’이 그것이다.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격차가 곧 기업 경쟁력의 격차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역량이 단기 교육 과정만으로 길러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여기서 주목받는 것이 독서, 그리고 이를 조직 차원의 시스템으로 끌어올린 독서경영이다. 독서는 타인의 사유를 따라가며 내 생각과 충돌시키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질문하는 힘을 기르고, 함께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협업, 공감의 근육을 단련시킨다. 완독의 경험은 자기통제력과 회복탄력성의 훈련이기도 하다. 소프트 스킬의 종합 체육관이 바로 책 읽기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제도적 토대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14년부터 운영해 온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제’다. 도입 첫해 20개사로 출발한 인증 기업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277개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책 읽는 조직이 성과를 낸다는 인식이 산업 현장에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독서경영 집단지성의 출발점

모범 사례도 뚜렷하다. 파라다이스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등 독서경영 우수기업들은 독서를 조직문화로 정착시켜 소통과 창의성을 높이고 현업 성과로 연결했다. 글로벌 BPO 기업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8년 연속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을 받았는데, 독서를 단순히 취미나 일회성 활동이 아닌 조직문화의 핵심 가치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회사 모두 독서를 통해 조직의 소통이 살아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현업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사례가 시사하는 AI 시대 독서경영의 추진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CEO가 직접 읽고 토론에 참여하는 경영진의 솔선수범이다. 리더가 직접 책을 읽고 추천하는 행위 자체가 조직 전체의 독서 분위기를 만든다. 둘째, 소통의 구조화를 통해 집단지성으로의 확장이다. 독서 토론회, 북 세미나, 임원과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북클럽 운영 등을 통해 개인의 독서 경험이 조직의 집단지성으로 전환될 때 비로소 독서경영이 완성된다.

셋째, 제도화와 지원이다. 리더십 과정이나 승진 교육에 독서와 토론을 포함하고, 독서 내용을 실제 업무 혁신 과제와 연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사내 독서공간 조성, 전자책 플랫폼 도입, 나아가 AI를 활용한 맞춤형 도서 추천과 토론 요약 등 기술과의 결합도 검토할 만하다. 정부 인증제와 그에 따른 컨설팅, 북콘서트 등 후속 지원을 활용하면 중소기업도 어렵지 않게 첫발을 뗄 수 있다.

AI 시대 가장 확실한 인재 전략

AI 시대에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기 위해 데이터를 학습하는 동안, 인간이 생각하기를 멈춘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모래성이 된다. AI가 답을 쏟아내는 시대일수록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 답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동료와 함께 더 나은 결론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귀해진다. 그 힘은 화면이 아니라 책장에서 자란다. 독서경영은 AI 시대 한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인재 전략이다.

차성종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