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 계속되는 '투명페트 분리배출' 백지화되나

2025-06-16 13:00:04 게재

환경부, 페트 전수 조사 착수

이대통령 보증금제 도입 공약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사업이 백지화될 전망이다. 13일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 정책 공약인 투명페트병 보증금제가 도입되면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사업은 사실상 공존할 수 없다”며 “기존 정책(생산자책임재활용(EPR))과 상충되는 면도 있고 이해 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전수 조사를 실시해 재활용 기술이 얼마나 진보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명페트병 보증금제는 맥주병 소주병 등처럼 소비자가 투명페트병에 담긴 생수 음료 등을 구입할 때 보증금이 포함된 가격을 내도록 한 뒤 사용한 투명페트병을 반환하면 해당 금액을 돌려받도록 하는 제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 공약 중 하나로 ‘투명페트병 보증금제 도입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은 활성화하고 페트병 생산을 줄여서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책 공약 중 하나로 투명페트 보증금제 도입을 내세움에 따라 투명페트 분리배출 사업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주민이 투명폐페트병을 분리배출하는 장면.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 등은 페트병과 캔에도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사용량 자체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8년 이 제도 도입이 논의됐지만 무산됐다. 하지만 이미 민간에서는 이 제도를 활용해 재활용 원료를 확보하고 해외 진출도 벌이는 중이다.

2018년 12월 13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맥주병 소주병 등 빈병 외에도 페트병과 캔 등에도 보증금제도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당시 유 의원은 “중국의 폐자원 수입금지 조치로 재활용 대란을 겪는 문제는 재활용 대책에 허점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활용 보증금 제도를 페트병과 캔에도 확대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또 다른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2018년 제도 도입 논의 당시 페트 캔 등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대상 품목으로 이미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폐기물 회수와 재활용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며 “만약 이 제도를 보증금제로 바꿀 경우 소비자 부담 증가와 투입되는 관련 예산 대비 기대 효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는 제도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한다.

환경부는 2020년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에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의무화를 실시했다. 번거롭지만 시민들이 쓰레기를 버릴 때 투명페트만 따로 배출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오염되지 않은 고품질 재활용 원료 확보가 가능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내세웠다. 투명페트를 시민들이 분리배출해주면 그만큼 재활용자원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재활용 공정에서 비용이 더 적게 든다는 설명이다. 혼합배출된 페트를 선별장에서 투명페트를 골라내고 더 많이 세척하게 되면 신재(재활용하지 않은 첫 원료) 사용 보다 비용 부담이 커져 재활용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에 비해 실제 성과는 저조한 상황이다.

15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사업을 해왔지만 ‘보틀 투 보틀(투명 폐페트병을 식품용기로 재활용)’을 위한 물량 확보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 한계를 돌파하려면 투명페트병 보증금제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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