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들뜬 반도체 민심과 차분한 준비
요즘 전남광주는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다. 뜨겁고 습한 날씨 얘기가 아니고 사회적 관심사다. 올해 전국 최초로 광주시와 전남도를 통합했다. 또 900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세계적 관심까지 받았다. 정치 행사인 민주당 전당대회를 빼고는 언제 이렇게 핫(Hot)한 적이 있었는지 곱씹어볼 정도다.
들뜬 반도체 민심은 투자를 끌어 낸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게 결정한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찬사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임기 안 완공을 목표로 전담기구까지 만들어 속도전에 나섰다. 마치 착공 3년 만에 가동에 들어간 TSMC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과 대만 가오슝 2나노 공장과 경쟁하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다. 모든 인허가를 청와대에서 도맡아 처리하는 이 시기에 전남광주는 무엇을 해야 할까. 차분하면서도 내밀한 숙의가 필요할 때다.
다행히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인수위원회가 인공지능(AI) 반도체연구원 설립과 광주전남을 3개 권역으로 나눠 반도체 설계 및 전력반도체 생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산 등을 하나로 묶는 ‘권역별 반도체 트라이앵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중장기 계획이 성공하려면 어떤 소부장부터 육성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소부장은 글로벌 초격차 공급망이 조성돼 있다. 기술 집약적 산업 특성상 쉽게 대체할 수가 없다.
7년 전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 규제 당시 정부는 범부처 총력 지원체계를 만든 사례가 있다. 당시 반도체 불순물을 씻어내는(에칭·세정 공정) 불화수소와 웨이퍼 표면에 회로를 그리는 데 필요한 감광제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정밀한 반도체 장비 제작에 필요한 ‘컴퓨터 수치 제어기’도 상용화했다.
따라서 소부장으로 육성할 지역 산업을 먼저 선별하는 게 필요하다. 광주는 과거 금형산업과 광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광주과학기술원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레이저 시설이 있다. 금형산업은 ‘컴퓨터 수치 제어기’처럼 정밀한 반도체 장비 제작에 필요하다.
광섬유는 고성능 데이터센터 랙(Rack, 서버 등 장비를 쌓아 놓는 틀)의 내부 연결에 필수적인 소재다. 레이저는 반도체 안 전기신호(구리선)를 빛으로 바꿔 보내는 ‘실리콘 포토닉스’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또 광양에는 랙의 열전도율을 크게 줄이는 금속 표면 처리기술을 확보한 기업도 있다.
이런 기업이나 연구소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삼성과 SK 반도체 공장에서 시험하는 체계가 만들어지면 소부장 글로벌 공급망 중 특정 분야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