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외국인직접투자 확대에 전력 다할 때다
반도체 후공정인 패키징과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세계 2위 앰코테크놀로지가 지난달 인천 송도공장에 2700억원을 추가 투입해 반도체 테스트 시설을 보강한다. 2027년 준공되면 130명의 신규고용뿐 아니라 송도가 첨단 반도체 테스트 거점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세계 첨단소재 기업 에어리퀴드 자회사 에어리퀴드어드밴스드머티리얼즈도 7월 경기도 화성시 장안외국인투자지역에 고순도 몰리브덴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국산화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누적 외국인직접투자 규모 지난해 비해 18% 줄어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른 원인 중 하나로 미국 투자 건이 거론된다. 미국과 관세협상 결과 앞으로 10년간 매년 200억달러를 투자하게 됐는데 장기간 거액의 달러가 유출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활성화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런데 1~9월 외국인직접투자 신고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18% 줄었다. 도착 기준으로도 2% 감소했다. 3분기 누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 규모(신고기준)는 206억5000만달러다.
이처럼 3분기 누적 실적이 감소한 배경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신고기준) 달성에 따른 기저효과다. 올해 수준은 지난 5년 평균 수준인 203억5000만달러를 소폭 상회한 것으로 나쁘지만은 않다. 3분기 누적 순위로 역대 4위인 셈이다. 또 도착기준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그린필드형 투자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0% 증가한 점도 긍정적 측면으로 읽힌다.
1990년 8억달러에 불과했던 연간 외국인직접투자 신고금액이 급증하게 된 것은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법령을 정비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부터다. 대외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됐고 자유무역협정 효과 등 투자환경이 개선돼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상승하게 됐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코로나시기인 2020년 207억5000만달러에서 다음해 295억1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2022년 처음으로 304억5000만달러로 300억달러를 넘었고 이후 2023년(327억1000만달러), 2024년(345억7000만달러) 연속 증가세를 이었다.
올해는 지난해 12.3 불법계엄 이후 상반기까지 국내 정치상황이 안정화되지 않았고 미국과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됐으며 국제 M&A시장 위축으로 대형 M&A가 감소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3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3년동안 가장 많은 투자신고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 93억8000만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겨우 300억달러에 턱걸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4분기는 상반기 외국인 투자가 저조한 원인들이 대부분 해소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 만하다. 미국 관세협상이 마무리돼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인공지능 인프라 등 디지털 경제 글로벌 투자 확장 국면이다. 이재명정부 출범으로 국내 정세가 안정화됐다.
이같은 안팎 여건 개선과 함께 다양한 국내외 유치활동이 활발하다. 정부와 투자관련기관은 8, 9, 10월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첨단산업 투자유치 현지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8개 권역 외투기업 129개사와 모두 8번 간담회를 갖고 추가 투자 수요를 발굴하는 투자 상담을 실시했다. 또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연계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을 개최해 12억1000만달러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정치 안정 이후 다양한 국내외 유치활동 활발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산업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과 관련된 소재·부품·장비 기업 투자기회가 많은 셈이다. 항만(부산항은 세계 4위), 항공(인천공항 항공화물 운송 세계 6위), ICT(광통신망 보급률 세계 2위)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해 수출입과 생산성 향상에 유리하다. 소부장 공급망 안정화와 제조업 인공지능전환과 같은 정책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원달러 환율 1400원대 후반이 고착화하고 있는 이때 외국인직접투자 활성화는 고용증진 지역경제활성화와 함께 환율안정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앞서 언급된 우리나라 의 장점이 지정학적 불리함을 덮고도 남는다는 믿음을 외국투자자들에게 심어주는데 민관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범현주 산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