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빅데이터 활용해 해양교통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제공”
어선사고와 기상변화 연관 분석 … 복원성 강화 정책 기반
성과 바탕으로 인공지능전환(AX) 혁신전략비전 선포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12일 세종시 본사에서 ‘인공지능 전환(AX) 중장기 혁신 전략 비전’을 선포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해양사고예방체계를 고도화하고, 공단의 카카오 민원 챗봇 서비스 ‘해수호봇’과 연계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AI 국민 비서 서비스’도 운영한다. 어선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어선 위험성 지수’도 개발한다.
공단의 인공지능 전환 전략은 지난 3년간의 변화에 기반해 신뢰도를 높였다. 공단은 AX 전략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140억원 규모의 중장기 예산을 반영하고, 이 중 정부·국가 연구개발(R&D) 예산 71억원도 이미 확보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해양교통과 어선안전 등 서비스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김준석 공단 이사장과 11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해운물류국장 등을 역임한 김 이사장은 2022년 12월 취임했다.
●공단이 인공지능 전환 전략을 선포한다. 최근 취임 3주년을 맞이해 ‘3년 전 공단과 현재 공단의 위상, 역할 및 업무 프로세스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했는데, 어떻게 다른가.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 등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해양사고예방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게 대표적인 변화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공단이 정부 정책을 단순 집행하던 기관에서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 싱크 탱크로서 역할도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작년과 올해 초, 대형어선 사고가 발생했는데 어선 사고와 기상변화, 운항거리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제공해 복원성 강화, 톤수 규제 완화 등 정부 정책변화를 뒷받침했다. 구명조끼 관련 사고 데이터를 분석 제공한 것은 올해 추경에서 전 어선에 대한 구명조끼 보급사업을 추진하는 이론적 근거가 됐다. 어선원안전보건 관련 각종 정책과 기준, 지침 마련에도 공단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객선을 이용하는 섬주민이나 도시 관광객 등에게도 해양교통에 대한 정보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는데
공단의 대국민 서비스도 여객선사 선주 어업인 등 전통적 정책고객 범위를 벗어나 일반국민까지 확대됐다. 내일의 운항예보, 연간 수만명에 이르는 대시민 안전교육, 네이버·카카오 등과 협업한 서비스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선박검사를 필두로 하는 전통적 서비스도 전자문서, 원격검사, 소형선박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 1단계 디지털화(DX)를 완성하고 인공지능 전환, AX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공단은 선박검사기관이라는 전통적 정체성을 확장적으로 깨뜨리고 ‘국민과 함께 하는 해양교통안전 종합관리기관’이라는 출범 당시 비전을 실현하는 첫 단계에 들어섰다.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등 정부부처도 매우 중요한 조력자로서 공단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자부한다.
●해양안전사고 발생 건수와 경향은 어떤 변화가 있나.
해양사고 발생은 뼈아픈 문제다. 코로나 극성기에 감소하던 사고는 2022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2022년 기준 사고 건수가 13.7% 증가했다. 사고, 실종 등 인명피해도 2023년까지 100명 이하로 계속 줄어들다가 지난해 대형사고 발생으로 164명까지 증가했다. 올해 확정 통계는 내년 3월 즈음 발표될 예정인데, 사고 건수는 소폭 늘어나지만 인명피해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통계 변동도 심한데, 최근 몇 년간 추세를 보면 침몰 전복 등 주요사고는 유지되거나 감소하고 있는 반면, 해상추락 양망기사고 등 안전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왜 그런가.
조심스러운데, 바다 환경과 해양수산 종사자들의 변화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우리 바다에서 기상특보는 수역에 따라 2023년 대비 2.6배 많이 발생하고 있고, 어선들도 고기를 쫓아 ‘더 멀리’ ‘오랜기간’ 운항하고 있다는 게 빅데이터로 확인된다. 고령화와 외국인 선원 문제도 사고 대응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런 관점에서 공단은 새로운 바다환경에 맞는 새로운 어선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채택한 복원성 기준 강화와 함께 몇십년전 만들어진 톤수 규제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해양사고의 70% 이상은 인적과실로 발생하고 어선 인명피해의 60% 내외가 선박의 구조적 결함이나 기상과 관계없는 안전사고로 발생한다. 그러나 바다와 관련된 전통적인 안전정책은 사람보다 선박에 즉, 선박감함성 유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해양수산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훈련 등 사람에 대한 정책도 선박이 잘 운항할 수 있는 ‘인적감항성’ 요소로 보고 접근하고 있는데 선박에서 일하는 노동자 즉, 선원의 입장에서 위험성 검토가 추가돼야 한다.
●새벽에도 선박사고 관련 알람이 자주 울린다고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있다. 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일상에서 강조하는 일은 무엇인가.
수백명의 직원이 일하는 공단이지만 10만척 이상의 선박을 모두 쫓아 다닐 수는 없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안전점검 대상선박을 결정할 때 과거 사고이력과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위험성이 높은 선박을 과학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693척, 올해 731척을 선정해 집중 점검했는데, 이들 선박에서는 인명피해가 한 척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장조직인 지사에도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 등을 활용해 관할 수역과 선박의 사고통계를 분석해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관손상사고가 많은 지역의 경우 해당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는 식이다.
어선주 등 어업인들이 스스로 안전관리를 하도록 하기 위해 MTIS의 ‘우리 선박관리’에 가입하면 각종 선박검사 주기, 운항이력에 따른 안전등급 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운항거리와 시간 등 운항패턴을 분석해 안전주의 알람 등을 환기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어선의 작업환경 위험성 평가도 어선주와 어선원이 스스로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카카오톡 기반 ‘어선원 위험성 평가 플랫폼’도 선보였다.
●인공지능전환이나 소버린AI가 강조되는 요즘, 공단은 AI 분석을 활용해 해양교통정보 서비스를 모바일폰으로 제공하는 앱을 잇따라 개발·운영하고 있어 이 부분 앞장서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공단이 제공하는 MTIS, 해수호봇 등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 학습 등을 통해 사고위험도 예측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TIS는 2023년 4월 시스템 개시 후 올해 11월말 기준 누적 이용 횟수가 800만을 넘어섰고 월평균 40만~50만의 이용 횟수를 기록 중이다.
회원가입을 전제로 한 MTIS의 ‘우리 선박(선사) 관리 서비스’의 경우, 11월말 현재 가입자는 1만4795명, 가입선박은 2만2660척으로 공단 관리선박의 32.8%가 가입해 이용하고 있다. 공단의 카카오 챗봇 서비스 ‘해수호봇’은 1년 만에 채널가입자가 1만2000명을 돌파했다. 올해 온라인 선박검사신청 비율도 19.7%에 달해 점점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공단 정책 고객이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은 것 등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변화다.
●최근 울릉도 운항 여객선이 끊길 위험성이 제기되는 등 섬을 오가는 연안 여객선 경영의 어려움이 뱃길을 위협하고 있다. 연안여객선 공영제는 대안으로 제기됐지만 아직 안 되고 있는데, 실현하기 어려운 일인가.
여객선 공영제는 해수부 해운물류국장 재직 때부터 갖고 있는 소신이다. 정부실패 못지 않게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섬주민과 해양관광객의 교통권 확보 차원에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항로에 대해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여객선 공영제를 위한 다수의 법률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고, 정부와 국회 등의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공단은 정부 정책이 결정될 경우 현장에서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기관으로서 어떠한 역할이 주어져도 잘 이행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