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 죽이면 '가중처벌'

2016-01-29 11:26:18 게재

부모가 자식 죽이면 '일반살인'

효 강조 문화로 형량가중

영아 살해는 되레 감경

A(36·여)씨는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의 입과 코를 2~3분 동안 막고, 이를 3차례 반복했다. 과거 출산 경험이 있어 순간적으로 잘못하면 아이가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몸을 축 늘어뜨린 채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일주일동안 방에 방치했다가 친정에 있는 어머니에게 택배로 사체를 보내 영아살해와 사체 유기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년의 형을 받았다.

B(30)씨는 지능지수가 50~70정도로 지적장애가 있었다. B씨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B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자주 폭행을 했다. 사건 전날에도 B씨는 아버지에게서 욕설과 "죽여 버린다"는 말을 듣자 불을 질러 아버지를 살해했다. 재판부는 아버지를 살해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행위라며 징역 15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이처럼 가족을 죽인 사건에서 피해자가 부모인지 자식인지에 따라 형량의 차이가 크다.

형법은 자신 또는 배우자의 부모나 조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의 경우 가중 처벌한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데, 존속살해죄의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형을 가중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지난 1995년 기존의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되어 완화된 것이다.

반면에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살인의 경우에는 가중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살인죄로 처벌하고 있다. 게다가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경우에는 대부분 치사죄로 처벌 받았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훈육목적으로 아동을 때리다 아동이 사망했다고 보기 때문에 보통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에는 부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경찰이 학대부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살인죄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아를 살해했을 때는 최고 형량이 징역 10년으로 오히려 다른 살인보다 형량이 가볍다. 산모가 출산 직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고려한 것이다. 같은 가족을 죽였는데도 부모인지 자식인지에 따라 형량이 달라져 형평성이 어긋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식을 죽인 살인에 대해서도 부모를 죽인 존속살해처럼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부모를 죽인경우에도 가중 처벌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우리 사회의 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관념 내지 전통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며 "특히 존속살해는 그 패륜성에 비추어 일반 살인죄에 비하여 고도의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부모를 죽인 경우 가중처벌 하는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유교문화를 가진 중국, 일본도 이같은 가중처벌 조항이 없고,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효라는 도덕원칙을 형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이라는 의견이 많다.

법률사무소 장안의 이화영 변호사는 "부모를 살해한 경우 가정폭력을 오랫동안 참다못해 일어난 경우가 많은 반면 자식을 살해한 경우는 아이들이 물리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단지 부모나 자식이라는 신분상의 이유로 형을 감경 또는 가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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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경 기자 ek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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