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특별감찰관 추천’ 주도할까 끌려갈까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특별감찰관 임명 지시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대통령은 “권력은 견제하는 게 맞다. 권력을 가진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를 받는 게 좋다”며 “그래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지시해 놨다”고 말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전 정부를 통해 학습한 국민들에게 스스로 견제를 자처하는 권력의 모습은 분명 호감이었다.
이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매주 생중계되는 국무회의에서 보듯 그는 지시한 사안을 반드시 점검하는 유형의 지도자다. 스치듯 던진 말도 잊지 않고 확인해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일이 줄지 않고 쌓이기만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취임 6개월 동안 대통령 지시는 1000건이 넘었고 이 가운데 정부 부처로 내려간 것만 해도 40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보면 취임 30일에 지시한 특별감찰관 임명이 5개월이 넘도록 제자리라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얼마 전 불거진 ‘현지누나’ 논란은 대통령실 권력이 제대로 견제되고 있는지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고, 결국 그 불똥은 이행되지 않은 특별감찰관 문제로 튀었다. 대통령의 분명한 지시에도 불구하고 5개월 동안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는 사실만 더 또렷해졌다.
특별감찰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의 모습도 개운치 않다. 대통령실은 또다시 국회로 공을 넘겼고, 여당인 민주당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 국민의힘이 모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 후보 추천 절차를 마쳤으니 민주당도 절차에 나서라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 추천을 차일피일 미뤘던 기억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올 법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야당으로서 공세를 펴고 있다.
여야가 바뀔 때마다 공수가 뒤바뀌고, 그때마다 특별감찰관은 공방의 소재로만 소환되는 장면이 반복될까 우려스럽다. 대통령의 분명한 지시에도 논란이 터진 뒤에야 다시 거론되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다음엔 또 어떤 ‘논란의 방아쇠’가 등장할지 알 수 없다. 그때는 임명 의지를 재확인하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문재인 전 대통령도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제도를 작동시키지 못했다. 이 대통령마저 같은 사례로 남는다면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끌려다닐 문제가 아니라 주도해야 할 사안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지시한 사안이니 재차 점검하고 직접 챙겨 특별감찰관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 이 대통령 자신의 말처럼 “저를 포함해 가까운 사람들이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권력의 견제를 말이 아닌 제도로 실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