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바다에서 건진 생명의 이름들

고래의 어원은 용의 아들 '포뢰'

2018-07-13 11:11:45 게재
글 사진 박수현 / 지성사 / 3만8000원

모든생물에는 이름과 뜻이 있다. 저자는 '고래'라는 이름 유래를 알고 부터 해양생물 이름 탐색에 나섰다.

용의 아들 중 '포뢰'라는 이름을 가진 동물이 있었다. 후세 사람들은 '고뢰'라는 이름을 붙였고 포유동물 '고래'의 어원이 되었다. 생긴모양에서 따온 이름, 생태적 특성에서 따온 이름, 육지생물 이름에서 따온 이름, 민담이나 전설 속에서 따온 이름 등으로 분류했다.

홍어는 몸의 생긴 모양에서 이름을 홍어라고 붙였지만, 수컷의 음란함으로 '해음어'라고 적은 문헌도 있다. 멸치는 급한 성질 때문에 뭍에 올라오면 바로 죽는다 해서 멸할 멸(滅)자를 붙이기도 했다. 갯강구는 육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바다 청소부 역할을 하는 갯강구 이름을 풀면 바다 바퀴벌레가 된다. 좀 억울한 측면도 있다.

딱돔은 여수지방에서 '군평선이'로 불린다. 임진왜란 때 관기였던 평선이가 딱돔을 구워 이순신 장군 밥상에 올리면서 '군평선이'로 불렸다. 샛서방고기라고도 불린다. 본 남편에게는 아까워서 안주고 샛서방에게만 몰래 궈준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저자는 한국 수중작가로 활동중이다. 쉽게 접근이 안되는 깊은 바닷속 생물들의 모습을 자세히 책에 담았다.

망둥어는 자산어보에 무조어라고 기록되어 있다. 제살을 뜯어먹는 습성 때문에 조상도 알아보지 못하는 물고기로 분류했다. 망둥어 눈이 망원경을 닮았다 해서 망동어라고 기록한 문헌도 있다. 이 망동어가 망둥이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치놀래기의 용치는 송곳니가 용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식탐이 매우 강해 양파 주머니만 있어도 쉽게 잡을 수 있다. 놀래기류는 세계에 50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중 한국에는 20여종이 분포한다.

자산어보에 아귀는 조사어라고 기록되어 있다. 등의 긴 지느러미를 미끼처럼 흔들며 낚시를 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저자는 김려의 우헤이어보,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유구의 임원경제지를 바탕으로 해양생물의 이름을 풀어갔다. 여기에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 조선시대 문헌을 인용해 당시 풍물과 수산물에 대한 시대 상황도 곁들였다. 읽는 즐거움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정리했다.

저자 박수현이 20대 초반부터 바닷속 여행을 하면서 만난 바다생물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 151종을 추려 책에 담았다. 곁가지로 소개한 생물까지 합하면 200종이 넘는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남해안에 터를 잡은 파랑돔, 호박돔, 혹돔, 흰동가리 등 어류 90여종과 연체동물, 절지동물 등을 분류해 책에 담았다. 남극과 북극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펭귄, 바닷새, 멸종위기에 몰린 포유류 바다코끼리, 북극곰 등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동서양과 고금의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바다에 나가 특성을 관찰하며 기록한 해양 종합 교양서다. 여름휴가 때 아이들과 바다로 간다면 바다생명의 이름을 담은 책도 함께 가도 좋을 듯하다.

선조들의 놀라운 과학적 관찰력과 해학이 담긴 바다생물 이름의 유래에서 문화와 시대를 읽을 수 있다.

저자 박수현은 1988년 한국해양대학교 스쿠버 다이빙팀인 '아쿠아맨'을 창단한 주인공이다. 언론사에서 일하면서다양한 수중취재 결과물들을 건져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