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코로나·독감 이후의 오랜 기침 대응법

2025-12-15 13:00:01 게재

코로나나 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을 앓고 난 뒤 쉽게 사라지지 않는 마른기침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편이다. 특히 노인은 낮에는 괜찮다가도 저녁에 눕는 순간 기침이 심해져 잠을 설치는데, 이 시기의 기침은 단순한 감기의 끝자락이 아니라 감염 이후의 회복과정에서 생기는 특유의 신경 변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감염으로 자극받은 기도의 미주신경이 과민해지면 작은 자극에도 기침 반사가 과도하게 일어나고, 염증이 거의 사라진 뒤에도 기침이 오래 남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을 ‘기침 과민성’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많다. 감염으로 기침 수용체가 예민해지면 건조한 공기, 체위 변화, 찬바람, 분비물의 미세한 이동만으로도 쉽게 기침이 유발된다. 코로나 이후 보고되는 롱코비드의 마른기침과 흉부 불편감도 같은 기전으로 이해된다. 점액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신경계의 불안정이 중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해제·거담제가 잘 듣지 않는다.

독감 후유증에서 보이는 피로도 이런 기침을 악화시킨다. 감염 동안 체력과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지면 호흡근의 조절력이 떨어지고 기침 반응의 문턱이 낮아진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오래전부터 ‘노권(勞倦)’이라 하여, 기력이 쇠하면 폐의 기운이 넓게 펼쳐지지 못해 마른기침이 지속된다고 설명해 왔다. 또 ‘폐는 건조를 싫어한다’는 전통적 개념처럼 감염 후 음(陰)이 부족해지고 체내 수분대사가 흐트러지면 기침이 반복되기 쉬워진다. 건조체질이거나 원래 폐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기침이 더 오래 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경옥고를 호흡기 회복에 활용해 왔다. 경옥고는 인삼·복령·지황·꿀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 보제인데, 기력 회복과 더불어 ‘폐음(肺陰)을 보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기침으로 손상된 폐의 음액을 보충해 기도 건조를 완화하고, 감염 이후 회복이 더딘 체력을 끌어올리는 작용이 있다.

신경과민화·건조·피로누적이 핵심 원인

실제 임상에서도 감기·독감 이후 피로와 마른기침이 오래 남는 경우 경옥고를 병행하면 신경 과민성과 야간 기침이 서서히 줄어드는 모습을 종종 확인한다. 단순한 스태미나 보약이 아니라 감염 이후 허약해진 폐와 전신의 균형을 회복하는 오랜 호흡기 보약으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기침에는 다른 원인들도 존재한다. 천식 알레르기 부비동염 위식도역류증 수면무호흡증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칼럼에서는 호흡기 감염 이후 남는 기침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감염 후 기침이 예상보다 길어질 때 이런 원인들도 점검해야 하지만, 임상적으로는 신경과민화·건조·피로누적이 핵심인 경우가 가장 많다.

감염 후의 기침을 스스로 줄이는 방법도 다양하다. 먼저 기도의 보습이 매우 중요하다. 미주신경은 건조 자극에 특히 민감하므로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러 가습기 중에서도 가열식 가습기는 따뜻한 증기가 기도 점막을 부드럽게 감싸 급성 자극을 완화시키고, 물을 끓여 사용하기 때문에 세균 번식 위험도 낮아 회복기 환자에게 적합하다. 찬 안개형 가습기보다 즉각적 완화 효과도 크다.

다음은 보온이다. 스카프나 목토시를 가볍게 두르면 기도 주변의 긴장이 줄고 혈류가 개선된다. 노인은 잠잘 때 양말을 신어 말초체온을 유지하면 야간 자율신경의 불안정이 줄어 기침 빈도가 낮아진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폐양허약’이나 ‘기허해수’로 보아 온기 유지가 회복을 촉진한다고 설명한다. 상반신을 살짝 높여 자는 것도 눕자마자 심해지는 기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보습·보온·기력회복에 한의학적 접근 병행

생활 속의 작은 습관도 기침 조절에 도움이 된다. 기침이 일어날듯 할 때 침을 천천히 삼키면 수용체 자극이 줄고, 3~4분 정도 느린 호흡을 하면 미주신경의 흥분이 가라앉는다. 카페인·알코올·향신료 같은 자극적인 음식은 기침 문턱을 낮추므로 줄이는 것이 좋고,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영국 임상연구에서는 꿀이 여러 진해제보다 기침 완화 효과가 높았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꿀은 기도 점막을 부드럽게 코팅하고 염증반응을 줄여, 특히 마른기침에 큰 도움이 된다. 잠들기 전 따뜻한 꿀물 한두 스푼은 부담이 없다.

감염 후 기침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호전된다. 그러나 3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다른 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전문가 진료가 필요하다.

기침을 단순한 ‘감기의 뒤끝’이 아니라 몸의 회복신호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보습·보온·기력회복, 그리고 폐음을 보하는 한의학적 접근까지 병행하면 회복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

조현주 포레스트요양병원 병원장,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