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안보·봉사’ 전면에…“연맹 정체성 회복 역점”
이념 편향 논란? ‘정치 중립’ 정관 부활 … 5.18 묘지 참배 정례화
임기 남았지만 연말 물러나 … “회원들 ‘정부 포상’ 연내 이뤄지길”
퇴임 앞둔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인터뷰
한국자유총연맹은 보수성향이 강한 국민운동단체다. 그러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바람’을 타기 십상이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석호(사진) 총재가 진두지휘한 지난 3년 동안에도 연맹은 ‘정치바람’에 휘말릴 위기에 자주 직면했다. 노련한 강 총재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안보지킴이·대국민봉사’라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구호를 앞세워 ‘정치바람’을 극복하려 했다.
강 총재는 임기가 2년 넘게 남았지만 “국민운동단체의 수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방향에 부합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올해 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새 정부 들어 미뤄지고 있는 연맹 회원들에 대한 정부 포상이 연내 이뤄지기를 거듭 당부했다. 강 총재를 만나 지난 3년 간 활동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3년여 동안 한국자유총연맹을 이끌어 왔다. 역점 사업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안보지킴이·대국민봉사’라는 슬로건 아래, 연맹의 정체성 회복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 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각종 군사 위협에 대해 규탄 성명과 안보 결의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했고,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 실상 알리기를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또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활동을 포함한 국제 NGO 활동과 세계·아태 자유민주 진영과의 연대 및 네트워크 확대를 추진했다.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규정 정비와 건전한 재정 구조 구축에도 힘썼다. 연맹 부지와 자산을 활용해 재정 자립의 기반을 닦아 자립적 국민운동단체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를 정례화했다고 들었다. 과거 연맹에서 하지 않았던 일인데.
최근 2년에 걸쳐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와 묘비 닦기, 정화 활동을 실시했다. 취임 이후 전국을 순회해 보니 지역별로 재정은 물론 그 활동이 천차만별이었다. 특히나 지방 보조금에서 차이가 매우 컸다. 수억원을 지원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느 지역은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지역 실정에 걸맞은 사업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남지역 실정과 정서에 맞는 5.18 민주묘지 참배와 정화 활동을 펼쳤다. 호응도 있었지만 반발도 심했다. 5.18은 지역·이념을 초월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연맹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 낸 역사적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세대·이념을 아우르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영화 ‘건국전쟁’ 관람 챌린지를 벌였던 기억이 난다. 이승만 건국정신 계승 운동으로 읽혔는데.
연맹은 2024년 초 다큐영화 ‘건국전쟁’ 관람인증 챌린지를 진행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인 동시에 연맹의 전신인 아시아민족반공연맹 설립자이다. 이승만이라는 인물과 건국의 역사를 다큐멘터리 기록물, 국민대토론회, 학술회의 등으로 그 공과를 평가해보자는 취지였다. 해방 직후 냉전 초기의 혼란 속에서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한 공적은 높게 평가되고 3.15부정선거를 비롯한 독재와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도 있다는 양면을 갖고 있다.
●자유총연맹을 둘러싼 정치·이념적 편향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2018년 정관에 ‘정치적 중립’ 조항을 넣었다가 2023년에 삭제했다. 직후 보수 성향 유튜버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논란이 더 거세졌다.
연맹은 특정 정파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수호·안보지킴이·대국민봉사’를 펼치는 국민운동단체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정관의 ‘정치적 중립’ 조항 삭제는 상위법인 공직선거법과의 중복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자유총연맹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이미 명시돼 있다. 하지만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올해 ‘정치적 중립’ 조항을 부활했다. 또 논란이 됐던 일부 보수 유튜버 출신 자문위원들은 연맹과 무관한 개인 활동일 뿐이었다. 연맹 차원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 논란이 됐던 자문위원들은 당시 전원 사임·해촉했고, 현재는 자문위원 제도 자체를 없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유지 매입 등 연맹 부지개발 사업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는데.
연맹은 비영리 국민운동단체로 수입원이 임대사업과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 배당금이 전부다. 노후화된 자유센터 관리·운영과 줄어드는 국고보조금으로 매년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재정자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유지 매입 등 연맹 부지개발 사업에 나선 것이다. 국유지 거래는 캠코에서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감정가 기준으로 진행했다. 공시지가는 참고 자료일 뿐 실거래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업체는 이사회 심사 과정에서 시공 및 금융조달 능력 부족으로 평가받아 탈락됐다. 현재 우선협상자 지정 취소로 부지개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연맹 등 일부 국민운동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편중됐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올해 연맹 본부 국가보조금은 2개 사업에 1억 8000만원이다. 내년도는 8000만원으로 감액됐다. 연맹의 산하기관인 17개 시도지부와 228개 시도지회가 각각 지역자치단체별로 지방보조금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일반시민단체에 비해 많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우리 단체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순 없다. 연맹 회원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지역사회 일선에서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지난 6월 창립기념일에 맞춰 진행됐어야 하는 정부 포상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국민 안보봉사에 매진하는 회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꼭 연내에 이뤄지길 바란다.
●이재명정부의 외교안보전략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역내 긴장완화와 평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정부의 실용적 외교안보전략은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엄혹한 미·중 패권경쟁의 국제정세에서 양국과의 마찰과 갈등을 효과적으로 최소화 하고 있다. 다만 남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최근 일부 진보진영 원로들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다고 해서 남북대화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남측에서 헌법 제3조 개정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북한이 남북대화로 나올 것으로 본다”는 주장을 내놓았는데,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할뿐더러 평화통일 정책도 포기하는 행위라 볼 수 있다.
●올해 새롭게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는데.
올해 초 3년의 새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국민운동단체의 수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방향에 부합해야 한다. 연말 즈음해 총재직에서 물러나려 한다. 연맹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안보지킴이·대국민봉사’라는 본연의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