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 설계할 교육과정 필요"

2018-05-09 10:40:00 게재

충북교육청, 위기학생 치유공간 '충북마음건강증진센터' 운영

"단무지 냄새가 이상해요. 이걸 어떻게 먹어요?" 아이들이 김밥 재료를 들고 냄새를 맡거나 혀에 대고 맛을 본다.

"그건 단무지가 아니고 '울외 장아찌'라는 건데 고급식품으로 분류되는 여름반찬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건데 이제는 한국 전통식품으로 자리 잡았죠."

숲 길 트레킹 중인 충북지역 특성화고 학생들.


요리강사가 울외장아찌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요리강사는 일제의 쌀 수탈과정에서 탄생한 울외장아찌에 대한 슬픈 역사와, 담는 방법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아이들은 100% 쌀로만 만드는 청주 부산물인 주박(술찌개미)에 울외(큰 오이)를 박아 6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시켜 '울외장아찌'가 탄생한다는 이야기에 귀를 세웠다. 요리수업은 역사와 음식문화를 넘나들며 아이들의 눈과 귀를 모았다. 학교 교실에서는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요리수업에 참여 중이 아이들.

"맛을 보니 장아찌에서 진짜 좋은 술 냄새가 나는데요? 딱 제 스타일이네요." "처음 먹어보는데 뒷맛이 개운하고 좋아요"라며 김밥에 넣을 크기로 썰기 시작했다. 김밥 재료로 사용할 밥에는 아이들이 먹기 싫다며 고개를 흔들었던 각종 봄나물이 가득했다. 요리강사의 재치가 곳곳에 묻어났다. 아이들은 꼬박 한 시간을 요리에 집중했다. 달걀지단을 만들면서 고성이 오갔다. '불 조절을 잘해야 안탄다' '너무 두꺼우면 아래만 탄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별로 김밥과 떡볶이를 완성했고, 시식을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3일 충북지역 특성화고 1~2학년 30명이 조치원역에서 기차를 탔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다. 마중 나온 주명현 충북부교육감 주머니에서 통닭 값을 뜯어냈다며 좋아했다. 주 부교육감은 "학교와 집은 잠시 잊고 즐거운 여행을 하고 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숲에 든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에 동화되어 갔다.


눈이 휴대폰에서 멀어지거나 욕설도 조금씩 줄었다. 3일 동안 담배를 줄여보겠다고 자신과 약속한 명훈(가명)이는 식사 후 온몸을 비틀었다. 이슬비가 내리는 오후, 무릎에 관절염이 있다며 숲 길 산책을 거부하는 아이들. 발목이 삐어서 걸을 수가 없다며 안전강사를 노려보던 아이도 강사 손에 붙들려 2시간 트레킹을 무사히 마쳤다.

아이들은 저녁 식사 후 강당에 작은 텐트를 쳤다. 음악을 들으며 텐트를 치는 손놀림은 매우 빨랐다. 아이들은 텐트 안에서 '나만의 소원나무'에 걸 소원 주머니를 만들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불렀다. 평소 우울증이 심했던 정태도 색종이를 찢어 친구 얼굴에 던지며 웃었다.

미술치유 강사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불안감을 안고 산다"며 "이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과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교육청은 최근 '위기학생 주치의'인 '충북마음건강증진센터'문을 열었다. 심리적인 문제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마음건강까지 챙긴다. 장소는 청주공고 내 옛 다문화지원센터를 수리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충북교육청은 위기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담자를 지정해 정신건강을 돌봐주는 '둥지(NEST)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학교로 찾아가 학생과 교직원 정신건강을 돌봐주고 '정감(정신질환은 감기다) 캠페인'도 펼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손잡고 학교폭력 가·피해학생을 비롯한 위기학생을 위한 맞춤형 시스템구축에 나섰다. 학교부적응 유형에 따라 아이들 진로와 치유, 예방정책을 펼친다. 충북교육청 행사에 참여한 이상돈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스스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당장 자존감과 가치관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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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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