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세계국채지수 편입…외국인 자금 기대해도 될까

2026-04-01 13:00:03 게재

약 80조원 규모 대외자금 유입 추정 … 적극성 확인해야

원화 약세로 지수 내 편입 비중 1%대로 낮아질 수 있어

오늘부터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국채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선진국 국채 클럽’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된다. WGBI는 영국의 ‘FTSE 러셀’이 관리하는 세계국채지수다. 여기에 편입된다는 것은 한국 국채가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가장 안전하고 믿을 만한 자산’ 중 하나로 공식 인정받음을 의미한다. 한국 편입 비중은 작년 반기 리뷰 기준으로 2.08%로 월 0.26%p씩 유입될 예정이다. 금액으로는 약 80조원 규모의 대외자금 유입이 추정된다. 다만 이는 환율과 국채 발행 규모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최근 급격히 하락한 원화 약세로 지수 내 편입 비중이 1%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 금리 하락 기대 =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국 국채는 세계국채지수에 단계적으로 편입이 시작된다. 세계국채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로 알려진 가운데 지수 내 비중에 따라 4월부터 11월까지 월 분할로 국내 채권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수 편입에 성공한 2024년 10월부터 지금까지 한국 국채의 비중은 1.89 ~ 2.22% 구간 내에서 등락이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총자금 유입액은 570억달러, 월 평균 액은 71억3000만달러로 추정했다. 원달러환율 1500원으로 계산할 경우 각각 85조원, 10조원이 예상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0조원 이상의 대외자금이 국내 채권 매수를 위해 유입될 예정"이라며 "다만 자금 유입이 얼마나 적극적일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한국 편입 비중이 지난 10월 말 반기 리뷰 기준으로 2.08%이며 월간 0.26%p씩 유입될 예정이라고 봤다. 총 자금 유입 규모는 520억달러(약 78조원), 월간 65억달러(9.7조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투자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지수 편입을 앞두고 30년물 경쟁입찰에서 외국인의 수요 유입이 확인됐다. 윤 연구원은 “주요 투자자인 보험사는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은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어 WGBI 관련 자금으로 추정된다”며 “특정 수요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10년물 역시 외국인이 대규모로 물량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됐던 상황에서 지수 관련 자금이 선제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국 경제 전반에 WGBI 편입 효과 기대 = WGBI 편입의 파급 효과는 채권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채 금리는 회사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만큼, 최소 약 75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국채 금리가 내려오면 AAA 공기업채에서 AA급 우량기업채, A급 일반 기업채 순으로 조달 비용 하락이 파급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금리 인하 효과를 0.2~0.6%p로 추산하며, 정부 이자 부담도 연간 수조원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건설과 플랜트, 중화학 등 장기 프로젝트 파이낸싱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사업성 개선이 직결되고, 환율 안정으로 수입 물가가 내려오면 내수·유통 업종도 소비심리 회복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은 채권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 = 다만 WGBI 편입이 최초 거론되던 시점과 현재와 대비해 지금은 채권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장에선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계로 효과에 대한 의구심 또한 크다. 특히 원화의 큰 폭 약세가 반영될 경우 지수 내 편입 비중은 1%대로 낮아질 수 있음에도 주의해야 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약진으로 인한 글로벌 머니무브와 전쟁에 따른 채권 투자심리 악화 등은 WGBI를 추종하는 채권펀드 자금의 규모 자체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편입 발표 이후 실제 자금 유입이 미뤄진 것도 이번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WGBI 편입은 절대적인 금리 하락 요인이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고금리의 비우호적인 환경(전쟁, 인플레이션)을 상쇄시켜 금리 상승을 일부 제어하는 요인 정도로 기대된다”며 “편입시점이 종료되는 11월까지 안정적인 수요처가 있지만, 그 이후 편입 자금 급감 시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지수 추종 자금 유입 자체로 금리 방향성을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2~3분기 중 20~30bp의 금리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면서 “다만 WGBI 편입에 따른 금리 안정 효과는 영구적으로 금리 레벨을 낮추기보다 편입 기간 내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70~80%에 달하는 패시브 자금만큼 유통 물량이 잠기고 나면 연말로 가면서 수급 효과로 인한 금리 하락의 되돌림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미 달러의 절상률(2.8%), 주요 아시아 통화의 절하율(중국 -0.6%, 일본 -2.3%, 인도 -4.1%)과 비교할 때 원화의 절하율이 과도하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코스피 차익실현 심리와 전쟁 발 위험회피 심리가 겹치면서 외국인 과도한 순매도와 이로 인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증시 안정 이후 되돌려질 공산이 크다"며 "앞으로 8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한국 국고채의 WGBI 편입은 단기 달러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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