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영업 정상화까지 ‘첩첩산중’

2026-07-20 13:00:27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2000억원 확보했지만 공익채권 1조원 … 영업 정상화까지 험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즉시항고하면서 회생절차 재개 여부가 다시 법원의 판단대에 올랐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지원에 합의하면서 회생의 실마리는 마련됐지만 법원의 절차 재개 결정과 추가 유동성 확보, 협력업체 거래 정상화 등 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적지 않다.

홈플러스는 20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장을 제출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도 즉시항고 기한인 20일까지 2000억원 규모의 DIP 조달 계획이 마련되면 폐지 결정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즉시항고의 전제였던 자금 조달은 지난 16일 마무리됐다. MBK는 2000억원 전액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했고 메리츠화재·증권·캐피탈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대출을 승인했다.

회생의 첫 번째 관문은 법원의 판단이다. 홈플러스는 즉시항고를 통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의 취소를 요청했다. 법원이 새롭게 마련된 자금조달 계획과 계속기업으로서의 회생 가능성을 인정하면 절차는 다시 진행된다. 반대로 회생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폐지 결정은 유지된다.

◆유동성 압박 여전 = 법원이 회생절차 재개를 결정하더라도 긴급운영자금이 곧바로 경영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출 실행 절차를 거쳐 자금이 실제 집행돼야 하고, 조달된 재원은 체불임금과 미지급 납품대금 등 공익채권 변제에 우선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지원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성격이어서 영업 확대나 신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관건은 자금의 절대 규모다.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은 지난 5월 말 기준 1조999억원에 달한다. 협력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납품대금도 4월 말 기준 약 4100억원이다. 매장 운영에 필요한 자금까지 감안하면 조달한 2000억원은 공익채권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회생 국면을 이어가기 위한 마중물 역할에는 의미가 있지만 경영 정상화를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서도 우선 변제해야 하는 채권이다. 임금과 퇴직금,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물품대금 등이 포함된다. 이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절차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조달된 재원도 우선 공익채권 변제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추가 유동성 확보 여부가 결국 회생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절차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운영을 이어가려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임시 휴업 중인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협력업체 신뢰 회복이 관건 = 유동성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공급망 복원이다. 회생절차가 중단되는 과정에서 일부 협력업체는 납품을 줄이거나 중단했고, 일부 매장에서는 상품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마트산업노동조합과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도 37개 점포 폐점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협조하기로 하면서 영업 정상화 여건 마련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긴급운영자금이 집행되면 홈플러스는 미지급 대금을 지급하고 협력업체들과 거래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래를 중단했던 업체들이 곧바로 납품을 재개할지는 미지수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일회성 지급보다 안정적으로 대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지속적인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래망 복원은 단순히 상품을 확보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협력업체와 계약을 정상화하고 상품을 발주한 뒤 물류센터를 거쳐 전국 점포로 배송하고, 매장 진열까지 마쳐야 매장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신선식품처럼 공급 주기가 짧은 품목은 거래망 복원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가치 회복 시험대 = 공급망이 복원되더라도 소비자를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과제가 남는다. 회생절차와 영업 차질이 이어지는 동안 일부 고객은 경쟁 대형마트나 온라인 유통업체로 이동했다. 상품 구색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되찾기 어렵고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안정성까지 개선돼야 매출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즉시항고는 회생절차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안정적인 매출과 현금흐름을 회복해 시장과 채권단의 신뢰를 되찾고, 기업가치를 회복해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홈플러스 회생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남았다. 법원의 회생절차 재개 결정이 출발점이라면, 이후 영업을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하느냐가 회생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